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글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트라우마가 생긴 기억.

산야로 작성일 24.07.22 16:55:00 수정일 24.07.22 17: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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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글은  아니라 미리 사과드립니다.

 

최근 꼬꼬무에서 1998년 지리산 폭우관련 내용을 방송하는걸 보고 그때 기억이 떠올라 적어봅니다.

 

게릴라성 폭우라는 말이 이때 처음생겼고 지금은 국지성 호우라고 하는것 같은데요.

여름휴가철이고 조심해서 나쁠것 없을것 같아 그때 경험담을 적어봅니다.

 

당시 저는 28세로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대학친구들과 매년 그래왔듯이 여름휴가를 맞아 지리산 자락 계곡으로 가기로 했었습니다.

 

친구중 한명이 산청에 살았었는데 대학시절부터 항상 가는 덕산(지리산 천왕봉과 대원사 가는 길 중간 지역) 근처 자연발생휴양림이 있습니다. 수시로 변하지만 전체 강폭이 80여 미터 정도고 가운데 물이 흐르는 강물폭은 20여미터로 양쪽으로 30여미터 자갈밭이었던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대로인지는 그날이후 가보질 않아 모르겠네요.

 

암튼 휴가일자를 맞추고 당일 12시에 창원에서 출발하기로 했는데,  친구중 한명이 잔업으로 인해 오후 다섯시가 넘은 시간에 출발을 했으니  당연히 평소에도 인기가 많던 그장소에는 텐트하나 칠 공간이 없더군요.

 

늦게 마친 친구에게 탓을하며 다른 야영장소를 찾다가 산청에 사는 친구 아버님 도움으로 휴양림 맞은편 빈집(폐업한 식당)으로 가서 마당에서 강쪽으로 지어져 있는 옆으로 긴 원두막 위에 텐트를 펴고 고기와 술을 마셨습니다

 

정확한 시간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수많은 별들이 있었기에 저녁 9시 이후였던것 같습니다.

 

한참 술마시며 놀던중 갑자기 칠흑같은 어둠이 덮히더니 옆에서 뭔가 세차게 뺨을 때리더군요. 강풍과 함꺽 비가 옆에서 날아오고 빗소리에 옆친구와 말소리도 안들렸습니다. 역시나 늦게 마친 친구 탓을하며 일찍 자리를 파하고 텐트로 들어가 잠을 잤죠.

 

다음날 아침 빗소리에 잠을 깼는데 담배한대 물고 강건너 휴양림을 바라보았지만 그때 까지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건너편 수십동의 텐트와 대략 10미터 가까이되는 나무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걸요.

친구 한명이 우리차들이 운전석 까지 물이 차올랐다고 이동주차를 해야된다고 소리치기 전까지는요.

역시나 늦은 친구탓을 하며 차를 이동시키고 다시 원두막으로 돌아오다 깨달았습니다. 강바닥에서 원두막이 있는 석축의 높이가 약 3미터인데도 원두막 밑이 무릅까지 물이 차올랐고 차가 잠길정도면 상대적으로 저지대인 건너편 휴양림은…  그많던 텐트,차,사람들은? 다시 보았을때 아무것도 앖었습니다. 처음엔 다들 대피했나보다 했죠. 그게 아니었더군요.

요즘은 텐트가 잘나와서 출입문도 여러군데고 개방도 잘되고 빠져나오기 쉽지만 당시에는 터널형, 굵은 알미늄 폴대였습니다. 그냥 텐트채로 말렸던터라 아마 탈출이 어려웠을 겁니다. 그렇게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다들 멍하니 있을때 수많은 군,경,소방분들이 구조와 수색을하고 있던것도 보이더군요.

강줄기 방향이 바뀌고, 바뀌가 달린채로 찢어진 차의 엔진부분, 4.5톤 트럭이 뒤집혀져 네개의 타이어의 바닦만 쓸려내려온 흙자갈에 파뭍혀 있을 정도로 잠깐 쏟아부었던 비의 위력은 엄청났습니다.

 

아마 친구가 일찍 마쳐서 평상시처럼 저자리에 텐트를 치고 만취되도록 술을 마시고 잤더라면..이때 사람들의 운명은 정해져 있는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항상 비올때면 계곡주변에서 야영을 하지 말고 대피하라는 이유를 직접 느꼈습니다.

그때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다쓰고 나니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것 같네요.

지리산에서 여러가지 겪은 일(영화처럼 계곡물이 쏟아져 쓸려갈뻔 한일, 천왕봉에서 삼선봉으로 새벽에 헤매던일, 랜턴하나없이 대원사계곡으로 한밤중에 걸어가다 겪은일)이 많은데 글솜씨가 없어서 그 일들은 생략하겠습니다.

비올때,  비가 온 직후에는 계곡 정말 조심하셔야 됩니다. 휴가철인데 다들 안전한 휴가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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