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은 외모를 극복한다...할까?

sirang 작성일 07.06.08 14: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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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이 펜타곤인 친구가 있었습니다. 대학교 동기였죠. 그의 이와 같은 별명은 그의 얼굴형태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얼굴정면이 거의 완벽한 5개의 꼭지점과 5개의 직선을 가지고 있는 5각형이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양쪽 턱에 붙은, 고래힘줄도 끊어버릴 것 같은 강인한 턱근육 덕분에 아래변이 무척이나 긴 기형적인 5각형을 구성하고 있었지요.   눈과 코가 카멜레온의 면상을 떠올리게 하였고, 치아가 워낙 튼튼하고 거대하여 입을 다물 수도 없을 정도로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어서 워크래프트 제작자들인 블리자드사에서 괴물 캐리커처를 위해 모델로 초빙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닌가 싶은 외모의 소유자였지요.   이런 식으로 친구의 외모를 표현하는 것이 그다지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나 이 사건을 말씀드리기 위해선 꼭 말씀드려야 하니  언짢으시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하튼 이 친구가 비록 외모는 전국구(?)였으나 성격은 여성스러운데다가 A형의 단점으로 간주되는 모든 성격을 한몸에 담뿍 가지고 있는 아이라서 그다지 사교적이지를 못 했습니다. 오죽하면 고등학교 때 여고생들에게 상습적으로 돈을 뜯겼을까요...면도날이 비록 날카롭다고는 해도 말이죠.(체구가 작은 편이었습니다...)   이 친구는 그러한 외모, 성격으로 말미암아 어느 정도의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랑 그다지 친하지는 않아서 속내를 들은 경우는 많이 없었지만 최소한 옆에서 제가 지켜 보기엔 그랬지요. 룸메이트에게만 유일하게 맘을 터놓는 그런 아이였는데 그 룸메이트가 저랑 무척 친해서 어떤 얘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친구가 워낙 외모에 자신이 없어서 항상 이성을 향한 갈증을 인터넷 채팅으로 해소했지요. 그래도 자기애가 강한 친구라서 다양한 취미도 많았고 음악외 몇몇 분야에 마니아적인 지식도 많았던 터라 채팅에서 한 여자분의 맘을 살 정도가 되었던 겁니다.   이 친구는 경상남도, 이 여자분은 전라도 사람이었는데 거의 1년간을 채팅만으로 사랑을 키워나갔습니다. 남자는 애초부터 여자에게 결코 오프라인 상의 만남은 없어야 한다고 못을 박은 상태였고 여자도 동의했었지만 점차 사랑이 깊어지면서 여자는 남자가 너무 만나고 싶었나 봅니다.   당신의 영혼을 죽을 만큼 사랑하는데 어찌 육체의 형태에 연연하리요...진정한 플라토닉한 사랑을 이뤄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1년간 보여준 한결같은 고운 심성과 배려로 인해 난 이미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빠졌다...   등등의 논지로 여자가 남자를 반년간 설득한 것이었습니다. 너무 만나보고 싶다고. 상처받은 영혼의 소유자였던 남자도 그녀의 간곡하고 애절한 설득에 맘을 열게 되었던 것입니다.   어느 화창하고 포근한 가을의 주말..(차라리 비라도 오지...) 그녀가 남자가 살고 있는 도시로 버스를 타고 왔습니다. 얼마나 설레었을까요.   지하철 어디 몇 번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을 남자를 떠올리며 발걸음도 사뿐히 걸어갔었을 겁니다.   이 친구가 그렇게 지하철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딱 그 여자다 싶은 사람이 나타나더랍니다. 1년간 영혼을 공유한 만남을 가진 사람인데 딱 얼굴 보면 알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야말로 순간이었습니다. 이 모든 일이 1초안에 이뤄졌는데.   1. 그 여자가 남자의 얼굴을 보다   2. 그 남자가 그 남자라는 것을 깨닫다.   3. 뒤로 벌러덩 자빠져 엉덩방아를 찧다.   4. 벌떡 일어나 엉엉 울면서 지하철로 다시 도망가다.   그러고는 영원히 연락이 끊기었습니다. 그 친구는 단지 그여자를 무척이나 환영하는 미소를 지어 주며 팔을 벌리고 있었을 뿐인데 그 여자는 진달래 꽃 자근자근 즈려밝고 줄행랑을 쳐 버린 것이었습니다.   마치 실성한 골룸을 바라보는 프로도의 하인 '샘'의 비난과 역겨움과 분노를 골고루 버무린 듯한 그 여자의 자길 보던 눈빛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말 한마디 못해보고 그냥 떠나 보냈던 이 친구의 안타까움과 배신감을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참고로 여자는 외모가 보통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그러한 이야기를 토해내는 그의 악다문 턱에 생생하게 아로새겨진 근육 덩어리들의 분노의 절규가 우리의 가슴마저도 답답하게 만들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그 때 받은 상처로 인해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어떤 여자와도 접촉을 거부한 채 혼자만의 삶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영혼을 공유하는 사랑은 개뿔이었던 겁니다. 최소한 이 친구에게는. 그 여자분. 엉덩방아 찧으시고 엉엉 울면서 돌아가신 그 여자분. 그 사람이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닌데...벌러덩 뒤로 자빠지긴 왜 자빠져요?..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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