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스물셋의 남자고, 학교 동아리 두 살 차 후배에게 그동안 오래 작업아닌 작업
(제가 사정상 휴학하고 지방에 있습니다. 서울은 어쩌다 몇주에 한번씩가고
후배도 많이 만나지는 못했죠.)을 해 왔었습니다.
작년 말 겨울부터 가끔씩(한달에 한 번 미만;;) 만나면서 (둘이 만난 적도 몇 번 안되죠;;)
오프라인 보다는 쵸재깅 방명록 위주로 친해져 왔습니다.
뭐 크리스마스 때 둘이 첨 따로 만났고, 방학 중 엠티 때 둘이 같이 하루종일 걸려서
지방서 엠티 장소까지 갔던 적도 있죠
(중간에 남이섬도 들렀다가;; 이게 사람들이 저희 도착전에 먼저 가서 아까워서
같이 간거긴 합니다-_-)
봄에는 언젠가 주려고 여기(후배 고향) 벚꽃을 따다가 책갈피도 만들어 놨었습니다.
그 동안 제맘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대놓고 보인적은 없었지만요.
그냥 친한 오빠로만 주위에 있었을 뿐이었죠.
지난 29일이 후배 생일이었는데 26일~28일간 여기 내려왔었습니다. 자기 집에요ㅋ.
어쨌든 짧은 일정인데도 굳이 저한테 연락을 해서 또 한 번 만났습니다.
근데 이번엔 느낌이 오더군요.. 얘도 뭔가 맘속에 있구나.
얘가 요새 욕먹는 그런 오빠 밥사주세요 스타일은 전혀 아니거든요;
생일 선물로 뭔가 준비했었다고 얘길하자 이번 달에 서울 올 때 꼭 갖고 오라더군요.
사실 책갈피만 주기엔 밋밋해서 책도 함께 언젠가 줄 계획을 세워놓았었는데
그날 책이 준비가 되지 않았었거든요. 책갈피 한 쪽면에 제 맘이 짧고 강하게 표현해놔서
그걸 주면 걔도 제 맘을 알테고, 사실상의 고백이 되거든요..
근데 문제는 그 다음날 부터입니다. 제 맘속에 여태껏 없던 검은 의혹이 가득 차요.
걔 맘에 대한 확신이 80%라면 제 맘에 대한 확신이 갑자기 절반이하가 된 겁니다.
스무살 때 제가 사겼던 여자도 같은 동아리 동기였는데 1년쯤 사귀다 헤어졌거든요
다시 CC.. 그것도 거의 제 대학생활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동아리 내에서 다시 커플이
된다는 게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구요..
또 제가 정말 좋아하는 건지에 대한 회의도 듭니다.
오랜 객지 생활에 외로워서 그런 건 아닌지..
또 동아리 왕고 선배랑 얼마간 사겼다 헤어졌던 것도 조금은 마음에 걸리는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제일 큰 건.. 7월에 올라가면 사정상 9월에나 다시 가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런 선물 주는 게 부담입니다. 뿐 아니라 자유의 몸이 되는 11월 말 이후에도
복학은 2학기 부터라 제가 서울에 있지 않고 집에서 보낸다면 정말 오래간 못보게 되죠.
괜히 마음은 전했는데, 혹시라도 일이 잘풀렸는데.. 한 달에 한 번 이렇게 보면
너무 미안한 일이라.. 며칠전 만났을 때 후배도 내년 2학기 복학이란 거에 꽤 상심해서..
사람은 정말 괜찮은데 정말 제가 좋아하는지에 대한 걱정과
앞으로 잘 못볼지도 모른다는 미안함...
또 사실 모든게 감일 뿐이지 아직 확실한 건 없다는 것도
같은 동아리 내 후배라는 상대앞에서 약해집니다.
주위에선 외모가 뛰어나지 않아서다(전 여자친구보다 안이쁘긴 합니다...만
전 외모는 따지는 편이 아니라;;), 정말로 좋아하는 게 아닌거다 등등 그렇게 얘기하지만
분명 생각하거나 만날 때 두근거리는 맘은 있습니다. 그런데도 망설여지네요..
하아. 어떡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젠 어떤 책을 줄지도 정했는데.. 과연 사서 가져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