2000년 중순쯤 직접 겪었던 일입니다.
당시 17살이었던 저는 강릉시 송정동으로 이사 간 친구와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리운 마음에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하룻밤을 자고 오게 되었죠.
잠자리에 들었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져 일어났는데,
아무래도 남의 집이다 보니 화장실을 바로 찾지 못하고 헤맸습니다.
그러다 부엌 쪽으로 갔는데, 두 명의 사람이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친구 부모님이신가 싶어 화장실이 어딘지 여쭤보려고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친구 부모님이 아니라 처음 보는 남자들이었습니다.
놀란 저는 아저씨들은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일행을 찾고 있는데
같이 가기로 한 일행이 안 보인다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일행을 왜 여기서 찾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아저씨들은 마지막으로 헤어진 곳에서부터
여기저기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대답을 하더군요.
저는 여기는 내 친구 집이고,
아저씨들 일행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저씨들은 집안을 슥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창문으로 사라졌습니다.
저는 무척 놀랐지만, 낮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잔뜩 놀았던 터라
너무 피곤해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그냥 들어가 잤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밥을 먹던 저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뉴스에서 말하길, 그날 송정동에서 남자 셋이 함께 음독자살을 모의했다가
두 명은 죽고 한 명은 종적을 감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제가 친구 집에서 봤던 아저씨들은
함께 죽기로 했던 동료를 찾아왔던 걸까요?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