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자극적이어서... 호기심에 들어온 분들 많으실텐데... 차분히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저는 스물아홉살이고, 여자친구는 스물여덟살입니다.
사귄지는 2 달 약간 넘었어요.
진짜 운명처럼 만나서 너무너무 사랑하고 있구요, 이 여자만큼은 절대 놓치기 싫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정말 사랑스러운 그녀입니다.
근데 2주전 비밀을 하나 털어놓더라구요.
사실 자신한테는 여자친구가 있었다고, 저랑 만나기전에 그 여자애랑 1년반정도 사귀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진첩도 보여주었습니다. 그 친구가... 남자역할(?)을 하는듯 했습니다.
굉장히 보이시한 스타일에 짧은 스포츠머리를 했더군요.. 진짜 길 가다가 보면 그냥 귀여운 남자네 라고 생각이 들정도로..
저는 솔직히 벙 쪘죠......세상에..... 말로만 듣던 동성애자가 내 곁에 있었다니...
그것도 지금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그녀가 동성애자였다니...
수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습니다.
'나랑 헤어지려고 일부러 거짓말을 하고있는건가???'
'아냐, 헤어지려고 했다면 헤어질각오로 말하는거라고, 이해해줄 수 있냐는 말을 할리가 없지....'
'그렇다면 진짜인가..... 내가 받아들일수 밖에 없는건가....;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던거지......내가 생각한 흔한 레즈비언들끼리의 그런 행위까지 한건가...'
정말 수많은 생각이 몇초간 뇌리를 팍팍팍 스쳐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아...그래...? 그럼 지금도 연락해?"
라고 묻자, 연락안한지는 꽤 됐고 지금은 경상북도로 이사를 갔다고 대답을 하네요.(제가 있는 곳은 경기도)
그 말을 듣자 한층 진정이 됐고, 완전 포커페이스가 가능해진 저는 뭐 과거인데 상관없어... 괜찮아 라고 대답하며 그녀를 안심시켜주었습니다.
그러자 나한테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고 그러네요..
그리고 자신은 절대 동성애자는 아니고, 너무 외롭고 의지할곳도 없던와중에 그녀가 나한테 너무 잘해줘서 자신도 모르게 그 여자애를 좋아하게 됐다고 말하네요.
그리고 그렇게 일단락이 되고 집에와서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또 막상 집에와서 혼자 생각해보니..... 상관없을거 같았습니다.
제가 그녀를 정말 사랑하기에 그녀의 과거따윈 전혀 중요하지 않게 생각되더군요...참..ㅎㅎ
또 그녀도 저와 더욱 깊은 관계가 되기 전에 저에게 모든 비밀을 다 털어놓고 시작하고 싶은 감정이었기에 그런 용기가 났을거고, 저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런 용기를 냈다는건 정말 저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약간의 불안감은 남아있습니다.
우리 둘다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는건데.... 혹시 결혼 후에 다시 동성애를 하던 그 때로 돌아가서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사실 그녀가 그 여자친구와 뭘 했고, 어디를 갔고, 얼마나 좋아했고 이런건 신경안 쓸 자신있습니다만
문제는 위에 말씀드렸다시피 결혼 후.......입니다....
그녀를 정말 정말 사랑하고, 앞으로도 쭉 사랑하고 싶은데...
여러모로 혼자서는 답이 나오지 않아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됐네요..
만약.. 여러분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실것이며, 이후 그녀와의 관계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시겠습니까..?
ps. 아참, 그리고 본문에 적지 못한 내용이 있는데... 여자친구가 커밍아웃을 한 이후에 저에게 책 한권을 빌려줬었는데
그 책 안에 그 여자친구와 찍힌 사진이 있어서... 몰래 서랍에 갖다놓을까 하다가 저도 사람인지라 그녀의 반응이 너무 궁금해서 책에 이런이런 사진이 있다. 이거 은지(가명)집에 가져갈때 같이 가져갈게~
라고 말했는데 그게 책속에 있는지 몰랐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그러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