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특집] 귀신을 보는 방법

백도씨끓는물 작성일 24.07.29 18: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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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9월 부산, 모 중학교에서 귀신을 보는 방법이 유행했다. 
대표적으로 ‘분신사바’라는 일본식 강령술이 있는데, 
한 녀석이 그걸로 귀신을 볼 수 있냐며 비웃었다. 
녀석은 무당에게 손수 배워온 방법이 있다고 했다.

이름하여 ‘귀신 제사’. 
손 있는 날, 자정 12시부터 2시 사이에 아무도 없는 집에서 
초 두 개를 켜고 사과와 북어포를 둔다.
그렇다, 제사와 비슷하다. 
다만 귀신을 부르는 의식이기에 반드시 모든 불을 꺼야 한다. 
당연히 귀신이 들어올 수 있게 문도 열어 놔야 한다. 
다음은 향을 피우고 절을 두 번 한 후 이렇게 말한다.

“귀신님, 귀신님 지금 이곳에 계세요? 계신다면 얼굴을 보고 싶어요.”

마지막이 중요한데, 눈을 꼭 감는다. 
왜냐하면 귀신이 찾아온 수만큼 귀신의 얼굴이 머릿속으로 지나가기 때문이다. 
가령 세 명이 찾아오면 얼굴 세계가 차례대로 떠오른다. 
이후부터 좀 위험하다. 
귀신과 숨바꼭질을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강령술은 귀신과 놀아주는 목적을 가진다. 
숨바꼭질을 하지 않으면 귀신들이 평생 해코지를 한다나? 
문제는 숨바꼭질에서 귀신에게 잡혀도 나쁜 결과를 맞는다. 
그래서 숨바꼭질을 하면 절대 잡히지 않게 장롱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좋은 방법은 해가 뜰 때까지 장롱 안에 있어야 하는데, 
산소부족으로 죽을 가능성이 있어서 절대 따라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미 아이들에게 유행했다. 
문제는 아이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최초로 이 강령술을 퍼트린 아이였다. 
담임은 그 강령술을 따라 한 아이들과 모두 상담해야 했다.

이상했다. 
당연히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장롱에서 발걸음 소리나 괴상한 웃음소리를 들은 학생이 많았고, 
하나같이 진짜 귀신이 존재한다고 했다. 
이 상담에서 안 선생은 호기심이 생겼다. 
죽은 남편이 보고 싶었다. 
남편은 회식하고 집에 오다가 
흔히 ‘아리랑 치기’에게 머리를 강하게 맞았는데, 과다 출혈로 죽었다. 

안 선생은, 어쩌면 그를 만날지도 모르는 기대감이 들어 집에서 해보고 싶었다. 
가장 먼저 아들을 친정에 맡겼다. 
다음은 강령술의 지침대로 손 없는 날, 제사 준비를 마쳤다. 
현관문도 열고, 자정에 초를 켜 향을 피웠다.

“귀신님, 귀신님 이곳에 계세요? 계신다면 얼굴을 보고 싶어요.”

눈을 감으니, 순식간에 귀신이 스쳐 지나갔다. 
처음 귀신은 70대 노인이었고, 
두 번째는 잔뜩 화가 난 40대 남자, 
세 번째는 혀를 길게 내민 남자, 
네 번째는 양복을 입은 육중한 몸을 가진 50대 남자… 기타 등등.

강령술의 소문대로 무려 일곱 명이 지나갔지만, 
안타깝게도 남편은 없었다. 
늘 곁에 있을 거라 믿었는데, 실망이 컸다.
할 수 없이 숨바꼭질을 시작했다.

“숨바꼭질을 시작하겠습니다. 49를 세고 저를 찾아주세요.”

안 선생은 재빨리 작은 방에 있는 장롱으로 숨었다. 
행여 귀신이 찾아도 밖에서 문을 못 여는 잠금장치가 있는 장롱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49초가 지나니 거실에서 발걸음 소리가 났다. 
더욱이 베란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붙박이장 열리는 소리도 났다. 
강령술이 거짓이 아니란 사실에 자기도 모르게 ‘맙소사’라고 내뱉었다.
실수였다. 점점 귀신들이 걸어오는 소리가 났다. 
잠시 후, 장롱문이 흔들렸다. 
장롱이 열리지 않자, 괴상한 웃음소리가 다더니 더욱 흔들었다. 
안 선생은 문이 열릴까 무서웠다.

“흐흐흐, 문이 안 열리네? 네가 한번 해볼래?”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문 좀 열어봐. 왜 문을 잠그고 있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똑같았지만, 아들이 두 시간이나 걸리는 친정집에서 올 방법이 없었다. 안 선생은 귀신의 농간이라 믿었다. 다음은 전화벨이 울렸다. 혹시 아들에게 온 전화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잘 시간이 넘은 시각이기에 그럴 리 없었다. 

바로 그때,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남편이 애타게 안 선생을 불렀다. 
한 번이라도 남편을 본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귀신의 장난이 분명했다. 
꽤 오랫동안 나가지 않고 버티고 버티다가 누군가 들어오더니, 안 선생의 이름을 불렀다. 

“안소영 씨, 안소영 씨?”

어떤 사내가 불렀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안소영 씨, 안소영 씨? 여기 계세요?”

이번에는 무언가로 문을 강하게 때렸다. 
그렇게 여러 번 치더니, 잠긴 문이 부서졌다. 
안 선생은 문이 열릴까 부여잡았는데, 앞에는 소방관들이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웬 남자가 불이 난 것 같다며 신고했단다. 
초가 쓰러져 이미 휴지통에 불이 붙은 상태였고,
다행히 소방관이 도착해 불을 껐다. 

문제는 소방관이 그곳에 들어가 무얼 하고 있었냐고 물었는데, 
괴이하게도 아들의 태권도 띠가 목에 감겨 있었다. 
안소영 씨는 고마움을 답례하기 위해 누가 신고했는지 물었지만, 
끝까지 신고자를 찾을 수 없었다. 
맞은 편에는 할머니 혼자 사시는데, 설마 죽은 남편이 도왔던 것일까? 

* 외부펌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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