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을 숨겨라...

커피중독자 작성일 09.03.27 08: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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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09. 3. 27]

 

소형(30)씨는 이번에 연말정산과 연차수당을 받아 꽤 두둑한 ‘보너스’가 생겼다. 그래서 큰 마음을 먹고 평소 너무나 가지고 싶었던 200만원짜리 명품 가방을 확 사버렸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6개월째 교제 중인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던 중 그가 “그 가방 비싸 보이는데 얼마 주고 산 거야”라고 물었을 때 뭐라고 답해야 할까?

①너무 갖고 싶어 인터넷으로 30만원에 산 거라 말한다. ②그냥 솔직히 200만원 주고 산 거라고 말한다. ③남들은 더 비싼 것도 사는데 이건 싼 거라 한다. ④다음에 추석 보너스 받으면 가방에 어울리는 명품구두도 살 거라고 말한다.

가장 좋은 대답은 ①이다.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가방들을 한국에서는 ‘3초 가방’이라 부른다고 한다. 길거리에 나가면 3초에 한 개씩 볼 수 있어서 그런 이름을 붙였단다. 그만큼 명품백은 여자들이라면 한 개쯤은 소장하고 싶은 욕망의 대상이다. 여자들은 한 달 월급보다 더 비싼 가방을 서슴없이 지르고 이를 자랑처럼 들고 다니지만 적어도 연애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런 행동은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 별로 없다.

여자 입장에서는 “사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내가 내 돈 주고 산 건데 무슨 상관이야?”라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시대는 변했다. 다른 건 다 용서해도 못생긴 건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은 옛말이다. 이제는 못생긴 건 용서해도 직업 없는 건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남자들의 공감을 얻는 시대이다.

가뜩이나 어려워진 경제상황으로 남자들의 현실감이 날카롭게 살아 있는 요즘 그들이 이야기하는 결혼 기피 대상 1호는 ‘못생긴 여자’가 아니라 ‘사치스러운 여자’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황의 여파가 연애에까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남자들에게 명품 좋아하는 여자는 굳이 비유하자면 1㎞당 휘발유를 1ℓ씩 먹는 자동차처럼 느껴질 것이다. 억대 연봉을 받거나 아버지가 빌딩을 가지고 있어서 돈이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오지 않는 이상 이런 자동차를 사는 남자가 없다. 나 같은 평범한 남자에게는 여자들의 명품 가방은 유혹적이기는커녕 ‘아, 이 여자와 결혼하면 밤에는 대리운전이라도 뛰어야 하겠구나’ 하는 공포감마저 들게 만든다. 여자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은 굴뚝 같지만 앞으로 결혼하고 살면서 이 여자의 ‘위시리스트’를 하나 둘 채워 줄 생각을 하면 그 부담감이 너무 커서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들 뿐이다. 

좋아하는 남자와 잘되고 싶다면 그 남자의 경제력을 고려해 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갖고 싶은 가방을 사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왕 산 거 가지고 다니고 다니면서 진짜 정품 가격보다는 인터넷으로 저렴하게 산 거라고 이야기하면 남자 입장에서도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센스 있는 남자라면 애인의 배려심도 충분히 눈치챌 것이다.

어려운 경제위기 속에서 더 위축될 수밖에 없는 남자들을 만날 때 당신이 감추어야 할 것은 짙은 화장 뒤에 숨은 ‘쌩얼’이나 가슴에 넣은 패드가 아니라 당신이 자랑스럽게 들고 다니는 명품 가방의 가격이 아닐까 싶다.

 

이명길 듀오 대표연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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