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물두살이 된 대학생인데요
같은과 후배 한 명이 저를 좋아해요 ㅠ
제 같은과 베프한테 "야 횽아가 고민이 있다.. 횽아 생각엔 누가 나를 좋아하는 거 같아." 했더니
"우리과냐?"
"응."
"xx구만.."
하고 바로 나올 정도죠- _-;;
상황이 어느정도나면요
기말고사가 끝나고 전 계절학기 때문에 집에 안내려가고 학교근처 제 자취방에서 서식을 하고 있는데
어느날 밤 한시 반쯤에 문자가 오는 겁니다.
교양과목 같은 조 사람들이랑 술한잔 했는데 차가 끊겨서 좀 재워달라고요.
아니 뭐 제 동기들이야 워낙 친하고 스스럼없이 대하는지라
여자애들이 제 방 와서 가끔 자고가기도 하고, 다음날 제가 아침수업이라 나가면
늦게 일어나서 알아서 밥차려먹고 재워준 보답으로 설거지랑 빨래랑 청소까지 해주고 가기도 합니다만
여후배가 남자선배한테 재워달라는 건 일반적이지 않잖아요.
그래서 학교근처에 네 동기여자들 누구랑 누구 사니까 먼저 연락해보라 했더니
한명은 답문이 없고 한명은 안친해서 안된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그냥 피시방에서 밤을 새겠대요
그래서 선배된 입장에서 후배를 날밤까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냥 오라고 해서 재워줬어요
후배보고 침대에서 자라고하고 전 바닥에서 자고
그랬는데 대략 일주일 후 크리스마스날에
10시쯤 일어나서 밥먹고 씻고 학교올라가서 공부나 하려는데 (암울한 인생ㅜ)
갑자기 문자가 왔어요 집에 있냐고
있다고 답문하니까 10분후에 현관앞으로 나와보래요
그래서 옷입고 모자쓰고 나갔더니 현관앞에 조각케이크 하나가 있는거에요
케이크 발견순간 동시에 '저번에 재워줘서 고맙고 미안해서요 맛나게 드세요'라고 문자가 왔어요
아 근데 솔직히 저정도면 누구나 눈치를 채잖아요
크리스마스날인데 단지 재워줘서 고맙다는 이유만으로는 저게 안되니까
그리고 평소에서 하는 행동이.. 제 친구들이 봐도 티가 나요...
문자도 '오빠 뭐하고계세요 갑자기 오빠 생각이 나서요'
'방금 영화다운받아보는데 오빠랑 조인성이랑 닮은 거 같아요 ㅇㅅㅇ'
........
참고적으로 저 절대 조인성 안닮았습니다..
여튼 제가 보기에 걘 그저 착하고 귀여운 후배일 뿐이거든요 단지 그뿐이라서
고민을 좀 했죠
근데 며칠후에 걔가 밥을 사달래요 저번에 사주기로 하셨잖냐면서
그래서 생각해보니까 제가 지나가는 말로 후배들한테 밥사준다고 했었던 게 기억났어요
그냥 뭐 남여가리지 않고 대여섯명쯤 있는 자리에서
"이제 내년되면 나 휴학하니까 너네 못보겠네.. 내려가기 전에 각자 밥이나 한끼씩 사줘야겠다."
요런식으로요
아 그래서.. 진짜 얻어먹게? 했더니 "쳇..안사주실거면됐어요"이러기에
또 차마 "응 안사줄게."이러진 못하고 사준다고 했어요
그래서 걔가 학교앞쪽으로 와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보통은 '비싼거사주세요'이게 정상인데
'분위기있는데서 사주세요'라고 문자가 오더라고요 ㅡㅡ
그런데..6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안오는겁니다.
그날따라 추워서 '야 춥다 ㅠ 언제오냐'문자를 보내니까
'예쁘게입고가느라고요ㅠ십분만요'라고 오더라고요
결국 한 15분쯤 후에 와서..
울학교주변이 삭막해서..몇개없는 나름 분위기 있는 [나름일 뿐입니다.]
곳에 데려갔어요.
그냥 뭐 돈까스나 파스타 같은 거 파는 곳.. 식사가 6~8천원쯤 가는 그저그런데요
그랬는데도 와 저 이런데 처음 와봐요. 하면서 막 들뜨고..
음식나올때까지 뭐 이런저런 얘기하는데
애가 지 한마디 하고서는.. 나 말하는 거 기다리듯 얼굴을 똘망똘망 쳐다보기에
민망해서 그냥 뭐 학점얘기..ㅠ 우울하게 하는데도 애가 계속 쳐다보고..
심증이 100%로 높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아무래도 이건 얘를 위해서라도 뭔가를 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넌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 아님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물었더니
자기는 자기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좋대요.
그리고 제 예상대로 저한테 똑같이 묻더군요
그래서 전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 아 물론 누가 나를 좋아해주면 그건 고맙고 기분좋은 일이긴 한데
그냥 그뿐인 거 같아. 여튼 사귀기 전까지는 그냥 남이니까. 대신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사귀기 전에도 그냥 남이 아니고, 사귀게 되면, 그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하기 위해서 애쓰는게
힘들어도 행복할 거 같아. 뭐.. 남이야 나를 좋아하고 있건 말건.."
요렇게 말했죠.
표정이 시무룩해지더군요
말의 저의를 대충 알아차린듯.
그날은 그렇게 저녁먹고서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끔씩 후배들이나 동기들한테 문자를 보내곤 했어요
물론 단체문자..
집에 내려가는 길이나.. 공강때
"-_ㅜ 심심하다..뭐하니?"이런 정도..
그럼 그 전에는 걔가 "꺅 오빠다 ㅇㅅㅇ 저는 지금 그냥 과제하고있어요."
요런식이었는데
그 일 이후로는 "공부해요. 오빠도 공부하세요."
"와 ㅠ 너무 매정하다."라고 하면
"오빠 이런문자는 여자친구생기면 여친한테 하는거에요.후배가아니라"
이런 식으로 문자가 오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계절학기가 끝나고 집에 내려왔고
그 애는 이제 뭐 잘 정리된 줄 알았어요
걔가 저때문에 힘들어하는 거 같아 보이긴 해도.. 지가 잘 정리할 줄 알았죠.
그런데
설날에 문자가 온겁니다..오후 다섯시쯤에
자기 알바하는데 심심하다고요.
한동안 문자를 안하던 앤데..
그래서 그냥 뭐 문자를 주고받는데
제가 장손이고 또 그래서..워낙 바쁜지라
문자를 띄엄띄엄 보내줬어요. 막 한시간 걸러 보내고.
그런식으로 한 여덟시까지 대여섯개쯤 주고받았는데
열시에 알바 끝난다고 했었기에
열시 반 쯤에 '이제 알바 끝났겠네?'했더니
새벽 한시에 문자가 온 겁니다.
알바 끝났고 문자 지금봤다고..그래서
힘들었겠네 씻고 푹 자~ 했더니
왜 답장을 늦게 하냐고-_-..답장 안하는줄 알고 핸드폰 안보고있었다고 하네요-_-;;
그래서 '아 ㅠ 미안'했더니
'몰라요 정말 나빠'
라네요-_-;; 어이없어서
[나쁘긴 내가 뭐가 나빠 ㅋㅋ]했더니
[저도 제가 왜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죄송해요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잘자려무나]하니까 뜬금없이
[서울 좀 오세요..!]
해서
제가 워낙 캐릭터가 말많고 활발하고 그래서
[아 또 xx이가 오빠가 많이 보고싶구나 ㅋㅋ]했어요..
원래 주위 여자애들한테도 전 잘 이러거든요
그럼 친구들이 [아니 니 지갑이 보고싶다 ㅋㅋ]나 [지랄도 과하면 병이라던데..]이런 식으로
넘어가고..다 제 성격이 원래 저래서 그런건지 아니까..
근데
[짓궂으세요 정말 몰라요 오실려면 오시고 말려면 마시고
그런다고 안오실 건 아니죠?]
라네요-_-;;
아 여기서부터 다시 골치아파졌어요..
얘가 다시 시작이구나..
뭐 그래서 대체 왜 계속 오라고 하냐 하니까
그냥 뭐 어떻게 지내는 지 보고싶다고..오빠는 저 어떻게지내는지 안궁금하냐고하네요..그래서
[나도 궁금하지 ㅎ 내 선후배동기들이 다들 어떻게 지내는지..]
라고 답문을 썼습니다.
나도 너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라고 하면 오해할까봐
'너는 나에게 그저 후배중 하나일뿐..'이라는 의미를 담았죠
그러니까.. 저는 궁금한 선후배동기중 하나일뿐이군요..안녕히주무세요
랍니다
그래서..대충 이해했나보다 하고서 그래 잘자라 하고 문자를 하니까
[전 왜 이렇게 자꾸 꼬이고 안되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제맘을 모르겠어요 죄송해요 안녕히주무세요]
랍니다-_-하아...
본인이 대놓고 직접 고백을 하면
저도 직접 말을 해주면 되는데
본인이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는상황에서
나 너 후배로밖에 생각 안하니까 그만좋아해...이렇게 말할 순 없잖아요 ㅠㅠㅠ
이런말하면 자기자랑같고해서 미안하지만
제가 키가 184에다가 얼굴도 솔직히 부족하진 않은듯 합니다.
그래서 고백도 꽤 받아봤고...사귀기도 여러명 사귀어봤고 한데..
이렇게 좋아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대놓고 말을 이리 오랜동안 안하는 사람은 또 처음이네요..
일반적으로는... 그냥 대놓고 고백을 하거나
내가 눈치를 챘어도.. 그냥 별로 티 안나게 굴거나..
티나게 해도 그 기간이 길지 않고 곧 고백하는 경우... 이정도여서
저런 경우는 처음이에요..
저도 은근하게 거절의 마음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래서 전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다고도 해보고
키 큰 사람이 좋다고도 하고 (갠 키가 160남짓밖에 안돼서..)
난 연상 연하 다 별로고 동갑이 제일 좋다고도 하고
그냥 선후배동기중 하나일 뿐이라고도 하고..했는데도
어떻게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듯 하네요.
같은 동아리활동을 하기도 하고
참 착하고 귀여운 후배라서...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요 ㅠㅠ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