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년의 만남이 '헤어져' 라는 세글자로 끝나버렸습니다.
세 달 전, 갑자기 이별통보를 받았습니다.
그 전까지 그럴 징후를 전혀 느끼지 못했기에 당혹스러움이 이루 말 할 수 없었습니다.
이유도 없습니다. 그냥 헤어지자더군요. 미안하다고..이별 앞에서 그 사람은 잔인할만큼 단호했습니다.
평생 함께 하자고 할때는 언제고 그렇게 쉽게 내팽겨치더군요.
하지만 저 역시 이별의 이유 조차 묻지 않았습니다.
본능적으로 이유를 알게 되면 내가 더 상처받을까봐. 그래서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이유야 어째 되었건, 결국,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니 이렇게 까버린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그렇게 놔버렸습니다.
그리고 붙잡고 싶지도 않았고, 지금도 그 마음은 변치 않았습니다.
이별 직 후
그동안 못 놀아본 거 다 놀고, 습관적으로 핸드폰 안 봐도 되니 조금 홀가분하기도 했습니다.
연락 할 곳도 없으니 퇴근하면 바로 자고, 일찍 자니 일찍 일어나고, 일찍 일어나니 출근도 일찍하고, 일찍 출근하니 일의 능률도 더 오르고. 하는 업무가 잘 풀리니 하루도 보람차고..
그렇게 이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일부러 그 친구와의 추억과 이별을 기억하지 않으려고 일에 파뭍혀 바쁘게 생활하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불현듯, 문득,
요즘들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이 그 친구와의 기억과 추억으로 연결되어버립니다.
그 친구와 비슷한 말투의 목소리를 들을 때, 그 친구와 함께 보며 이야기했던 물건들을 볼 때, 그 친구의 향수냄새를 길거리에서 맡을 때..
마치 머리가 억지로 그 친구를 거부를 하니, 나의 모든 감각들이 그 친구를 기억하게 만드는 기분이드네요.
하지만,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서로의 인연은 여기까지로 남겨놓고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친구와의 이별이 아픈것 보다, 그 친구와의 기억과 습관이 날 아프게 만들고, 그 것들을 이제 과거로 남겨놔야 된다라는 사실이 저를 더 힘들게 합니다 요즘.
시간이 약이라고는 하지만, 얼마나 시간이 더 지나야 무뎌짐의 약을 처방받을 수 있을까요?
나이 서른 줄에 많은 연애와 이별을 해봤지만, 이번 연애는 조금 더 많이 아픈것 같네요.
결국 잊혀지겠죠? 이 번에도.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