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했습니다..

키웰 작성일 06.06.18 21:3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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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동생에게..

군대가기 한달전이었구요


사실 그 아이가 이래저래 힘든 한해라서 짐이 되기 싫어

그냥 혼자 마음속에서 접으려고 했던건데..


엊그제 영화보고 밥먹고.. 버스 정류장에서

"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부 욕해.."

" 왜? "

" 못생겼다고.."

" 나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도 말 못해. "

" 왜? "

" 군대 때문에.."

" 미안해서? "

" 응. "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 같은 과에 좋아하는 사람 있었어? "

" 아냐.. 같은 과 아냐. "

" 어? 있나보네? 누구야? 내가 연결시켜 줄게 ㅋㅋ"

" 무슨 연결이야.. 나중에 이야기해줄게..(2년 후에).. "


버스가 오고.. 얘를 보냈습니다.

이걸 끝으로 전 이제 고향에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유학중..) 사실 마지막으로 만난거죠.



이날 밤에 1시에 하는 축구를 보려다가 30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산책을 하는데..

문득 이야기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슴앓이 하는것도 싫고,

이대로 표현도 못해보고 간다는게 억울해서.

사귀자는게 아니라, 좋아한다고 말이라도 하면 답답한 마음이 좀 풀릴까 해서 말이죠.


목소리라도 들으려고 전화했습니다.

후.. 정말 제가 미쳤나봅니다.

한 10분정도 통화 하다가.. 할말이 없어 끊었죠.

한참을 제자리에서 머리를 쥐어박고 바보라고 혼잣말 하면서

또 걸었습니다.. 다시 이야기 하다가.. 그 녀석 밧데리가 다 나가서

3분만에 끊었다가..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정말 미쳤었나 봅니다 -_-;

3번째 통화를 하고.. 끊으려는 순간 나도 모르게 즉흥적으로

" 아까 좋아한다는 사람 말해준다고 했지? "

" 응? 진짜? 누군데 누군데 ㅋㅋㅋ"

" ... "

말이 안나오더군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 너야. 너라구. "

" 응 ? 뭐라구? "

" 너라구... "

또다시 짧은 침묵...

" 전화로 이런말 해서 정말 미안한데,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말하는 거야. "

" ... 뭐야.. 꼭 죽으러 가는 사람 처럼~ "

" ㅋㅋ 죽으러 가긴 뭘... "

" 오빠 군대 언제 가는데? "

" 다음달... "

" 응... 아 뭐라고 말해야 할지.. "

" 뭘 뭐라고 말해~ 됐어 ㅎㅎ 잘 지내고~ 아프지 말고 지금 다친데 꼭 다 낫구.. "

" ... "

" 진짜로 잘 지내고.. 다음에 또 기회되면 연락할게 "

" 응 .. "

서둘러 후다닥 끊었습니다.

뚝 -------


집에 와서 바로 이불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가슴에 불이 난것처럼 콩닥거리고... 이거 나 차인거 맞지? 맞는건가?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그 애가 말한거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저도 제 주제를 알기에 .. 사귀자는 의도로 말한건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냥 좋아한다는 말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30분 정도 뒤척이다가 핸드폰을 보니까 문자가 왔더군요..

- 오빠.. 고마워. 나같이 별로 잘난것도 없는 사람 좋아한다고 해줘서 ㅎㅎ..
오빠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정말루 ^^"

그래도 싫은 소리는 안들었네요. 남들처럼 고백후에 껄끄러워지는 관계가
되는것 같진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 역시 말하는게 아니었던것 같다ㅋㅋ부담갖지 말구.. 그럴려고 말한거 아니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 부담 안 갖을게^^ 축구 보는거야? ㅎㅎ 난 과제때문에..



후우.. 고백한지 이틀이 넘어가는데
나아질줄 알았더니 오히려 더 마음이 뜨겁고 아픕니다..

수욜날 정동진을 가기로 했는데 이 아이 보기 민망할 것 같아서
별의별 핑계를 대가며 취소했는데.. 문자가 오더군요

- 오빠 자?
- 시간이 몇신데~ 이제 일어났구나? ㅋㅋ
- 응 ㅋㅋ 모해?
- 영화보고 있어~
- 재밌어? 근데 오빠 정동진 안가?
- 전부터 계획하던게 담주로 일정 잡혀서 미안~
- 그럼 7월가지 ㅎㅎ 미루면 돼
- 고향 내려가서 올라올지 안올지 모르겠어..
- 아 그래? ㅎㅎ 영화 잼께 봐~


자기때문에 못 가는줄 알고... 문자한거 같은데
부담 안느끼게 최대한 아니라는 쪽으로 핑계를 대긴 했는데
후우~


그 아이의 싸이에 가보니

다이어리에

- 아...

바보.


이렇게 적혀 있더군요.

나보고 하는 말인가 (-_-)....



근데 아무리 쿨해질려고 해도
전에 새벽에 면도하다가 베었다고 문자보냈을때..
담날 가지고 와서 손수 턱에 붙여줬던 밴드는.. 못 버리겠네요 ㅠㅠ


이거 좋아하고 고백한다는거..
처음해본건데 다시는 못 하겠네요 껄껄..

빨리 시간 가서 군대나 가버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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