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박경택 작성일 09.01.18 00: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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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제 죄를 빌러 간다고 좀 긴 글을 썼던 사람 입니다.

 

결국 어제 만났네요. 이제는 2틀전이라고 해야하나... 휴~

 

생일 선물은 무얼 해줄까 하다가 향수가 좋겠다 싶어서 백화점에서 괜찮은 향수를 찾다가 약속시간도 20분정도 늦어버리고...

 

이래저래 마음만 앞서서 꽤 땀좀 흘렸습니다.

 

안나수이 향수가 생각보단 좋더라구요. 비싸서 흠이지.(참고로 스크릿위시 살려다가 흔한 감이 있어 새로 나왔다는 플라이투 퍼시인가? 맞나요? 그걸로 샀습니다.) 폴스미스 로즈 살라고 했는데 매장을 찾지 못해서.

 

그렇게 향수 사느라 6만원가량을 소비하고 오랜만에 보는데 옷도 그냥 입고가기 무엇해서 STCO에서 셔츠랑 브이넥 9만원 지르고. 고시생이라 돈도 크게 없지만 이상하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구요.

 

아무튼 그렇게 준비를 하고 포장도 이쁘게 하고 해서 학원앞 지하철입구에서 만났습니다. 장미꽃도 한송이 사려고 했는데 제가 늦어버러서... 그아이 그 무거운 책들고 지하철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전 솔직히 긴장을 많이 했었어요. 그렇게 몇달동안 서로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게 지냈는데 대뜸 연락해서 만나면 아무래도 그렇잖아요. 그래도 웃고 있더라구요. 얼마나 다행이던지... 

 

책들고 있는 모습이 힘들어 보여 저도 가방을 들고 있었지만 책달라고 하고 제가 들어주었습니다.

 

원래는 스테이크빌리에서 공주방이랑 케익이랑 다 준비했었는데... 예약 했던 시간보다 일찍 가봐야 한다 해서 시간이 맞지않아 결국 학원 근처 아웃백을 갔어요.

(아마 스테이크 빌리에 담부터 못갈꺼 같습니다. 예약도 하고 다했는데 안갔으니 -_-;)

 

그곳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처음엔 꽤나 상투적이 말들을 했어요. 공부는 잘되는지, 요즘 공부 열심히 한다고 들었다고 말도하고... 그냥 새해 초라서 잠깐 열심히 하는거라고 웃으며 말하더라구요.

 

주문한 립도 나오고 해서 그아이 접시에 뼈 잘 발라서 먹기좋게 썰어주고 샐리드속 닭 가슴살(?)이 커서 포크로 낑낑 대면서 자를려고 하길레 그것도 잘라주고.

 

달라진 모습 보여줄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미러링이라 하나요? 그아이 먹을때 같이 먹고 마실때 같이 마시고 말하면 맞장구 쳐주고.

 

그리고 제가 준비한 선물을 주었습니다. 좋아하더라구요. 비싸 보인다고 비싼거 아니냐고. 그때 은근히 물어봤죠.

아직 잘 만나고 있냐고, 너 생일 잘 챙겨줬냐고 물어봤습니다. 내가 해준건 그것보단 못할꺼라구요.

깨졌다더군요. 그때의 그 느낌이 참 묘하더군요. 안도감도 생기고 또 상처받은건 아닌지 그렇기도 하고.

 

구체적으로 물어보진 않았습니다. 저 만날때 만큼이나 좋지않은 기억일수도 있어서 물어보기 미안하더라구요.

(그날 밤 오랜만에 만난 학원 밥터디 사람들과 술마시다가 누나가 가르쳐주더라구요, 이별통보 받은 걸꺼라고.) 좋은 아이 계속 이래저래 상처만 받는 구나 했습니다.

 

그말 이후 대충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슬슬 본론으로 들어갔습니다. 손을 보라고 쫙폈어요. 

'이게 뭔 뜻인지 알겠어?'

의야해 하더라구요. 그래서 말해줬습니다.

'오빠가 너한테 처음 고백한날 너가 했던말 기억나지?'

그제야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군요. 그아이 입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정말 많이 궁금하고 떨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예상하고 우려했던 답이 나오더라구요. 이미 각오는 했지만... 에효.

안되겠다고 하더라구요. 한번 아니였으면 아니라고. 지금 딱 이정도가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다음주에 소개팅 있다고 하더라구요. 학원에 좋고 이쁜애들 많다고 와서 새로 찾아보라고 하더군요.  

티는 내지 않았지만 기가 팍 죽었습니다. 무슨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뒤엔 그냥 제가 화제를 확바꿔서 이런 저린 이야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점심먹고 오락실 노래방 가서 노래도 부르고. 그렇게 3~4시간 같이 있었습니다.

4시 조금 넘으니 가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버스기다려주는데 어찌나 붙잡고 싶던지...

그때 손 한번 잡으려 했는데 생각보다 망설여지고 저런말도 했는데 내가 너무 그러면 또 다시 서먹한 관계가 될까봐 그만 두었습니다. 그렇게 그아이 기다리던 버스타고 가버리고...

그뒤 곧 문자를 보내더라구요.

'오빠 오늘 고마웠어요. ㅋㅋ 다음엔 오빠 맘 정리되고 만나요'

좀 황당했습니다. 'ㅋㅋ'(?) 워낙 낙천적인 성격의 아이이긴 하지만 분위기상 맞지않게 ㅋㅋ 를 쓰다니.

아무튼 전 그냥

'늦게 나마 생일 축하해. 그리고 담에 너가 시간있을 때 만나자.'

라고 했습니다. 그뒤에 이런저런 문자 보냈는데 답장이 안오더라구요.

 

어쨋든 그날 이렇게 예상했던 답만 구하고 헤어졌습니다. 머리 몇번 만지기만 하고.(머리 뜬거 정리해준거지 쓰다듬고 한게 아닙니다.) 이야기 조금하다가 말이죠. 그 사람과 헤어진건 정말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다음에 한다던 소개팅에는 좋은 사람 만나야 할텐데...

 

이제 시험도 얼마 안남고 했으니 저도 계속 일을 크게 벌릴 수는 없어서 이상태 그대로 시험 끝날때 까지 가지고 갈 생각입니다. 그뒤에 다시 빌던 혹은 서원했던 관계 좋게 만들던 해야지요.

그래도 오랫만에 만나니 속은 편해져서 다시 책 속 글은 잘 들어오군요.

 

또 두서 없이쓰기만 했네요.

 

포기 하지는 않고 이제는 길게 천천히 갈 생각입니다. 다시 좋다는 사람 만나서 사귀든 안사귀든 제가 준비하는 것만 끝나면 개의치 않고 다가가야죠. 길게 천천히 그렇게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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