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렇게 사귀는 사람도 있다고요...

테드로도톡신 작성일 07.05.09 11: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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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평범하지는 않은 저의 이야기입니다..

 

 가족은 4인이지만 외가를 모시고 있기에 17인의 확대가족입니다.

 어릴때부터 가족들에게 많은 기대를 받으며 자라왔습니다.

 그 덕분에 자존심이 지나치게 강해져버렸죠. 남에게 지는건 절대로 싫어합니다.

 그래서 항상 자신에게 혹독한 편입니다. 무엇을 하던지간에 "한계에 도달해서 쓰러질 때"까지 몰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 스스로 몰아세운 경향도 있지만, 주변에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도 있죠.

 

 제 "자신만의 길"이 주변사람에게는 "자신감"으로 비춰지는 모양입니다.

 

 덕분에 학생때의 성적은 좋았습니다. 꽤 상위권에서 맴돌았죠.

 운동역시도 좋아했었고, 노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학교에선 우등생이었고, 밖에 나가면 노는애 취급당하고...

 교사와 싸우거나 사고를 쳐서 교무실에 불려가, 교감선생님과 면담중에 상장수여 때문에 풀려난적도 몇번 있습니다.

 캐나다인 영어교사와 영어로 말다툼하다가 끌려간적도 있네요.;;

 모든 면에서 남에게 지기 싫었습니다.

 자신에게 혹독하게 대했고 그로인해 주변에서 들려오는 칭찬소리를 즐기며 살았습니다.

 

 역시나 그 때문인지 자신만의 세계가 너무 강합니다. 너무나도 보수적이고 혹독한 잣대를 가지고 있지요.

 

 밖에선 항상 웃어주고 친절하게 행동하기에 "착하다"라거나 "밝다"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나 혼자 있거나 마음을 연 친구, 혹은 가족들은 "잔인하고 성격이 더럽다. 진짜 적응하기 힘들었다"라고 말합니다.

 

 키는 180에 조금 못미치고, 외모도 여자들에겐 항상 기준점정도 입니다.

 "저 정도라면 사귀겠다"거나, "저 정도면 이쁘게 생긴편이다" 정도입니다.

 항상 밝은 표정에 다소 껄렁한 모습, 공부는 잘 하는편이었기에 나름대로 이성이 가지고 있던 이상형에 부합했습니다.

 덕분에 여자친구는 저를 좋아한다는 애들중에서 가장 좋은 애로 골라서 사귑니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생겨버리면, 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덕분에 짧으면 한달, 길어야 6개월이 한계였죠.

 항상 헤어지면서 들었던 이야기가... "나로서는 도저히 못맞춰주겠다." 라는 식의 이야깁니다.

 

 그러다가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난게 03년도 입니다.

 여자친구는 만화에 빠져지내던 평범한 실업계 여고생이었습니다.

 키는 작고, 얼굴은 평범합니다. 자신을 꾸밀 줄도 모르고 공부도 못하는 편인데다가, 소심하고 내성적입니다.

 어쩌다가 채팅 도중에 같은 동네에 살고 있던 여자애를 만났고, 같은 애를 친구로 두고 있었기에 궁금해서 만나본 애입니다.

 

 6년간 만나오던 '오빠'가 있었습니다만, 저에겐 2달간 여자친구가 없던 공백기간이 있었기에 작업을 걸기 시작했고,

 결국 2주만에 제 여자친구가 됐습니다.

 "내가 너랑 사귀는 기간은 2달뿐이다. 어차피 너보다 예쁘고, 키 크고, 머리좋은 애들도 내 주변에 널리고 널렸다. 2달후엔

 다른 애랑 사귄다." 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도 원래 있던 남자친구까지 내팽겨치고 오더군요.

 

 별로 진중하게 생각한 관계도 아니고 잠시 시간이나 떼울까 싶어서 만난 애였건만...

 주변의 반대가 지나치게 심했더랍니다.

 저희 집에서도 그렇고, 제 친구들도 여자친구를 불러다 놓고

 "네가 지금 OO이랑 어울린다고 생각하냐? 그냥 헤어져라" 라고 말했었다더군요.

 물론 저에게 직접 말하기도 했습니다.

 

 웃긴건 여자친구 쪽 가족들도 

 "네가 저런 불량한 애랑 어울리는건 반대다." 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런 이야기가 들려올수록 제 고집을 자극했습니다.

 그렇게 반대속에서 처음에 말한 두달이 훌쩍 지났고, 여자친구를 불러다 놓고

 "생각이 바뀌었다. 끝까지 간다." 라고 말했습니다.

 

 저야 항상 제 길을 걸을 뿐이었습니다만,

 여자친구는 자신의 꿈을 접어야했고, 자신의 가족들에게 비난 받았으며, 저의 가족에게 무시당했습니다. 

 

 제 성질머리 받아주는 걸로도 힘들어하던 대다수의 애들과 비교되기 시작하더군요.

 누군가 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했던 여자가 있었던가... 그래서 저도 조금씩 배려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아, 여자친구가 만나던 예전의 남자친구요?

 물론 해결했습니다. 만난지 2주째정도 였던가...

 제가 밤늦게 운동하고 있던날에, 여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오더군요.

 지금 예전 남자친구와 같이있다고... 그 당시의 제 대답은 참 재미있었습니다.

 " 어쩌라고? 아직 얼굴보냐? 그놈이랑 계속 만나고있어라. 내가 너한테 신경써줄 이유는 없으니까."라고 끊어버렸습니다.

 

 예전의 남자친구에게 울면서 저에게 보내달라고 했었나봐요.

 혼자 집으로 오는 길에 울고있는 여자애와 이전 남자친구가 저를 기다리고 있더랍니다.

 

 여자친구는 제발 보내달라고 계속 울면서 사정하고 있고, 이전 남자친구는 씁쓸하게 보고 있더군요.

 처음에는 절 한대 치려고 했었나봅니다. 근데 여자친구가 대성통곡을 했다더군요.

 제가 둘다 죽일지도 모른다라는 이유로...부들부들 떨더랍니다.

 

 둘이서 그러고 있는걸 보니까 배알이 꼴렸습니다.

 여자친구에게 "귀찮으니까 꺼져라"라고 이야기 했고,

 남자친구에겐 "데리고 갈 수 있으면 데리고 가시죠. 자꾸 내 눈앞에 보이면 찢어죽여버릴 것 같으니까..."

 라고 말했습니다.

 

 이전 남자친구는 포기하더군요. 저와는 다르게도 여자친구를 많이 좋아했었나봅니다.

 이제 안 만날테니까,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서로간 주고 받았던 연애편지들과 나름대로의 추억이 있어보이는 사진들을 건내받고 그 자리에서 찢어서 태워버렸습니다.

 

 그리곤 " 알았으니까 마음대로 하시고, 귀찮게 하지마쇼. 제가 이런걸로 시간 뺏길 이유도 없고. 같이 어딜가든 좋지만 그 때문에 이 녀석이 무슨 피해를 보든 알아서 하시길..." 이라고 말하곤 집에 들어왔습니다.

 

 그 이후로 전화 두세번 오고 나서는 연락 두절이더군요. ㅋ

 

 

 

 뭐 그 이후로도 집안의 반대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여자친구에게 정도 많이 들었고요.

 해가 지나면서 지.랄맞던 성격도 어느정도 밝아졌습니다.

 제 성격이 밝아지면서 여자친구도 이제 절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작년까지만해도 너무 무섭고, 두렵고, 무관심에 외로워서 정신과에서 약물 치료를 받았었다더군요.

 아직도 절 무서워하는 여자친구의 친구에게 들은 이야깁니다.

 제가 몰아세우긴 했었나봅니다.

 

 그러고 보면 언젠가 여자친구의 손목에 칼로 그은 상처가 생겼던 적도 있었네요.

 여러번 그어놔서 그은걸 다 합쳐두니 30센티가 조금 넘더랍니다.

 그날 딱 30대만 뺨을 때리고 난후에, 저도 옆에 있던 칼로 그것만큼 제 팔을 그어버렸죠.

 

 

 그래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별별 이상하고 해괴한 꼴을 다 당하고도, 그렇게 저한테 무시당하고도 아직도 제가 좋다고 하는 여자친구를 보고있으면

 그냥 웃음이 납니다.

 

 아직도 두 집안은 서로를 탐탁지않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체념했는지...

 좋은 점을 찾으려 애쓰고 있는게 보여요.

 

 시작도 좋지 않았고, 전개도 대단히 나빴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저는 많이 밝아졌고, 여자친구는 많이 대담해졌어요.

 비온뒤에 땅 굳는다고 하더군요. 이제는 이보다 소중한 인연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수 있는게 없어졌어요.

 그놈에 성질머리도 없어졌고, 들쭉날쭉하던 마음도 차분해졌네요.

 아직도 남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지만, 이제는 편안히 쉴 수 있는 안식처를 갖고 있습니다.

 

 짚신도 제 짝이 있다던가요... 굳이 의도하고 자신을 바꾸거나 하지 않아도, 자신에게 꼭 맞는 누군가는 반드시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으로 인해 서로의 장점을 닮아가는 거겠지요.

 

 비록 지금이 혼자라도, 걱정하지마세요. 모든 일은 순리대로 흐르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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