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충격이 상당하네요

똥침을질러 작성일 15.01.09 14:55:22
댓글 19조회 8,366추천 24

연애에 쑥맥인 놈이라 첫여자친구를 제대한 해에 사귀게 되었습니다

 

4년간 연애하면서 못볼꼴 다보고 지냈어요 싸우기도 엄청 싸우고 헤어졌다 붙었다도 몇 번 반복..

 

사귀면서 애가 철이 좀 없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애정결핍 증세도 심한 것 같고 가정사도 불우한 것 같았구요

 

저도 취직 준비를 하다보니 연애 중간부터는 꽤나 소홀해진건 사실이었는데

 

이 친구가 그걸 견디지 못하고 바람을 피우더군요

 

처음 걸렸을 땐 그래 내가 잘 못해준건 사실이니까.. 하는 마음으로 다시 받아줬는데,

 

몇 달 지나지 않아서 큰 다툼이 한 번 생기자 곧바로 또다시 바람을 피우는걸 목격하고

 

저도 그 애에게 질려 헤어지자 선언을 했습니다. 그게 한 반년 전 일이에요.

 

 

어찌됐든 저에겐 첫사랑이었고 4년이란 시간동안 쌓인 정때문에 제 맘을 추스르기가 굉장히 힘들더라구요

 

취직준비로 친구관계도 거의 단절되다시피하고 새로운 연애는 꿈도 못꾸는 시기라 더욱 마음을 다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엔 몇달 전쯤부터 다시 그친구와 드문드문 만남을 가졌어요..

 

남자친구도 새로 만들어서 뭐 대충 잘 지내는가 싶었습니다(사실 이때부터 정황상 50%는 냄새를 맡았습니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한 어제일입니다....

 

밤에 그친구에게 전화가 오더군요.. 요즘 뜸했었는데.. 역시 병x같이 불려나갔죠. 목소리가 많이 취한듯 싶었습니다.

 

오늘 같이 있자네요. 방을 잡았습니다. 본인이 계산을 하더군요. 희한하게 사귀는 동안에도 여자친구는 제가 돈을 쓰는걸 굉장히 기분나쁘게?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사귀는 동안에 내 돈이 모자라면 니 돈 쓰는거고 니 돈이 모자라면 내 돈 쓰는 건데 뭐그리 혼자  내고 싶어 안달인지..

 

암튼 한겨울에 가슴골이 훤히 보이는 짧은 원피스를 입었습니다..화장도 엄청 진했구요

 

 

"너 요즘에 야간에 일하는 것 같더라.. 밤만 되면 바쁜 거 같더만.."

 

못참고 넌지시 물어봤습니다.. 아니라더군요. 동창들끼리 놀러다닌답니다. 한겨울에 이런 옷차림으로..

 

"남자친구는 잘해주고 있냐?"

 

헤어졌다는군요. 돈을 너무 헤프게 쓴답니다. 저와 사귈 때와는 많이 다르네요

 

전 그렇게 돈 쓰지 말자고 짠돌이처럼 잔소리 해댔는데..

 

지금까지 200은 쓴 것 같답니다 남자친구때문에.. 하..

 

잠시 담배좀 사오려고 둘이서 모텔을 나서는데, 그 친구가 묻더군요

 

"나 노래방에서 일할까..?"

 

4년동안 가끔 쓰던 화법중 하나였습니다. 난 지금 엇나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심어줘서 잡아주기 바라는..

 

"그걸 왜해.. 누가 뒤에서 흉보는건 그렇게 못참으면서 아저씨들 술따라 주는건 안 쪽팔리냐"

 

"그렇지..." 하고 대충 얼버무리네요

 

"몸좀 잘 챙기고 좀... 니가 일단 잘돼야 다른 남자도 다시 만날거 아니야"

 

그러자 갑자기 말을 가로막더니 오늘만큼은 잔소리 하지 말랍니다.. 걘 항상 제 잔소리를 싫어했거든요

 

 

아무튼 방으로 돌아와서 어찌어찌 하다가 그 친구는 잠이 들었고, 역시 병x같게도 그 친구의 핸드폰을 살펴봤죠. 새로 산 핸드폰..

 

예상이 딱 맞더군요

 

카톡 친구명에 a노래방, b노래방, c노래방, 어떻게든 해보고 싶어서 아주 쌩쑈를 하고 있는 호구1 xx삼촌

 

가장 충격적이었던건, 현재 남자친구놈이 그 쪽 실장?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나이도 저처럼 어린 것 같던데..)

 

생긴 것도 B급 조폭영화에 나오는 행동대원A 같이 생겼던데

 

그럼 지금까지 이런 놈한테 돈 퍼주면서 밤일을 해왔던 건가..

 

남친과 카톡 내용을 보니 남친의 아는 동생(업소직원인듯)과 시비가 붙어서 한대 맞고 빡쳐서 남친에게 따지고 있었더라구요

 

남친은 연신 미안하다고 어쩔줄 몰라하고 얜 오늘 자기 오늘 못볼거니까 그렇게 알라고 쏘아붙이고는 카톡은 끝났습니다 

 

 

정신이 멍해서 잠도 안오고 담배만 뻑뻑 피다가 아침이 됐는데

 

얘가 일어나서 본인 폰 위치가 바뀐걸 보더니 얼굴색이 변하더라구요.

 

잠시 딱딱하게 굳어지더니 작게 한숨 한 번 내쉬고 뭔가 체념한 표정으로 변했습니다.

 

전날에 만나자마자 지금까지 계속 아양 떨면서 제게 다시 돌아오고 싶어하는 분위기였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버렸으니 자존심도 상하고 아무튼 이제 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럼 남친을 먼저 사귄게 아니라 일 시작하고 거기서 남친이랑 사귀게 된거야?"

 

"아니.."

 

"...그럼 남친이 그 일을 주선한거야?"

 

"그건 아니야.."

 

 

하... 원래 궁금한건 절대 못참아서 집요하게 꼬치꼬치 물어대는 성격이지만

 

이젠 어찌되는 상관 없었습니다

 

정말 이정도 밖에 안되는 애였나..

 

이렇게까지 천박한 여자였나... 이렇게까지 철이 없었나..

 

왜 내가 지켜주지 못했을까.. 아니 오히려 지키지 못한게 아니라 4년동안 내가 가두고 있었던게 이제서 풀려난 건가..

 

머릿속 기억만으로도 제게는 가장 값진 보물이었던 그 애와 4년간의 시간들이 갑자기 까맣게 썩어들어가서 제 목을 마구 조르는 느낌이었습니다

 

"나 어땠어? "

 

지금 생각해보면 병x같은 질문이지만 그땐 너무 무서웠습니다.. 물론 지금두요.

 

어떻게든 확인받고 싶었습니다 4년간 시간이 가짜가 아니었다고..

 

"좋았어... 진짜로. 잔소리 많이 했던거랑 공부한다고 나 잘 안 만나줬던거 빼고.."

 

힘없이 웃고있었습니다. 대답을 듣자 조금이나마 안정이 됐습니다.

 

 

 

 

4년간 늘 바래다주던 아파트 주차장..

 

차로 바래다줄 때 그 애를 집 앞에 내려주고 단지 주차장을 빙 돌아 나와서 창문을 열고 바라보면 늘 현관 앞에서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죠 그럼 저역시 손으로 인사해주곤 했구요

 

그 날도 그 애를 내려주고 습관적으로 창문을 열고 현관쪽을 보니 역시 아무렇지 않게 저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있더군요.

 

거의 수도꼭지 수준으로 눈물이 많은 저인데

 

그 순간에 이상하게 눈물 나지 않았네요... 원래 보통 가슴이 울컥면서 코끝으로 올라와서 찡~해지고 눈물이 나곤 하는데 ㅋㅋㅋ

 

막 심장이 우그러드는 느낌이 들면서 미간까지 올라오질 못하더라구요.. 가슴에 콱 얹힌듯이..

 

집에 돌아왔는데 다리가 풀리고 머리가 빙빙 도는게.. 속도 매스꺼웠습니다. 토할 것 같았어요..

 

 

제 첫사랑의 결말이 이렇게 질질 끌릴줄도 몰랐고 이렇게 무섭게 끝이 날줄은 더더욱 몰랐습니다

 

떠올리기만 해도 아름답고 아련했던 4년의 시간이었는데

 

이제는 소름끼치게 무서운 얼굴이 돼서 쳐다볼 때마다 제 목을 졸라댑니다

 

가슴으로 삭히기에는 너무 힘드네요 마음을 다잡고 싶은데 너무나 힘이 듭니다

 

펑펑 울면 풀릴 것 같은데 답답하게도 울음이 안터져요 너무 답답하네요...하.. 

연애·결혼·육아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