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일본의 어느 교도소에 사형을 기다리던 사형수 한 명이 있었다.
그의 죄목은 살인죄로 외도를 저지른 부인을 살해했다고 전해진다.
간수들은 그를 '조용한 카즈야', '조용한 217번' 라고 불렀다.
그는 매우 조용했고 예의가 바른 사람이었고 매일 죽은 부인을 위해 기도를 올렸다.
첫 몇년은 그에게 매우 힘들었다.
교도소라는 낯선 환경과 부인을 죽였다는 자책감, 그리고 언제 사형이 집행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으로
몇 번의 자해와 자살 시도로 간수들에게 골치덩이로 찍혀서 종종 불필요한 폭력을 당하거나
구속복이 입혀진체 독방에서 몇 일씩 수감되어 있기도 했다.
그가 안정을 찾은 건 간수 중에서 가장 고참이었던 사토루가 그를 전담하면서 부터였다.
경험이 많았던 사토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카즈야를 찾아와 이런 저런 잡담으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카즈야는 사토루의 도움으로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에 평소처럼 사토루와 잡담을 나누던 카즈야가 말했다.
" 다른 건 다 그립지 않은데 카스테라가 먹고 싶네요 "
그날 이후로 사토루는 가끔씩 카즈야에게 카스테라를 가져다 주기 시작했다.
카스테라는 사토루와 카즈야 둘만의 비밀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둘은 서로의 은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친한 친구가 되었다.
어느날 사토루의 고향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다.
사토루는 휴가를 내고는 고향에 돌아가 장례를 치루고는 교도소로 돌아왔다.
출근길에 카즈야 생각이 난 사토루는 그를 위해 카스테라를 하나 챙겼다.
하지만 출근을 하자마자 사토루는 동료 간수들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 그저께 217번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영원히 오지 않길 바라던 그 날이 결국 오고만 것이었다.
사토루는 자신이 그의 마지막을 함께 해 주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카즈야를 위해 사 온 카스테라를 들고 카즈야가 수감 되어 있던 독방으로 향했다.
이미 독방은 깨끗하게 치워져 카즈야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사토루는 카스테라를 내려 두고는 합장을 하며 그의 명복을 빌었다.
그날 밤, 잠을 자던 사토루의 꿈속에 카즈야가 나타났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마지막 카스테라 잘 먹을께요. 건강하세요"
카즈야는 무척이나 행복한 얼굴로 사토루에게 인사를 하고는 사라졌다.
다음날 교도소로 출근한 사토루는 지난 밤의 꿈이 생각나서 카즈야의 독방으로 향했다.
그리운 마음에 독방 안을 들여다 보던 사토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어제 놔둔 카스테라가 뜯껴진 빈 봉지만 남긴 체 사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