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소개팅 어플로 여성분과 매칭됐습니다. (둘 다 나이는 좀 있어요 30 근처)
제가 관심분야/성격이 좀 특이한 편인데 꽤 잘 맞겠다 싶더군요.
카톡으로 대화 시작해서는 거의 하루 반을 계속 수다 떨었네요. 자거나 제가 일 한창 할 때 빼곤.
그리고서 그 다음날 근처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정말 특이한 분이더군요. 자기 주관이 참 강해서 대안학교 졸업에 대학도 안 가고, 20대 내내 음악 하면서 생계수단으로 상담 관련 일 포함 여러 직장 다 해봤답니다. 다소 자유분방하게, 음주가무는 꽤 열심히 즐기면서 지낸 모양입니다.
그랬다가 작년말에 심하게 아팠다네요(병명은 조심스러워서 아직 안 물어봄). 죽도록 아파서 8킬로 빠질 만큼. 의도치 않게 아프기 전 모습 영상을 봤는데, 그땐 통통하고 완전 왈가닥 여장부같던 사람이, 만났을 땐 온몸에서 무슨 수녀님 같은 건조함과 경건함이 느껴지더군요;;;
아직도 한달이상은 회복기간이고 간간히 아파서 밤에 잘 못 잘 때가 있답니다. 겨울 내내 실내에만 있다가 가족 외의 사람이랑 처음 대화해서 너무 좋다고...
만나서도 별별 얘기 다 했네요. 서로 살아온 얘기 가족 얘기 사회나 정치 얘기 결혼관 등등 잡다하게.
그러다 저녁시간쯤 되니까, 전날부터 카톡에서도 한참 얘기했던 단골 순대국을 꼭 먹고 싶답니다. 같이 갔더니 시장의 허름한 국밥집. 저도 맛있게 먹긴 했지만, 적잖은 나이에 소개팅 첫날에 시장 순대국 먹는 경우는 처음입니다;;
[여기서 헷갈리는 지점1] 원래 성격이 그런거라면 되려 매력적이지만, 얘가 지금 나 별로라서 일부러 이러나... 싶은 우려도 들더군요. 엄청 내숭 없는 성격같다고 물었더니 그런거 피곤해서 싫답니다.
그 와중에 지병때문에 술을 못 먹으니, 다 나으면 같이 술이랑 뭐 먹으러 가잡니다. [여기도 좀 헷갈리는] 그린라이트 같기도 하고, 그냥 부모님 집 근처에 술친구가 없어서 한명 만드려는 것 같기도...
아무튼 먹고, 또 슬슬 아프기 시작한대서 얼른 집에 보냈습니다.
그 이후로는 카톡 대화가 현저히 줄어서 대답이 거의 드문드문만 오네요. 쐐기 박아보려고, "잘 잤냐. 재미있는 분 같다. 자주 만나자"라는 식으로 보냈더니 "종종 봐용:)" 외에 이런저런 얘기. 그리고선 또 더딘 대화.[이거땜에 또 헷갈려]
뭐 원래 좀 히피스런자유분방한 성향인듯해서 페북도 삭제했다하고 곧 전화의 존재도 깝깝해서 곧 해지할 정도라고 하니, 원래 성격이려니 할 수도 있는데, 첫날이랑 온도차이가 심해서 당황스럽네요. 만나기전 카톡이랑 만났을 때 대화를 할만큼 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또 오늘 아픈 걸 수도 있기도 한데, 잘 모르는 사람이고 특이한 사람이니 판단이 잘 서질 않네요.
사실 부모님 집 근처에 놀이친구 하나 만든 셈 치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여러분 보기엔 어떤가요?
덧. 그분이 이 글을 볼 리가 없지만 혹시나 볼 경우를 대비해 쓰자면,
위에 딱딱한 어투로 이것저것 주절주절 했습니다만 전 그분 매력있고 좀 더 만나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