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착한남자 고민사연 들어주세요..

0산꼭대기0 작성일 12.03.27 18: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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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요즘 고민되는 일이 있어 몇일동안 이곳 게시판의 지난글 눈팅 참 많이 했습니다.

제목에 말씀드렸지만 저도 한번 좋아하면 다 퍼주는 올인형 착한남자인데요 저랑 비슷한분 많더라구요..

 

그래도 제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우선 지금 제가 고민하고 있는 상대는 친구의 소개로 만났습니다.

제가 30초반이고 여자분은 20살중반, 6살 차이가 납니다. 첫번째 소개팅 자리에서 제가 너무 긴장한탓에

술을 많이 마셔 나중에 살짝 잠들긴 했지만 큰 실수는 없이 재밌게 놀았구요..

연락처 받아서 그후로 두달여간을 좋은느낌으로 만났습니다.

매일 밥먹고 영화보고 같은 레파토리의 데이트를 하고싶어하지 않을것 같아서 제가 기획할수 있는

모든 경우의 데이트를 웬만큼 다 해본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두번정도씩 두달여 만났으니까 10회는 넘고

20회는 안되는 만남 횟수같네요...

 

밥을 먹어도 한번도 동네의 흔한 분식집 같은곳 가지 않았구요, 다 뭘 먹을지 미리 계획해서 무조건

유명하고 맛있는 집으로 갔습니다. 일산의 4D 라이브파크인가 뭔가 하는 아무도 검색하지 않는 이벤트까지

찾아당기구요(엄청 재미 없었습니다 -_-) 대학로 연극관람부터 공원로에서 자전거 타기 등,,, 아무튼

나를 만나면서 지루하지 않게 해주려고 무던히 노력했드랬습니다. 다행히 상대방도 이런 내 노력을 알았는지

만날때마다 좋은 모습으로 화답해줘서 전 그렇게 잘되가고 있는줄 알았습니다.

 

그러던중에도 저는 상대방 마음이 어디까지 인줄 몰라서 항상 직접 고백하기보다는 빙둘러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게 고작이었구요,, (아마도 고백했다가 거절당하는게 무서워서 그랬던것 같습니다)

한번은 여자분이 우리집에 놀러온적이 있었습니다. 여자분이 일 문제로 지금 혼자 나와 자취를 하고 있는데

밥을 전부 집에서 먹습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반찬 걱정하는것도 엄청 스트레스 였던걸 알았던지라

그날은 제가 집에서 반찬도 만들어줬습니다. 저도 혼자산지 오래되서 음식은 조금씩 했거든요.....

 

아무튼 그날이후부터 같습니다. 제가 애정표현이 좀 노골적으로 변한게.....

이전에는 고작 이쁘다는 칭찬과 초딩장난같은 농담속에 좋아한다는 표현을 섞는게 고작이었던것에서

상대방 기분이 괜찮아 보일때마다 뽀뽀하자고 장난처럼 진담을 툭툭 던지기 시작한거죠...

그때마다 거절을 받았지만 그리 기분이 나쁘진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저를 배려했던것이었는지

그분이 하는 거절의 수단이라고 할까?? 그게 밉지 않았거든요....

 

아무튼 그런날들이 있고 몇일 안지나서 한번은 아무약속도 없는 날이었는데 그분에게 원래 있었던

약속이 깨졌다는걸 알고는 그냥 저녁을 같이 먹자고 만나러갔습니다.

감기에 걸려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또 농담을 쳤습니다.

 

'오빠한테 뽀뽀안해주니까 감기같은거 걸렸자나.. 이긍..'

이렇게 되도 않는 농담을 하고 같이 밥먹고 편의점에서 제것은 커피.. 여자분에게는 쌍화탕을 사줬습니다.

늦은시간이었던데다 달리 할일도 없었지만 헤어지기 싫어서 카페를 갈까 어쩔까 전전긍긍하던중에

여자분 집앞에 도착... 차안에서 잠시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오빠가 나한테 잘해주고, 매일매일 새로운걸 계획해서 보여주고 맛있는거 먹으러 가고 너무 좋다고 합니다.

같이 얘기하면 재밌고 말도 통하고 그래서 자기도 오래 만나고 싶은데,

제가 뽀뽀해달라고 할때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합니다. 자기도 이렇게 만나다 보면 마음이 열리겠지 좋은사람인데

지금은 아니어도 점점 좋아지겠지 했는데 노력해도 잘 안된다고 하네요....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사실 내가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아직 고백도 못했는데 상대방 마음을

먼저 듣고나니까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그냥 오빠동생 사이로 지내자고 해야되나 아니면 여기서 끝내야되나.. 사실 이성적으로 바르게 판단할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미안하다.. 좋은말을 듣던 나쁜말을 듣던 내가 먼저 남자답게 너한테 고백하고 정정당당하게 했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우유부단했다... 우리 몇일동안 다시 생각해보자...'

이랬습니다.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할것 같아서 감기에 걸렸으니 언능 들어가서 쉬라고 했습니다.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차에서 안내리고 그냥 있은채로.. 그리고 몇마디를 더 나눴는데 잘 기억나지

않네요.. 이전 남자친구는 어땠는지 물어보고 내가 이전에 만났던 여자는 어땠는지 얘기했던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잘한것 같지는 않지만 뭐 살짝 정신이 혼미했던것 같습니다.

하고있는 말들이 머리속에 들어오지도 않고 내뱉는 말들도 실수투성이 될까봐 여자분을 빨리 들여보내고 싶었습니다.

 

'나 집에가서 쉬게 얼른 내려....'라고 해버렸습니다;;;;;

'아.. 오빠 피곤한데 미안해요.. 들어가 쉬세요..' 하고 내리더군요...

손 흔들면서 다음에 볼수있으면 보자고 했습니다. 원래는 차에서 내려 집앞 계단 끝까지 올라가는거 보고 헤어졌었는데

그날은 그대로 운전해 나와버렸습니다.

 

뭐 이런일 있고나서의 마음고생은 다들 아실것같습니다.

따로 말씀은 안드리겠지만 아무튼 저는 그렇게 생에 최악의 주말을 보냈습니다. 후회가 엄청 밀려오더군요...

고백도 못하고 차인 바보는 나 혼자뿐일거다라는 생각과 더불어 그날 내가 좀더 정신을 차리고 상대방 얘기를

더 들어봤어야 할걸 잘못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일 있고 이틑날 되던 일요일 밤 무작정 집에 찾아갔습니다. 전화조차 받지 않을것 같다는 예감이

너무도 짙게 들어있었지만, 해보지도 않고 생각만 하다 후회하는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감기약을 사가지고 갔습니다. 열시가 좀 넘었던 시간이라 아슬아슬 했네요.. ㅋ

아무튼 집에 도착해서 전화를 했는데 역시나 신호 다섯번만에 끊어지더군요.... 실망스럽긴 했지만 예상했던 결과라

담담하게 생각하려고 했습니다. 전화 안받으면 다음단계로 문자날리고 무작정 기다리려고 했습니다.

근데 잠시후 카톡이 오더군요.. 지금 통화가 곤란해서 좀있다 연락하겠노라고.........

아무렇지 않은 편안한 말투에 좀 이상하단 느낌과 기쁨이 묘하게 겹쳤습니다. 아무튼 그후 무한기다림에 돌입했습니다.

40분쯤 지나서 다시 카톡이 오더군요...

'뭐하세요? 개콘은 봤어요?ㅎ'

 

1분쯤 어떤답장을 날릴까 생각하다가 그냥 전화를 해버렸습니다. 나 집이 아니어서 개콘은 못봤다.. 감기는 어떠냐?

그냥 아무렇지 않은 몇마디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얘기했죠..

나 지금 너네집앞인데 잠시 할말이 있어서 그런데 나올수 있냐고.... 그랬더니 오늘 감기때문에 하루종일 집에서

누워있느라 꼴이 말이 아니라고 하네요... 그래도 나오라고 잠시면 된다고 하고싶었지만 감기걸려 아픈사람한테

내가 할말있다고 해서 계속 나오라고 하는게 좀 아닌것 같다 싶더군요.. 

그래서 감기약 사온것만 현관문 고리에 걸어두고 가겠다 했습니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섞인말이 오갔습니다.

그런와중에 제 머릿속에 계속 드는 생각이 '내가 얘를 부담스럽게 하고 있나??' 하는것이었습니다.

 

오는길에 감기약 잘받았다는 카톡을 끝으로 2일째 연락을 안하고 있습니다. 카톡을 보면 아직도 감기로

고생하는것 같네요..  아프지말라고 전화하고 싶고 지금당장이라도 쫓아가서 병원에 대꼬 가고싶지만 그럴수 없어서

답답합니다. 사실 글쓰다보니 제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조차 잊었네요....

 

제가 뭘 잘못했는지는 대충 알것같습니다. 지금 이상황 어디부터 바로 잡아야 할까요?? 솔직한 말로 오빠동생으로

지내도 좋다고 말하고싶습니다. 나중에 더 큰 상처로 돌아오겠지만 지금 마음은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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