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랬동안 알고 지냈던 누나와 사귀게 되었습니다. 제 나이가 27이고 누나가 29이에요.
전 늦게 학교를 들가서 아직 학교다니고 있고요, 누난 직장 다니다가 얼마전에 관두고 잠깐 쉬고 있습니다.
몇 개월 만에 만나서 영화 한 편 보고 저녁 먹고 커피숖 가서 얘길 했는데, 아무래도 제가 구명절초의 신공을 써버린 것 같습니다.
누나가 평소 털털해서 감상적인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 누나의 마음 속 감수성을 건드렸습니다. 그것도 아주 크게요..ㅠㅠ
상상력을 자극하는(야한거 말구요) 질문 조금이랑, 솔직한 감정 표현 몇 개, 적절한 감정 비유.. 제가 한 일은 이것 밖엔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웃풋이 나오는 겁니다. 갑자기 멋있어 보인다는 둥, 빨려들어갈 것 같다는 둥, 너랑은 참 끝까지 좋게 갈 것 같다는 둥...
뭐, 행복을 한 아름 안고 있는 듯한 여자의 모습과 표정을 보면서 설레이지 않을 남자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설레였구요.. 그런데 설레이면서도 지금 나오는 아웃풋이 낌새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 머리를 핑핑 돌리고 있었지요. 그리고 다음 출수는 어떻게 뻗어볼까 하는 고민과 동시에 누나 얼굴에 시선 고정하고 누나가 뿜어내는 행복감을 같이 맛보고 있었답니다. ;; 뭐랄까요 체스판을 앞에 두고 체크메이트를 부르려 말을 움직이는 저와 체스판 위에서 수를 읽으면서 훈수를 두고 있는 저를 동시에 느꼈다고 해야 하나요.. 뭐, 그랬습니다.
결국.. 장난스럽게 꺼낸 신혼 생활 얘기가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신혼생활의 대상이 제가 되버렸습니다..-_-;;
'아.. 이건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즐겼습니다..;;
3시간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커피숖에서 얘기하고(호칭도 막 바꾸잡니다. 누나란 호칭이 이상하다고 이름 부르래요..;;) 나와서는 절대 안하던 스킨쉽도 스스럼 없이 하고...
절제는 했죠.. 손만 잡았습니다. 바래다 주다가 육교 중간에서 갑자기 힐을 벗고 제 옆에 서더니만 어깨에 손을 올려보랍니다...제 키가 작거든요..;;
놀랐습니다.. 그리고는 3시간 동안 한 대화내용과 제가 했던 말들을 곱씹었지요. 그랬더니 이건 정말이지...
몇마디 말과 질문, 비유와 표현으로 한 여자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무장 해제 시켜본건 처음입니다..-_-;;
암튼, 그러고는 사귀자는 말도 제대로 한게 아닌데도, 지금 제가 하는 짓들은 사귀는 아해들이나 하는 그것과 똑같아졌네요..;;
그런데 문제는...
오늘, 순간 그런 생각을 했더랍니다. '만약 이 누나가 다른 남자를 좋아하면 내가 기분이 안좋을까?'
답은, 상관 없다 입니다. 독립인거죠.. 무상관..-_-;;
수업시간에 핸폰으로 샷메일이 왔습니다. 누나 사진...제목: 이쁜이.
.....-_-;;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냥 즐기자~ 까르페 디엠~!' '아니지..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암튼, 아무리 여자 마음을 순식간에 무력화 시키는 구명 절초라도, 저절로 다가오게끔 만들어버리는 신공이라도 상대를 봐가면서 써야 하는 구나 하는 것을 배웠습니다..ㅠㅠ
고민이네요.. 사랑은 아닌데, 제 마음을 내버려 두고 혼자서만 진도 확 빼버린 그 누나를 어떻게 진정시킬 것인가가 숙제로 남았습니다 그려..
칫~! 셤 3개나 남았는데...;; 끝나고 에세이 과제도 있는데...;;
한 줄 요약 : 저는 사랑이 뭔지 잃어버렸습니다.. 찾을 수나 있을지..;; 이러다 괜히 순진한 여자들한테 장난이나 치지는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