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전 28세 남자이고 공대 대학원생입니다.
저는 종교를 갖지 않고 있구요
그 사람은 25세 여자이고 대학 졸업반입니다.
그 친구는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싸이비같은건 아니구요,
강남 사o의 교회라구 나름 유명하고 정상적인 교회라네요.
(저도 몇번 가봤는데 괜찮더라구요, 사람 많고... 아는분들은 아실듯?)
암튼 거기 다니고 있습니다.
서로에 대해 안지는 오래되었습니다만, 그동안 눈치만 봤어요.
둘 다 서로에게 호감은 있습니다. 서로 문자도 왔다갔다 하고 통화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그친구는 서울에 있고 저는 지방이라 직접 만나는건 힘들지만, 연락은 많이 합니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심각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둘 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네요.
그 친구는 제게 과분할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키크고 연예인급 외모에 몸매는 둘째치더라도... ;;;;(진짜임 ;;;;)
착하고 성실하고 사려깊고 속깊고 성격좋고 활발하고... 제가 같이 4년정도 지내보니 됨됨이가 너무 좋은거에요.
극단적으로 비틀린, 왜곡된 신앙심이 아닌,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정상적인 신앙심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이렇게 좋은 사람인가 봅니다.
그동안은 아는 오빠 동생으로 만나서 지켜보기만 했지만, 요새들어 많이 가까워 졌답니다.
문제는 바로 그점이죠. 그 친구가 신앙심이 꽤 깊다는데에 있습니다.
그냥 의무적으로 교회를 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목사님 말씀 한마디에 감동을 받고, 성경 한구절에 눈물을 흘리는
그런 아이입니다. 제게도 많이 교회이야기와 성경이야기를 해주곤 하죠.
당연히 그 아이의 이상형은 같이 기도드릴 수 있는, 믿음안에 있는 사람이랍니다.
그래서 "난 어떻니? 너 이상형이랑은 틀린데" 하니 자기도 잘 모르겠답니다. ......;;
지금은 그냥 어정쩡하게 친구도 연인도 아닌 그런 사이가 되어 버렸어요.
하지만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전 제가 교회같이 나가줄 수는 있고, 기도도 같이 드릴 수 있다.
하지만 네가 원하는 그런 진실한 믿음은 가질 수 없다. 난 장남이고 제사도 지내야한다.
그리고 일이 바쁘면 종교활동의 폭을 줄이는것을 당연히 여기고
경제사정이 안좋으면 지출을 줄이듯 십일조 같은거 내는거도 꺼린다.
이런식이죠.
아직 깊은 대화는 안나눠봤습니다만, 서로 어느정도는 타협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또 실제로 그렇게 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 즉 '제가 신앙을 가져야한다' 는건 좀 부담스러워요.
제가 신앙을 가지지 않아도 잘 타협하고 양보하면 좋은 커플이 될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제 주변에도 불교 기독교 한커플, 천주교 기독교 한커플 이렇게 결혼해서 잘 사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것만 아니면 어떻게 잘 사귀어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용기도 안나고 두려워요. 이대로 이 사람을 놓치는건 아닐까.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는 길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정말 종교문제는 넘을수 없는 프랙탈 차원의 벽인가요? 제가 포기해야 둘 다 행복해 지는건가요?
민감한 문제인 것은 알지만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