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어긋나기 시작한 걸까요..;;;

지옥_토끼 작성일 07.09.21 03: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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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에 잠도 안 오고..

평소 기웃기웃하던 여기에 찾아와 글을 쓰게 됐네요..

에혀......

 

그 녀석과 사귄건 오늘로 60여일째..

알바한 돈으로 한달 반짜리 여행겸 어학연수를 갔을 때 만났습니다.

졸업을 앞둔지라 처음 해외로 나가볼겸 갔던거죠.

암튼 처음엔 그 녀석이 다른 남학생들과 노는게 좀 싫다 싶었을 뿐이었는데..

어느 순간 마음이 정해지고 점점 발전.. 결국 사귀게 되었죠..

 

근데.. 사귀고 보니 이 녀석..

정말 애교 없네요.;;

 

처음엔 만나자고 조르지도 않고 무리한 부탁따윈 하지도 않고..

사실 편했죠.. 예전에 만났던 애들과 또 다른 느낌인지라..

한국에 와서도 고작 4번 봤습니다.. 그것도 세번은 제가 애가 타서

친구랑 놀다 오는 거 에스코트로 집에 모셔다(?)드리는 고작 30분 정도.;;

해외 연수 다녀온 지 얼마 안 됐으니 친구들 만나겠다는데 데이트 정도는

좀 미뤄두자는 심산으로 그러려니 했었죠.

 

언제부턴가 전 개강을 하고 그 녀석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볼 기회는

거의 사라져, 오늘로 3주째, 통화만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비가 많이 왔어요. 그 녀석이 알바시간일텐데 전화를 했길래 왠일인가 했더니

우산이 없다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으로 와달래요..

학교에서 공부하다 말고 전철로 한시간 반을 걸려 찾아갔습니다.

간만에 보니 너무 반갑더라구요. 에스코트도 익숙해지니 불만도 없었구..;;;;

 

알바하는 곳 코앞이 버스정류장이라 우산도 한 2분 썼나..

암튼 그렇게 버스를 기다려 탔는데.. 타기 전부터 주고 받던 문자를 계속 릴레이 하네요..

뭔가 해서 말도 못 붙이다가 슬쩍 보니 오빠 어쩌구 저쩌구....;;;

 

뭐야 이거;;;;;;

 

그래도 자존심은 있으니 좀 기다리다가 "누구야?"하고 슬쩍 물어봤죠..

묵묵부답..

못 들었나? 또 한번 "누군데?"

이번엔 들었나.. 근데.. 왜 대답 안 하고 핸드폰만 슬쩍 치우냐.;;;;

 

아무튼 3주만에 만난 그 녀석을 문자질에 뺏긴채 그 녀석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10분 정도 조용히 타고 갔더랬죠.. 이젠 슬슬 기분도 상한 제가 다시 묻자,

알바하는데서 만난 오빠랍니다. 아, 그래? .. ....

그리고 계속 되는 릴레이..

 

이젠 기분이 많이 상했습니다. 그래서 만원 버스에서 남들 시선 안 받도록

그녀석만 들리게 "이제 문자 좀 그만 보내지?" 하고 말 했어요..

또 묵묵부답....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하기 5분 전쯤.. 20분을 이어지던 릴레이도 끝났는지

핸드폰을 가방에 넣더군요. 기분이 상할대로 상한 제가 가만히 있으니

살짝 살짝 말을 거는데.. 왜, 그렇잖아요.. 자존심 다 구겨가며 눈치 줬는데도

아랑곳 않고 딴 남자와 보란듯이 문자주고 받는 녀석을 보며.. 대화할 기분이 나겠어요?

 

아무튼 버스를 내려 아파트에 도착, 주위에 사람도 없겠다, 말을 했죠.

혹시 아까 내가 한 말 못 들었냐.. 그랬더니 응, 그러면서 대뜸 "미안해" 딱 한마디 하네요..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차 끊겨. 얼른 가."..

 

.... 매일 밤 알바 끝나고 버스 타고 가는 길, 심심하지 않도록 꼭 시간 맞춰 전화해선

1시간 가량을 통화했습니다. 만나자고 해봐야 알바때문에 안 된다는 말도 당연한 거라

생각하며 견뎌냈습니다. 연애라는게 시작하고 얼마 안 된 때는 얼굴 못 봐 안달 나는

그런 거잖아요.. 근데, 그 쪽이 시큰둥하니 제가 목매다는 것도 웃기고.. 그렇게 견뎠는데..

 

차끊기니 얼른가란 말을 듣고 나니 제가 참 비참해 지더군요..

뭐야.. 난.. 비서냐.. 그냥 악세서리야? 정말 진심으로 우산'만' 필요했었구나..

이런 생각 저런 생각..

하도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몇 마디 말 못하고 돌아와 버렸습니다..

 

버스 막차를 타고 1시간 반을 와야 하는 길..

버스에 오르니 10분쯤 뒤에 문자가 오네요..

사과하려는 건가 하고 보니 '오늘 고마웠어. 잘 가..' 라네요..

 

연수 갔을 땐 다른 사람 마음을 참 잘 헤아려 주는, 맘씨 착하고 속 깊은 녀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제 마음은 이렇게 모르고.. 또 알고 나서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는 이 녀석..

 

제가 부족하고 또 제겐 과분한 녀석이란 생각은 항상 해오고 있었지만..

이렇게.. 이렇게 되어버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거기 까진 생각을 안 해놔서

지금 참 기분이 상하구.. 어리둥절해요..

 

........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제 옆에선 다른 남자랑 문자 릴레이 정도는 안 해주는게 옳지 않나요?

옆에 앉아서 40분을 조용히 간 제가 참 불쌍해 보이는 오늘 밤입니다..

 

 

잉....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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