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겁내 많은데 연애경험 전혀 없는 남자입니다
예전부터 신체적인 컴플렉스가 좀 심해서 자신감 부족, 그래서 모든 것들이 전반적으로 많이 늦었구요
연애는 제대로 시도 해본 적 없었습니다
경험이 전혀 없으니 연애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릅니다
얼마전 자격증을 따려고 학원에 갔다가 어떤 여자애를 알게 되었습니다
한달 다녔는데 절반 정도 다니고 보니 끝나고 갈때 지하철 한 정거장을 같은 쪽으로 가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두 세번 정도 말 나눌 기회는 있었어요 아주 아주 짧게요
그리고 다 끝났죠
학원 끝나기 전에 자격증 시험 언제보냐고 물어봤었어요 그래서 언제 보는지 알고 저도 날짜를 그날로 잡았고
인생 최초로 여자에게 전화번호를 따보려고 생각했습니다
근본적으로 컴플렉스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옛날보다는 그래도 많이 자신감을 얻고 살고 있어서 해보려 했습니다
그냥 남자친구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어쨋든 일단은 그냥 전화번호를 받는게 목표였습니다
저번 주 일요일 시험봤구요 끝나고 여자애에게 말 건 다음에 근처 역까지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역까지 멀지도 않은데 계속 다른 얘기만 했습니다 언제 물어봐야 될 지 모르겟고
머리속으로는 별거 아닌거 같으면서도 말이 안떨어졌어요
역에 도착했는데 가는 방향이 반대 방향이라 여자애가 반대편 플랫폼으로 넘어갔습니다
기회가 사라지려고 했는데 큰맘 먹고 저도 따라 넘어갔습니다
그 때 전철 오기 전에 물어봐야 되는데 또 딴 얘기하다가 그냥 그애가 전철에 타버렸습니다
그 짧은 순간 엄청나게 고민했습니다 지금 안하면 또 못할 것 같아 따라 탔습니다
근데 달려가서 문 닫히려는 찰라 옆칸으로 탔습니다.... 옆칸으로......
그리고 언제 말걸지..... 엄청나게 많은 생각을 하며 계속 갑니다...
타기전에 물어봤어야 됐는데 훨씬 더 상황이 어려워진 것 같았습니다.....
걔는 제가 탔는지도 모릅니다 그냥 갔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여자애가 내렸습니다 그냥 계속 따라갑니다.....
나는 변태인가;; 미행같은 것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런 건 계획에 없었는데;;
역 바깥에 나가더니 화장품가게에 들어갔습니다 멀찌감치 떨어져 망을 봤습니다....
저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는데 나오면 가던 방향으로 갈 줄 알았습니다
5분 정도 있다 나왔는데 왔던 방향으로 오는 겁니다!
황급히 사각지대로 몸을 숨겼습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못 본것 같았는데...
지나가는데 예상치 못하게 고개를 많이 틀어서 옆을 보더라구요;;; 우연일까......
걸렸습니다
그리고 왜 제가 거기 있어야 되는지 변명거리가 있을 수 없음을 충분히 알기에
그 때 말했습니다 전화번호 알고 싶어서 따라왔다고
너무 속보이는 거 같아 물어보기 쉽지 않았다고 그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습니다
속을 안보이고 어떻게 전화번호를 따나 싶고
어이없고 황당한지 그냥 웃더라구요;;; 저도 챙피해서 굉장히 어색하게 웃고;;; 표정관리 잘 못하는데
결정적으로 그애는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너무 어색하고 민망한 순간이라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면 되느니 하며 또 헛소리 한번 해줬구요;;
번호는 받았으나 결국은 왜 이런 빙신같은 삽질을 했는지 모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번 굉장히 어색하게 웃으며 전화 안받으면 안되요라는 마무리멘트하고 빠빠이
그애가 고개를 돌려 보지 않았다면 그냥 돌아왔을 확률이 90% 이상인 듯
결국은 미션은 실패한거나 다름없고 그냥 바보되고....
모든걸 포기했지만 그날 저녁 너무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어 왠지 변명같은 걸 하고 싶어서
문자를 보냈습니다 처음이라 어려웠다는 식의 아주 상냥한 문자를 보냈습니다만.... 그대로 씹히고 ㅋㅋ
^^라도 보내줬으면 마음이 덜 불편했을텐데 ㅎ
이제 이틀 넘어가는데 괜히 지금 성질나고 죽겠습니다 그 남친이란 놈은 뭔데 내가 못갖는 걸 가지는지 싶고
제가 얼마나 병신이었나요 나름 컴플렉스 때문에 인생 힘들게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나이 절라 처먹고 전번 따는 것마저도 이제서야 처음 해본 거니까
이 등신 새끼 이러면서 너무 심한 말 마시고 격려 좀 해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