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괴담] 목만 있는 병사

금산스님 작성일 19.08.30 09: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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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있었을 때 겪은 일입니다.

저는 괴담을 무척 좋아하기도 하고

몇 번 정도 이상한 일을 겪기도 해서 귀신의 존재를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후임들과 근무를 설 때면

후임들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아는지 물어보곤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제 밑에 새로 후임 한 명이 들어왔습니다.

 


그 후임은 사회에서 이른바 좀 놀던 친구였는데,

거기에 아마추어 복싱 선수였기 때문에 모든 일에 자신만만한 친구였습니다.

 


후임은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고,

그런 것은 모두 지어낸 이야기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이 후임과 근무를 설 때면 저는 귀신 이야기를 하고,

후임은 사람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술 훈련 때문에

저희는 산으로 올라가 각자 진지에 투입되었습니다.

 


저는 기관총 사수였고, 후임은 부사수였기 때문에

함께 진지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진지 안에 꼽등이가 수십 마리나 들어있었습니다.

 


후임은 벌레 공포증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어쩔 수 없이 분대장에게 진지를 옮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저와 후임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다른 진지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밤이 깊도록 대항군은 오지 않았고,

저는 교대로 자면서 기다리자고 후임에게 제안한 뒤 먼저 눈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왠지 오싹한 느낌이 들어서 자다가 눈을 떴습니다.

하늘을 보자 보름달이 떠 있어서 그걸 보면서 집 생각을 하고 있었죠.

 


후임은 졸고 있는 것인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었습니다.

군 생활 하느라 힘들 거라는 생각에 그냥 내버려 뒀죠.

 


그런데 자세히 보니 후임은 조는 것이 아니라

눈을 뜬 채 멍하니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놀라서 후임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후임은 [이 일병님은 그거 못 보셨습니까?]라고 되물었습니다.

 


뭔가 있었구나 싶어서 무슨 일인지 캐묻자, 후임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자고 있는 사이 후임 역시 살짝 졸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잠을 깨서 졸던 자세 그대로 눈만 떠서 바닥이 보이는데,

저와 후임 사이에 군복을 입은 다리가 보이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아, 망했구나.. 소대장님에게 걸렸나?]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들었는데,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저였다면 이미 그 시점에서 귀신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이 후임은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기에 그냥 헛것을 봤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참호 안에 누군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후임은 다시 제 쪽을 봤지만 저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고 합니다.

 


참호 안에 있는 사람은 무릎을 꿇고 한쪽 무릎을 세운 채

무릎에 팔을 짚고 턱을 괸 채 경계를 서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우선 군복이 얼룩무늬가 아니라 회색의 단색이었습니다.

 


또 방탄 헬멧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자를 쓰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상한 점은 목의 각도였다고 합니다.

후임은 너무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던 탓에 자세히 바라봤는데

그 사람은 목이 없어서 손으로 머리를 들고 경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날 이후 그 후임과는 귀신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한 3달 정도 지난 뒤 넌지시 물어봤습니다.

 


[너 지금도 귀신 안 믿냐?]

[조심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훅 갑니다.]

 


출처: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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