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때 친척 아저씨한테 들은 이야기다.
산에서 나물 캐는 게 취미인 아저씨인데
작년에 산에 나물 캐러 갔다가 겪은 이야기라고 한다.
작년 연휴 때는 휴일이 꽤 많았기에
아저씨는 평소 다니던 곳이 아니라 더 먼 곳에 발을 디뎠다고 한다.
처음 보는 나물이 있지는 않을까 하며
여행 삼아 처음 가는 산에 올랐다.
하지만 첫 산행이다 보니 길도 익숙하지 않아
나물을 캘만한 곳을 여간 찾을 수가 없었다.
어찌어찌 캐긴 캤지만
평소 다니던 산과 비교하면 반 정도 밖에 못 캔 상황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시커먼 버섯 하나를 찾았다고 한다.
아저씨는 잎나물에는 해박하지만,
버섯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 게 없었다.
만져도 괜찮은 건지 아닌지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고민하고 있는데,
뒤에서 [그거 맛있어.] 하고 높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시골 아이 느낌의 남자아이가 아저씨를 보고 있더란다.
[얘, 이 주변에 대해 잘 아니?] 하고, 아저씨는 물었다.
[계속 이 주변에 살았으니까.]
[이거 맛있어?]
[아빠가 자주 따 와.]
그렇다면 만진다고 별일은 없겠다 싶어,
아저씨는 버섯을 따서 자루에 넣었다.
[얘, 어디 나물 캐기 좋은 곳 없을까?]
[내가 좀 알려줄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아저씨는 남자아이를 따라 이동했다.
그곳에는 아까 본 것과 같은 버섯이 잔뜩 있었다.
가끔 눈에 익은 버섯도 있었다고 한다.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건넨 뒤,
아저씨는 검은 버섯과 눈에 익은 버섯들을 캐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남겨둔다면 내년에도 또 캐러 올 수 있으니
적당히 캐고 돌아가려 했단다.
그러면서 남자아이에게 감사의 의미로,
혹시나 하고 체력 회복용으로 가져왔던 막과자를 몇 개 선물로 줬다고 한다.
그걸 본 남자아이는 얼굴을 찌푸리고,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웃어댔다.
입은 웃고 있는데 표정은 그렇지 않은 채로,
말 한마디를 던지고 가버렸다고 한다.
[오늘 가르쳐 준 버섯은 죄다 못 먹는 거야.]
아저씨는 놀란 나머지 그대로 산을 내려왔다고 한다.
길눈이 밝지도 않은 곳에서
그 남자아이를 잡겠다고 따라갈 수는 없었을 테니..
집에 돌아와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따 온 버섯은 정말 모두 독버섯이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장난치는 건 무서워.
아니, 그게 진짜 아이였는지도 모르겠다만..]
그렇게 말하며 올해는 잘 아는 산에만 갈 예정이라고 하더라..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