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건설 회사에서 현장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연말에 도로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하루 작업을 마치고, 컨테이너로 된 현장 사무실에 돌아왔는데,
미팅용 테이블 위에 신문지가 덮여 있었습니다.
가운데가 묘하게 불룩한 게,
뭔가 올려두고 위에 신문지를 덮은 것 같은 느낌..
뭐야, 이거? 하며 무심코 신문지를 들췄습니다.
짚 인형이었습니다.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붙어있는..
[으악!]
소리를 지르는 나를 보고, 주변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뭔데, 뭔데?]
[우와, 이거 짚 인형이잖여.]
[이런 건 첨 봤구먼.]
[위험한 거 아닌가?]
어느새 사람들이 꽤 몰려 왁자지껄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가까운 사방댐 현장에서 일하는 아저씨가 들어왔습니다.
그 현장 사무소는 도로 공사랑 사방댐 공사 공용이었거든요.
[아, 이거? 마츠모토네 아저씨가 나무 자르다가 찾았다더라고.]
마츠모토라는 건 하청으로 일하는 토건 공사 쪽 사람이었습니다.
거기서 일하는 작업원이 발견했는데,
그냥 버리기도 기분 나빠서 사무소까지 가지고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산에 가면 이런 짚 인형이 종종 있나 보더라고. 나도 몇 번 본 적이 있으야.]
[인형은 내일이라도 근처 신사에 가져가는 게 옳지 않겠는가?]
다음날 아침, 조회에 참석하러 현장 사무소로 향했습니다.
입구 근처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었습니다.
[뭔 일 있당가?]
[밤중에 누가 사무실에 침입했나 봐.]
입구 새시가 열려 있었습니다.
안을 들여다보니,
사무실 안이 난장판이었습니다.
외진 곳에 있다 보니 경비 시스템 같은 것도 없어서,
아침 일찍 온 아저씨들이 발견한 게 고작이었답니다.
입구 문에는 자물쇠를 달아놨었는데,
억지로 비틀어 연 듯했습니다.
사무실 안에는 컴퓨터나 측량 도구 등
내다 팔면 돈이 될만한 게 나름대로 있었는데,
정작 그런 것들은 멀쩡히 놓여 있었습니다.
다만 그 짚 인형만큼은,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봐, 저것 좀 봐.]
내 앞에 있던 아저씨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보니,
바닥부터 벽에 이르기까지 진흙투성이 발자국과 손자국이 잔뜩 찍혀 있었습니다.
[저 발자국 말이여, 저거.. 맨발이구먼..]
그 말을 듣자, 등골이 오싹해질 수밖에 없더군요.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