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공 맨날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쓰는 글이 고민글이 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ㅎㅎ
일단 저는 83년 돼지띠, 올해는 진정 광석 형님의 서른즈음에를 들으면 한참 마음 쓰린 총각입니다. 생활은 학원 선생 하면서 차 한대 굴리고 적은 돈이나마 조금씩 저축 하며 지내는 정도로 그럭저럭 지내는 편입니다. 요즘 M자 탈모 증세가 있는 머리에 심각한 타격이 올만큼 고민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짱공 회원님들 제 고민 좀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전 여자친구와 헤어진지는 이제 1년이 좀 넘었습니다. 결혼얘기가 파토났던 아픔과 회사 생활이 바빠서 새로 연애 할 경황도 없고 그래서 여자에 대한 관심을 반쯤은 끄고 살고 있었는데, 요새 저 좋다고 하는 아가씨가 한명 있습니다. 좋다고 그러면 아이고 고맙습니다~ 해야 될 처지 입니다만.. 이게 참 상황이 뭐한게, 이 아가씨랑 저랑 나이가 10개 차이 납니다. 그냥 그런거면 '그게 뭐? 그럴 수도 있잖아?' 할텐데..
이 친구가 제가 가르친 학생이었습니다; 혹 교육계통에 있으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왠지 선생님이라 그러면 알 수 없는 오오라도 있는거 같고 멋있어 보이고 그래서 괜시리 좋다고 쫒아다니는 애들- 가끔가다 있습니다. 그러면 그냥 "그래 아이고 이쁘다. 나중에 대학 가면 내 술한잔 사주마!"하면서 그냥 눙치고 웃으면서 넘어가는데(어차피 그런 친구들 대학 들어가면 연락도 안하는거 뻔히 압니다^ ^;) 이 친구가 대학생활 하면서 '선생님'한테 가졌던 동경이나 아우라가 벗겨질 때가 된 거 같은데 요새도 계속 '들이댑니다.' 좀 과격한 표현입니다만.. 네, 들이대는군요; 작년 수업때도 음료수, 손수건, 입시 끝나고 양주 등등 제가 좀 부담스러울 정도로 관심을 표명했는데 요새도 계속 '같이 밥먹자, 영화보자, 놀러가자, 우리 데이트 언제하냐 '면서 저를 흔들고 있네요;
학생들하고 지낸 경험이 5년째인데 이거 참 그동안의 내공으로도 어찌해야 하는지 영 막막합니다. 그냥 눈 딱감고 아싸! 하면서 사귀자니 걸리는게 너무 많습니다. 일단 나이 차이도 차이고, 작년에 입시상담 하면서 자녀의 대입을 도왔던 부모님 얼굴은 어찌 볼 것이며, 같이 수업하면서 학생이었던 다른 학생들은(저 좋다고 하는 아가씨가 다녔던 학교 친구들이 저희 학원에 많이 있었습니다) 또 어찌 대해야 하는지.. 더더군다나 학원이라는게 한번 이상하게 낙인 찍히면 아름아름 다 아는 사이들이라 그 친구랑의 관계가 요상하게 꼬일 경우 제 앞으로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받을 걱정도 있습니다.(실제로 그런 경우를 보기도 했구요)
친구들은 영계가 좋다는데 마다하는게 남자가 할 짓이냐면서 저를 구박합니다만, 이게 그렇게 간단히 생각하고 넘어가도 되는 일인건지 저는 영 모르겠네요.
아, 그리고 설혹, 서얼혹- 지금보다 좀 더 진전된 상태로 좋은 관계가 된다손 치더라도 대학생 새내기와 시간을 맞춰서 연애 할 수 있을정도로 제가 여유시간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오후수업 있어서 수업 정리하고 내일 수업할 거 챙겨놓고 하면 거의 8, 9시 정도 퇴근이고 일요일은 제가 맡고있는 스터디와 취미 동아리도 있으니..(뭐 누구든지 진심으로 사귀거나 그러면 동아리는 희생 할 수는 있습니다만)
나름 나이에 맞게 연애경험도 있고 양가부모님 인사도 드렸지만 결혼 전에 헤어졌던 아픔도 있어 연애경험이 일천하지 않다 여겼는데 막상 이런 상황이 되니까 어찌해야 맞는건지 영 감이 안잡힙니다. 짱공에 저보다 형님들도 많으신 거 같고 경험 많으신 분들도 많은 듯 싶어 글 올리니 아무쪼록 제가 현명한 판단 할 수 있도록 좋은 의견 좀 나눠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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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써보는 세줄 요약
1. 서른살 솔로 학원강사임. 저 좋다고 하는 아가씨 있음
2. 근데 이 아가씨가 작년에 제가 가르쳤던 학생임. 올해 스무살 대학생.
3. 이 친구랑 사귀자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나 나 자신도 확신이 없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