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한척 했습니다(2)

lord9 작성일 12.08.03 11: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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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슬프기도 하고 화도 나고 배신감도 크게 느꼈지요.

하지만 저를 잠들지 못하게 한 원인은 궁금한 마음이었습니다.

 

'대체 누구지? 언제부터? 어쩌다가? 내가 뭘 잘못했길래??'

 

그리고 더위도 큰 몫을 했지요.

 

휴가 첫날 저는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마무리는 깔끔하게 해야 하지 않겠나. 한번 만나자. 듣고 싶은 얘기가 있다'

 

그녀에게서 온 답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알았다. 미안하다'

 

하지만 만날 약속은 잡지 않더군요. 그녀는 휴가 첫날과 둘째 날에 가족들과 여행계획이 있었습니다.(이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잠도 못자고 밥을 먹지 못한 채 휴가 4일중 이틀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제 머릿속은 생각만 했습니다. 그녀와 그자식(!)의 생각만 했으며 그자식이 누굴까, 언제부털까, 왜

그렇게 행동하게 됬을까에 대하여 수많은 인물과 그들이 보인 수많은 크고 작은 행동,  수많은 시간과 수많은 경우만

생각했지요.

 

범인은 2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상황에 정확히 들어맞았지요. 그당시 저는 2가 그녀와 처음으로 같이 잔 날짜까지 알수 있을 정도로

생각에 깊게 미쳐있었습니다.

 

 

휴가 3일째.

저는 그녀와 통화를 했습니다.

'한번 만나자. 감정적인 문제보다 답답함이 너무 힘들다. 너는 나에게 이 상황에 대해 해명 해야 할 의무가 있지 않나'

 

그녀의 대답은

'미안하다. 오늘은 어렵다. 내일 몇시에 만날 수 있는지 연락을 주겠다'

 

 

그리고 4일째.

그녀로부터 연락은 없었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그동안 1년 6개월 동안 사귄 부분과 앞으로 함께 부딪히며 일을 해야 하는 문제(저나 2나 그녀나 형편상

직장을 그만 둘 수는 없었습니다) 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무시하는 태도에 너무나 큰 분노만 일었습니다.

 

저녁 8시경. 저는 그녀와 통화를 시도했고 전화는 2가 받았습니다.

저는 그에게 지금 이 상황이 매우 매너없는 행동이라는 점을 꾸짖었고 2는 그녀와 함께 당장 제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말했습니다.

 

 

 

 

3자 대면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궁금하고 물어볼 것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상상들이 사실이었다는

검증만을 몇번 하고 별다른 말은 없었습니다.(그들이 처음 같이 잔 날은 제 추축과 들어맞았습니다)

2와 그녀는 저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할 뿐.

저는 쿨한 척하며 둘사이를 인정해 주고 회사에 소문이 퍼지지 않도록 협조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그 자리는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휴가가 끝난 후 첫 출근을 하였습니다.

 

그동안 그녀는 제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였으며(집이 가깝습니다. 2의 집은 멉니다) 저는 혼자서 조금 일찍 회사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리고 조금 후 2가 그녀를 태우고 회사에 도착했습니다.(3자대면 당시 그녀는 통근버스로 출퇴근 하겠다고 했음)

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저희 회사는 여직원들이 많습니다. 저와 그녀가 처음 교제를 시작 할 때도 뒷말이 엄청나게

많았으며, 연애를 하던 당시 내내 붙어다니던 저와 그녀가 이별을 했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2의 차를 타고 함께 출근 했습니다)

 

두사람의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생각한 제는 스스로가 참 병쉰같이 느껴졌습니다. 정작 그 둘은 다른사람의 시선이나

저는 무시하고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저는 분노했습니다.

 

가급적이면 두사람 다. 어려우면 한사람이라도 퇴사시킬 궁리를 하기 시작했지요.

그녀를 보내 줄 수는 있었습니다. 어차피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은 연애는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 생각 했지요.

하지만 제가 미칠듯한 궁금증 속에서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불꺼진 방안에서 벽에 등을 대고 앉아 미친듯이생각에

잠겨있을 때 그들은 다정하게 끌어안고 잠들어 있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쿨한척 했습니다.

 

저는 2를 불러내어 단둘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그를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넌 일 잘하고 착한 녀석이다. 어쩌다 보니 사태가 이렇게 흘러 왔지만, 난 이기회에 너와 좋은 사이가 되싶다'

 

그제서야 2는 눈시울이 붉어지며 자신도 힘들었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녀와도 친구사이로 남겠다는 쿨한 약속을 했습니다. 차라리 이 기회를 빌어 A-1과 A-2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어 버리겠다고 했습니다.(결국 남녀관계는 이렇게 지저분하게 끝이 났지만 저는 A부서의 사람으로서 가장 많은

사람이 행복 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 하더군요. 그리고 저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저를 병쉰 같다고 생각 하실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볼때 쿨한 것과 쿨한척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 쿨 한척 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부담을 덜수 있게 되었고

 

저희 A부서는 좀더 화합 할 수 있게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만 잘 버텨 준다면 되는 것이지요.

 

 

다만 걱정되는 것은 쿨한 것이 아닌 쿨한 척 한 제가 앞으로 잘 버틸수 있을지가 걱정입니다.

 

전 지금도 잠들지 못합니다. 밥도 먹지 못하지요.

 

억지로 밥을 먹었다가 전부 토해내기도 했습니다.

 

 

제가 앞으로 버틸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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