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동네에 커다란 공장이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 깊게는 모르나
사장이 도망간건 확실했고
공장이 며칠내로 폐허가 됐으며
사장은 돈 내놔라 라는
원망이 가득한 현수막에 분위기가 영 개판이었다.
사람이 몇은 그 터에서 자살했다는 말도 돌고
그렇게 폐허가 된지 몇개월이 지났다
당시 아는 친구가
컨셉잡고 사진 찍고 싶다고
그 공장으로 가자고 했다.
장비를 챙겨서 그곳으로 모였다.
동네에 작은 산이 있는데
거기 입구에 있는 회사라
가는 길은 많이 험하지는 않았다.
근데 영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딱봐도 아무리 도시의 변두리지만
지역상 밤에 전기 안 들어오고
이래저래 나뒹구는 드럼통과 나무 그리고 건물을 부순 잔해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뭐 어쩌겠나
가을과 겨울로 넘어가던 시점이라
조금 추워서 그리고
조금 있으면 어둑어둑해질 시간이라
노을이 지는듯한 컨셉의 사진과
초저녁의 분위기를 답은 컨셉을 원해서
어쩔수 없이 주변에 마른 나무들과
굴러다니는 잡지 신문
그나마 좀 괜찮은 고추장 통으로 보이는 작은 드럼통
불을 지피고 그나마 그 온기와 빛덕분에
안전하게 찍을수 있었다.
그런데 일행중 하나가 살짝 얼었다.
‘ 나 순간 저 연기에서 어떤 얼굴본듯’
순간 벙졌지만 그런 얘기를 하는 애가 아니라
다들 에이 하하하하 했지만
순간 뭐가 찌릿하며 싸한 분위기
몇장만 더 찍고 가자고 생각했고
시간을 보내야하니 불을 좀 더 짚여놨다
그리고 거의 끝나서 정리를 하려는데
우리들은 시선을 돌리다 동시에
뭔가를 보곤 한순간에 놀라서
고함을 지르고
짐을 빨리 챙기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한동안 친구들과 그 얘기는 절대 안 했으며
가끔 생각날때마다 으스스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우리끼리 얘기를 나눴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날 연기에 뭔가 얼굴로 보이는게
한명만 본게 아닌 전부 다 봤다고
집으로 가는길 내내 다들 기분이 으스스했다고
별거 아니겠지만
별거 아닐수도 있지만
가만히 있다가 예상 못 한 뭔가를 봤을때
깜짝 놀랜 그 기분 잊을수가 없다…
정말 우린 뭔가 얼굴같은걸 본게 맞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