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답답한 마음에 이 곳에 글을 올렸었어요.
3주만에 만난 제 앞에서 알바 같이 하는 오빠와 문자 릴레이하는 바람에 정작 대화도 많이 못하고..
전 속이 타서.. 그래서 힘들었다고 썼었죠..;;
그 날, 글을 올리고 새벽이 다 되도록 담배만 피워댔지만..
담배를 아무리 피워도 머리 속에 맴도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더군요..
다른 땐 담배 연기처럼 피워올랐다가 흩어지곤 했는데..
어제도 그제도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제 얘기를 좀 했었어요..
먼저 얘기 꺼내기는 참 싫은 일이었지만..
10년을 가깝게 지내온 이 친구들이라면, 제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 줄 것 같았어요..
그런데 다들, 부정했어요.
한 놈도 빠지지 않고 쉽게, 아주 강하게.. (제 눈엔 그렇게 보였어요.)
'네가 더 노력해야 네 것이 될 수 있는 거야..'
'매일 볼 수만은 없는 거잖아. 어른의 연애라면 그렇게 쉽게 포기해선 안되잖아..'
저 이런 말들 듣고 싶었거든요. ^-^;;
그런데 아무도 제 마음에 드는 말을 해주지 않았어요..
어제는 참 오래 알고 지낸 여자 아이와 상담도 했어요.
예전에 다른 사람을 사귈 때도 참 많이 도와주었던 녀석이라
또 다른 답을 내어 줄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그녀도, 지금의 절 부정했어요.. 이건 아니래요..
오늘로 68일.. 제 핸드폰의 D-day가 분명 그렇게 적고 있는데..
한국이 아닌 그 곳에서 계획했던 여행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내년의 7월이 얼마나 행복할까를 얘기했던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데..
토요일은 그 녀석이 휴일을 얻어 오랜만에 제대로된 시간을 함께 보내기로 했었어요.
인터넷을 뒤져가며 찾아낸 공원들이며 식당들, 홍대 앞 멋진 재즈바도 친구에게
추천 받고 미리 현금도 찾아두고.. 오후를 기다렸어요.
어찌된 일인지 연락이 되지 않다가.. 급한 일이라 나올 수 없다는 문자를 받고 말았어요.
괜찮았죠. 일요일이면 그 녀석 친구 커플과 교외로 나가자고 이주일 전부터 약속한
날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어제 저녁에 문자로 비가 와서 다 같이 노는 건 다음으로
미뤘다는 연락을 받았죠. 전 오히려 기분이 좋아서 둘이 오랜만에 만날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했죠. 모든 고민을 뒤로 젖혀두고 둘만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 채 빙글댔었어요.. ^-^
근데, 저 지금 집에 있어요. ㅋ 아침부터 연락이 안 되네요..
조금 전 까지도 인터넷으로 공원 약도와 명동까지의 교통편, 혹시 비가 올까봐
어떤 영화를 어디서 볼지도 수첩에 적어두고 있었는데..
끝내 전화기는 꺼져 있네요.. 오늘이 약속했던 일요일인데..
너무 많이 하면 안 될 것 같아 대 여섯번 걸었는데.. 계속 꺼져있어요..
오늘도 집에서 쉬게 될 것 같아요..;;
..........
어젯밤.. 그 녀석과 항상 통화하는 시간에 전화를 걸었었어요. 그리고 5분 정도 지났을까..
제가 하는 말을 자꾸 되묻길래 "안 들려? 피곤해?" 하고 물었는데.. 그냥 응.. 하더니
피곤하니 내일 통화하자고 했었어요.. 저, 나름은 피곤하다는 녀석을 붙잡아 두기 미안해서
몇 마디 더 하고 인사하고 끊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통화 중 문자가 몇 통 와서 그걸 확인하느라 제 얘기 몇 번 되묻고..
또 그 문자의 주인과 통화를 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드네요..
왜 그 땐 몰랐을까요.. .. 하긴.. 그 때 알았더라도.. 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겠지만.....
그 때가 12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으니.. 다른 통화를 할 거라곤.. 생각 못했던것 같아요..
자꾸만..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 친하다는 그 오빠라는 사람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유리컵처럼.. 한번 금이 가니까..
머물지도, 줄어들지도 않고.. 자꾸만 금이 가네요..
이번 연휴 기간.. 한번만 더.. 아니 두번이나 세번쯤..
만나서.. 꼭 만나자고 해서 좀 더 확인해 볼까해요..
매몰차게 끝낸다는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힘들지만, 아무도 응원해주지 않지만, 이미 결정된 일이고
돌이키는 것이 무의미할 거라는 생각이 조금씩 고개를 들지만..
한번쯤, 조금 더 믿어보는 것도 괜찮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