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시네님[死ねしね様]

zkdhk 작성일 21.10.09 05: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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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시네님[死ねしね様] (죽어죽어님)

 

 

 

우리 마을은 큰 도시까지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흔히들 말하는 시골마을이야.

 

이온몰은 없지만 슈퍼나 편의점 정도는 있는 시골이라고 보면 돼.

 

제목을 본 시점에서 우리 마을 얘기라는 걸 눈치 챈 사람은 동향 사람이겠지.

 

 

자, 문제의 ‘시네시네님’ 말인데, 마을에서는 무해한 존재라고 널리 알려져 있어.

 

하는 일이라곤 사람의 왼쪽 귀에 살며시 ‘시네(죽어)’ 라고 속삭이는 것뿐이야.

 

흉흉한 이름을 하고 있는 주제에 진짜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란 말이지.

 

방에 혼자 있을 때 ‘시네(죽어)’ 라고 속삭이면 무섭긴 무서운데 딱히 해는 없어.

 

무시하고 있으면 얼마 안가서 질려버리는 건지 어딘가로 가버려.

 

끈질기게 구는 경우도 있고, 금방 사라져 버리는 경우도 있어서, 이건 ‘시네시네님’ 기분에 달린 거라고 봐.

 

시간도, 장소도 랜덤이고, 혼자 있을 때일 경우도 있고, 친구랑 놀고 있을 때 들리기도 해.

 

“방금 시네시네님한테 시네(죽어)란 말 들었어!” 라면서 초등학생들이 자랑하듯이 이야기 할 정도로 우리 마을 사람들에겐 당연한 존재로 취급받고 있어.

 

쓰면서 보니까 새삼스럽긴 한데 마을 밖 사람들이 보면 이상한 광경이겠지.

 

하지만 우리 마을에서는 일상적인 풍경에 녹아들 정도로 유명한 존재였어.

 

 

이런 우리 마을에도 문명개화의 파도가 몰아닥쳤지.

 

전기톱이 산을 개척하고, 불도저가 땅을 갈아엎는 뉴타운이란 거.

 

큰 마을에는 공장 같은 일터도 있기도 해서 직장까지 가는 도로를 따라 주택가가 생겼어.

 

그 마을까지 한 시간 정도의 입지에다, 친척이 살고 있기도 하고 딱히 폐쇄적이지도 않은 우리 마을이라 그런지 새로 온 사람들하고 큰 문제는 없었지만 딱 하나 문제가 있었어.

 

문제가 된 건 ‘시네시네님’이야.

 

 

‘시네시네님’의 뭐가 문제냐면 네이밍 센스가 끝장으로 나쁘지.

 

그래서 무사안일주의인 교육현장인 우리 마을 초등학교에서는 ‘시네시네님’ 금지령이 떨어졌어.

 

뭐가 됐든 ‘시네시네님’에 관련된 화제는 절대로 입 밖에 내지 말라는 거야.

 

우리 마을 어른들도 TV를 봐서 상식이 있으니까 밖에서 온 사람들을 괜히 겁주는 것도 그렇고, 이상한 종교 취급 받는 것도 싫으니까 ‘시네시네님’에 대한 건 화제에 오르지 않도록 했어.

 

 

근데 일이 이상하게 돼버렸어.

 

구체적으론 새로 생긴 주택가, 뉴타운 쪽에서 자살 같은 사건들이 발생한 거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시네시네님’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의 머리가 이상해지기 시작했어.

 

귓가에서 정체불명의 무언가에게 계속 ‘시네(죽어)’란 말을 들고 있으니 버틸 수가 있나.

 

달리 말하면 무해한 걸 알고 있는 우리 마을 사람들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었던 거지. 

 

“인생사 갖은 일이 있겠지만, 인생이 내리막길을 달릴 때 ‘시네(죽어)’라고 속삭이면 그야 죽겠지” 라고 그 무렵의 나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게 아니었어.

 

 ‘시네시네님’은 쇼와시대(1926년 12월 25일~1989년 1월 7일)엔 ‘치네치네’라고 불렸었어.

 

뭐가 계기가 돼서 이름이 바뀌었냐면 ‘시네시네단(죽어죽어단)’ 때문이야.

 

‘시네시네단’은 미라맨에 나오는 악당 조직의 이름인데, ‘치네치네’랑 ‘시네시네’는 소리가 비슷해서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모양이야.

 

미라맨은 1971년 작품이니까 딱 반세기 전의 히어로지.

 

당시에 미라맨 놀이를 하던 세대는 이제 60대가 돼.

 

칠순에 가까운 우리 할아버지는 ‘시네시네님’이 ‘치네’라는 속삭임을 들으며 자랐다고 해.

 

하지만 미라맨 방송을 경계로 속삭임 소리가 ‘시네’로 바뀌었다고 해.

 

방송 당시엔 ‘치네’와 ‘시네’가 섞여 있었지만, ‘시네시네님’이라는 단어의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 10년쯤 지나지 ‘치네치네’가 사라지고 ‘시네시네님’만 남게 됐어.

 

옛날에는 귓가에 ‘치네’라고 속삭였어.

 

지금은 귓가에 ‘시네’라고 속삭이고 있고.

 

설마 ‘시네시네님’이 미라맨에 빠졌을리도 없으니. 이상했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도 뉴타운 쪽 사람들은 이상해져가기 시작했어.

 

 

한 예로 A군 이야길 해볼게.

 

그 당시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초등학생인 남동생이 A군의 친구였어.

 

우리 집에도 놀러오곤 했는데, 예의바른 애라서 호감도도 높았지.

 

어느 정도로 호감도가 높았냐면 친동생하고 바꾸고 싶은 정도론 높았어.

 

8할은 진심이고 2할 정도는 농담이지만 그냥 넘어가줘.

 

거의 가족 같던 애 일이라 지금도 A군 일을 생각하면 괴로워서 그래.

 

 

그 A군이 갑자기 놀러오지를 않는 거야.

 

동생하고 싸웠나 싶었는데 학교에도 안 온 모양이더라고.

 

1, 2주 정도라면 몰라도 월단위로 그러니, 동생도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걸 느꼈어.

 

동생은 동생대로 뭔가를 했었나본데 초등학생이 하는 일이라 별 수확 없이 끝난 모양이더라.

 

여기서 평소엔 그다지 의지가 안 되는 형님이 나설 차례.

 

바로 나지.

 

처음엔 왕따인가 했었어.

 

시골 아이들은 마음이 순수하니까 왕따 같은 일은 안 생긴다.

 

그딴거 없어. 평범하게 있다구.

 

도시에서 이주해 온 A군이기에 오히려 표적이 될 수도 있겠지.

 

딱히 격투기 같은걸 배우지 않은 나라도 초등학생을 힘으로 위협하는 정도는 가능할 거고.

 

그래서 왕따 시키는 녀석의 이름을 알아내려고 했지만 수확이 없었어.

 

듣기는 들었는데 완전히 말이 안 되는 거였어.

 

왜냐하면 적의 정체는, A군이 말하기론 ‘얼굴 괴물’, 동생이 말하기론 ‘시네시네님’이었으니까.

 

 

나는 동생하고 둘이서 A군네 집으로 병문안을 갔어.

 

거기서 본 건 초췌하단 형용사가 딱 어울리는 A군의 어머니였어.

 

초등학생인 아들이 월단위로 등교를 못하고 있으면 그리 되겠다 싶은 표정을 하고 있어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옥죄는 느낌이었어.

 

초췌한 남자는 추레할 뿐이지만, 초췌한 여성은 뭔가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두르고 있더라.

 

내 추측이지만, A군이 학교에 가지 않게 된 것을 기점으로 가족관계가 망가지지 않았나 싶어.

 

 

병문안을 왔다는 나와 동생을 앞에 두고, 말로는 고맙다고 하면서도 집에 들이기는 꺼려하는 것 같았어.

 

그 시점에서 난 폐가 될 것 같아서 물러나려고 했는데 동생은 그러지 않았어.

 

형이라는 강력한 조력자를 손에 넣어서 기세가 올랐던 모양이더라.

 

형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아다오, 동생아.

 

 

물고 늘어지듯이 현관 앞에서 입씨름을 하고 있다 보니, A군의 외침이 들려왔어.

 

“아-!!” 라던가 “와-!!”같은, 어쨌든 큰 소리를 내려는 필사적인 외침소리였어.

 

그 소리가 들리고 말아서 A군의 어머니가 커다란 한숨을 쉬었던 걸 아직도 기억해.

 

어른이 되고 나서 이해한거지만, 그런 상태의 아들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더는 숨길 수 없겠다면서 들여보내준 방에서 나와 동생은 A군과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했어.

 

A군도 어머니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초췌한 상태였어.

 

예전에 동생이 병문안 왔을 때보다 훨씬 안색이 나빠졌다는 것 같더라.

 

볼이 핼쑥해지고, 눈이 충혈되서는 자신의 왼쪽 어깨를 꺼림칙하단 듯이 팡팡 쳐대고 있었어.

 

나는 “아, ‘시네시네님’을 때리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어.

 

‘시네시네님’이 속삭이는 건 항상 왼쪽 귀이고, 속삭일 때 약간 왼쪽 어깨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야.

 

 

A군은 몇 개월 전에 ‘○네’ 라는 소릴 듣고 왼쪽을 돌아봤대.

 

그리고 ‘시네시네님’의 모습을 보고 만거야.

 

‘시네시네님’의 모습을 본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어.

 

그 이후로 거의 매일, 쭉 들러붙은 채라고 A군이 말하더라.

 

A군이 초췌해 진건 공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단순히 잠들지를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24시간 내내 ‘○네’라고 왼쪽 귀에 속삭인다면 잠들 수도 없겠지.

 

‘시네시네님은 시네(죽어)라고 말하긴 해도 무시하고 있으면 자연스레 사라진다’고 알려줬어.

 

하지만 A군은 고개를 저으면서 ‘아니야’라고 말했어. 그리고 ‘전혀 사라지지 않아’라고도 말했어.

 

 

내겐 ‘시네(죽어)’라고 들렸어.

 

할아버지에겐 ‘치네’라고 들렸고.

 

하지만 A군에건 ‘○네’라고 들린 모양이야.

 

A군은 ‘○네’라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말 했지만, 내 귀어는 ‘시네(죽어)’라고만 들렸어.

 

수 년이 지나고 나서 L과 R을 구분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라는 걸 눈치 챘어.

 

평소에 ‘시네시네’ 혹은 ‘치네치네’란 말을 듣고 있었기에 올바를 발음을 들을 수 없었던 거야.

 

그래서 ‘시네시네님’의 속삭임 소리는 들렸어도 지금까진 아무도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던거고.

 

하지만 A군은 ‘시네시네님’에 대한 화제가 금지된 후에 전학 온 아이라서 ‘○네’의 올바른 발음을 듣고 만거야.

 

 

A군이 그려준 ‘시네시네님’은 얼굴에서 직접 팔다리가 자라난 유치원생이 그린 그림 같았어.

 

유치원생의 그림과 다른 점은 연필로 눈 부분을 이상하리만치 까맣게 칠해놓은 것 정도였어.

 

얼굴에서 자라난 두 짝의 팔다리는 마른 가지처럼 가늘었어.

 

초등학생의 그림실력이라 무섭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시네시네님’의 모습을 필사적으로 전하려는 A군의 필압이 ‘시네시네님’의 모습이 무섭다는 것을 충분히 표현해 주고 있었어.

 

이 커다란 얼굴이 왼쪽 어깨에 올라타, 작은 손으로 왼쪽 귀를 잡고선 ‘○네, ○네’라고 속삭인다고 했어.

 

24시간, 거의 계속 말이야.

 

가끔 어디론가 떠나간다고 해도, 자고 있을 때 귀를 잡고선 속삭여서 깨우러 온다고 해.

 

당시에 나는 잠들지 못한다는 괴로움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공포심보다는 곤란하다는 감정이 더 컸어.

 

 

나로서는 ‘시네시네님’을 어떻게 해주고 싶었지만, 잘 생각해 보면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

 

정체라던가, 대처법이라던가. 그런걸 나는 전혀 몰랐었던거야.

 

넌 대체 뭐하러 여기 온 거냐.

 

어쩌지. 도움이 안 되는 형이라 미안해.

 

그래서 의지할 수 있는 우리 할아버지를 기대 봤지만 우리 할아버지도 별 수 없더라.

 

우리 마을의 신주인지 주지인지 모르겠는 신불습합 신도인 할아버지도 도움이 안 됐어.

 

장례가 전문이라 요괴퇴치 같은 건 안 한다고 꾸밈없는 표정으로 말하더라.

 

 

‘시네시네’ 혹은 ‘치네치네’ 이야기를 미리 들어 두는 것이 유일한 대처법이었던 거야.

 

그러면 ‘○네’의 발음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게 되고 해도 입지 않게 돼.

 

지금까지 무해했기 때문에 다른 대처법을 찾을 필요도 없었던거야.

 

그래서 A군의 불면증에 현대적인 방법으로 대응할 수 없었던거지.

 

현대적이란 표현을 고른건 A군 스스로가 해결방법을 찾았기 때문이야.

 

‘시네시네님’이 들러붙었다면, 그 작은 손이 잡을 왼쪽 귀를 잘라내면 된다고.

 

잠을 못 자게 된 걸 더는 버틸 수 없어서 아직 초등학생인 A군이 주방에서 식칼로 왼쪽 귀를 잘라냈다고 하더라. 구급차 사이렌 소리도 울려 퍼졌었어.

 

A군이 이 일을 실행에 옮긴 걸 알게 된 건 1주일 넘게 지나고 나서 소문을 통해서였어.

 

고등학생이나 아이들이 몰라도 되는 일 중 하나였지.

 

 

현대적이라곤 하기 어려운 A군의 대처 결과, A군네 가족은 멀리 이사를 가버렸어.

 

고등학생인 내가 알 수 있는 소문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행복하다곤 할 수 없는 결말이었다는 것만은 확실했어.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서인지, 아니면 왼쪽 귀를 잘라내서 그런지 더는 속삭임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만은 초등학생인 동생을 통해 알 수 있었어.

 

A군의 부모님이 이혼했다는 것도 알았고. 편지 보내는 사람의 성이 아마 어머니 쪽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 같아.

 

 

‘시네시네님’의 정체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려고 했던 것은 신주인지 주지인지 모를 우리 마을 신불습합 신도 할아버지가 제지했어.

 

절 옆에 무인신사가 있는데, 메이지시대(1868년~1912년)부터 간단한 관리만을 맡아오고 있다는 것 같아.

 

사회과 교과서에서 배우는 신불분리정책으로 토지를 반으로 나눈다는 매우 간단명료한 처치로 인한거라고 해.

 

‘시네시네님’은 간단히 말하면 재앙신의 일종이야.

 

악의를 가지고 사람을 해치러 오는 건 아니지만 접촉하는 것 자체가 해로워.

 

이런게 세상에는 제법 있는 모양이야.

 

유령, 요괴, 악령 뿐만 아니라 조폭이나 마약처럼. 이 세상엔 그런게 얼마든지 있다고.

 

그러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괜한 일에 관계되지 말라고 하더라.

 

어디 산에 틀어박혀 수행만 하고, 평생에 걸쳐 임할 정도의 각오가 없으면 그만 두라고도 이야기 하고 말야.

 

 

그런고로, ‘시네시네님’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어.

 

시간이 흘러 이제 오래된 뉴타운 사람들은 여전히 뭔가 이상해.

 

‘치네’도, ‘시네(죽어)’도 아닌 어떤 발음은 듣고 있는지는 가끔 신경쓰이긴 해.

 

하지만 절대로 알고 싶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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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흥미로운 괴담을 봐서 올려봅니다.

번역 퀄리티 떨어지는건 눈감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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