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적에 동네 할아버지한테서 들은 이야기야. 터무늬없고 한심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어째 성인이 된 지금에도, 그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이후인데도 계속 생각이나더라고.
그 할아버지는 우리 옆집에 사셨어, 간혹 우리집에 찾아와서 고구마도 주고,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참 다정한 할아버지였지.
시간이 지나, 어느 여름날 밤이었어. 무더위에 잠을 못 이루고있는 밤이었지. 할아버지는 물고기모양의 딸랑이는 종을 하나 들고와 집 밖에있는 나무마루에 걸터앉으셨어. 반쯤 풀린눈으로 집 앞의 돌담에 기대고 있던 나도 어느세 할아버지옆에 나란히 앉게되었지.
할아버지는 살짝 나근한 목소리로 마을의 전설을 일러주었어. 울산 북구의 작은 산의 이야기였지.
"우리가 살고있는 이 해안마을의 바로 뒷산에는 작지만 아주 귀엽고 어여쁜 요괴가 살고있단다. 새벽마다 산등성이를 이곳저곳 헤집고 다니면서 등산객이 있으면 겁을줘서 어여삐 하산하게 만들고, 만약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 등산객을 홀려서 집에 돌아가게만들게한단다."
우리집 바로 뒷산을 이야기하는지라 겪어본적도 없고 생생하게와닿지않았어.
"그 요괴는 해질무렵, 동틀무렵, 등산객이 없는 야밤이되면 산을 내려와 자신을기억하는 사람들을 불러, 꿈에서 연회를 연다고 한단다. 그 요괴는 잊혀지기 싫었던거야."
나는 살짝 웃으며 할아버지를 쳐다봤었어. 할아버지는 산쪽을 보며 무엇에 잠긴듯한 표정을 지었지.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알고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지만, 그 요괴는 무척이나 기뻐하겠구나. 너라는 친구를 둬서말야."
이윽고 그 할아버지는 두달정도후에 돌아가셨어. 본래의 고향인 충남 예산에 묻히셨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나서 그 이야기는 나만이 알게 되었어.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정말 내가 꿈 속에서 이 요괴와 신나게 노는것은 아닐까?"
"이 요괴의 모습은 분명 한복을 입었었어. 동물귀와 동물꼬리가 있었지"
"즐거웠었지."
나의 의식은 왜곡되고 흐려졌지만 왠지 지울수 없었어.
이후 대학에 가기 전까지 나는 잠자리가 즐거웠었어. 잠을 자고 일어나면 행복했었어. 기억은 전혀나질 않지만 쾌활한 느낌이 들었어.
지금도 그 요괴는 있는걸까?
대학과 군대때문에 타지방에 있다가 다시 울산에 오게됬는데 잠을 자고 일어나니 정말 행복해.
어떻게 생각하면 요괴나 그런 기담들이 진실된 일이었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