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치위생사로 일하고 있다.
그날은 환자의 치석을 제거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눈을 감고 중얼중얼 자기 취미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시술을 받는 중년 남자분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계속 눈을 뜬 채 아무 말이 없었다.
내 얼굴을 바라본다기보다는,
천장 쪽으로 시선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시술 도중 부탁하는 것들은 문제없이 따라주셨기에
굳이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우리 의원에서는 치석을 제거할 때 물이 꽤 많이 튀는 편이다.
그래서 턱받이를 하고 얼굴 쪽에도 수건을 올려 물 묻는 것을 방지하려 했다.
하지만 얼굴에 수건을 올리려니,
환자분은 고개를 작게 저었다.
어쩔 수 없이 얼굴에는 최대한 물이 튀지 않도록 노력하며
그대로 시술을 이어갔다.
시술이 끝난 뒤, 뒷정리를 하며
왜 얼굴에 수건을 얹지 말라고 했는지 여쭤봤다.
[계속 경계하지 않으면 입에 들어와 버린단 말이야.]
정말로 입에 들어오려는 귀신을 본 것인지,
그냥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아저씨였는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무언가 보일 땐 무시하는 것 말고도,
계속 바라봐야 할 때도 있다는 걸 느꼈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