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경어체 못지킨것에대해 미안하다고 생각합니다.
옛기억을 떠올리려니 그냥 옆사람에게 이야기 해주는 식으로 쓰는쪽이
수월할것 같아서요. 독자들을 무시하는건 절대 아니니 이해해 주세요.
98년 겨울이였어...
나는 그때 초등학교 5학년을 달리고 있었지...
나는 그당시 그닥 유행도 잘 안따르고 여자애들한테 인기많은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초딩이었지...
맨날 숨박꼭질 얼음땡 오락이나 할줄 알았던 정말 평범한 초딩이었어...
여자친구 같은건 생각도 안해봤고 부러울것도 없었었는데
그해 겨울에 같은반 어떤 여자애한테 고백을 받았지 뭐야...
그 여학생은 꽤 귀여웠고(그당시) 활달한 성격이라 남자 여자 모두 친구들이 많았던 친구였지.
'맘에든다. 사귀자'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으니 이상하게 떨리더라고...
참고로 나는 그전까지 여자친구 같은건 없었어.
내 대답은 Yes 였지...
근데 그당시 나는 정말 수줍음이 많아서 같은반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귀기 전보다
그애랑의 대화가 줄어들었어...
물론 싫어서 그런건 아니고 반아이들이 주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서 였지...
당시엔 펜팔이라고 하는 노트교환이 유행하고 있었는데(지금도 하는사람 있더라구)
그것만이 우리둘의 얼마안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지.
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글씨를 잘쓰는 편이거든...
하지만 글씨잘쓰는 어른들처럼 정자체...뭐랄까 한글프로그램에서 궁서체? 같은 체라
귀여운체를 트렌드로 삼고있는 펜팔시스템에 맞지는 않았어...
그래서 주위배경을 열심히 색연필같은걸로 꽉꽉 채워넣어 정성을 보여줬지.
그리고 그애집 편지함에다 편지도 몇번 넣어보고.
그 해 겨울은 따뜻하겠구나 생각했지...
그런데 방학을 앞둔 1주일새에 2가지 비극이 나를 찾아왔어...
학교끝나고 애들이랑 노래방을 가자는거야...
나는 당시 가요계가 어떤식으로 돌아가는지 전혀 알지 못했어...
가족들이랑 가끔 외식하고 노래방가면 학교에서 배운 동요찾기에 바빴지...
그래서 내뺄까 하다가 당시또 내가 교내 합창부에 몸담고 있었고 음악선생님도
나더러 노래 잘부른다라는 칭찬을 해주셨던적이 있어서 그걸 믿고 따라갔지.
애들끼리 노래방을 오니 떨리더라구...
애들은 모두 가요를 선곡했어,,,ref,룰라,현진영,hot,젝스키스 등등
나도 이름정도는 들어봤지만 노래를 모르니 선곡안하고 그냥 탬버린만 치고있었지.
그때 그애가 나더러 같이 노래를 부르자는거야...
젝스키스-커플...
알고있을턱이 있나...
친구들이 나가서 부르라고 부추겨서 일단 나갔는데 노래는 못부르고
허밍(입다물고 음만내는거...맞나?)으로 음만 맞춰줬지...
노래는 결국 그애 혼자부른거야...
노래방에서 나온뒤 그애는 나더러 따지더라고 꽤 흥분된 목소리로 너 아는노래도 없냐고...
미안하다고만 했지...
다음날 학교에서 처음 그애가 고백했을때와 같은형식으로 편지를 나에게 보냈어...
내용은 정반대...헤어지자...
내가 표현이 서툴렀을뿐 그애를 진심으로 좋아하긴 했는데 편지를 받자마자
울컥하는걸 간심히 참았지...
그리고 씁슬히 웃으며 받아줬고...
젠장 그당시 얼음땡 숨박꼭질 오락도 제대로 손에 잡히질 않았어...
방학을 하기 하루인가 이틀전 나는 미치기 일보직전까지 가게 했던 그애의 멘트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
학교 계단을 오르는데 그애가 친구랑 얘기를 하고 있더라고...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려는데 내얘기가 나와서 몸을 숨기고 엿들었지...
그내용은 즉 나랑 사귄이유가 첫사랑을 넘기기 위한것이었다는 거였어...
왜 있잖아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는말...
얘기를 계속들어보니 그애는 이미 나랑 사귀기 이전에 좋아했던 남학생이 있었는데
자신도 누굴 사귀어본 경험이 없는터라 일단 첫사랑의 고비나 넘기자고 나에게 접근한거였어.
그리고 그애는 마지막 한마디고 쐐기를 박아버렸지...나랑 사귀는게 귀찮았다고...
나는 그걸 들은 순간 분노의 화신이 되어버렸지...
그간 내정성은 전부 뻘짓이었다는 생각에 눈물도 나더라고...
매일매일 그애애게 저주를 퍼부었어...
중학교는 서로 다른데 다녀서 만날일이 없다보니까 저주같은건 퍼붓지 않았지만
가끔 그애가 생각날때마다 저주를 퍼부었지 오크녀처럼 변해서 버림받으라고...
고3때인가...시간이 많이 흘럿지...
이제 저주따위는 퍼붓지도 않고 그때의 기억을 추억으로 여길 수 있었어...
싸이월드에 동창생찾는 기능이 있길래 나는 초등학교 동창생들을 심심해서 뒤져보았지
어떻게들 사나...
그애 미니홈피도 있더라고...
이상하게 두근거리더라고 미니홈피 들어가는데...
들어가보니...
지져스...
나는 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어...
그애애게는 미안하지만 종족 판독이 힘들정도였지...
지금의 나는 꽤 예쁜 여자친구도 있고 흡족한 생활을 하는데 너는뭐냐 하면서
통쾌할줄만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더라고...
이상하게 미안해지는것 같애...
내가 퍼부은 저주땜에 그런것 마냥...
보통여자애 미니홈피에보면 남자들이 방명록같은거 1촌평인가? 암튼 그런거 많이 남기곤 하는데
정말 하나도 없었어...아니 한 두개 있던가? 남녀공고 인데도 말야...
수능끝나고 바로 그애랑 연락이 닿아서
내가 술한잔 샀지...
어차피 시간이 지났으니 그애한테 위에 쓴글내용이랑 똑같이 얘기해줬지
그때의 내심정까지...
나도 성격이많이 변해 이제는 여자한명쯤은 즐겁게해줄 입담레벨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애는 좀처럼 웃질 않고 술만 마셔대더라구...
그 활달했던 성격도 볼 수 없었어...
그냥 옛날얘기에 고개만 끄덕끄덕거리고 내가하는 유머에 못미더운 미소정도만 짓고...
그 후로 지금까지 1년동안 연락을 자주하는데 아직까지도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거 같애...
빨리 예전의 활발하고 자신감이 넘쳤던 그애로 돌아갔음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