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가까이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사회생활 하면서 만나게 된 동료에게 마음을 주게 되어 저를 떠나더군요.
그전부터 낌새는 있었고 장난삼아 둘이 무슨 사이냐고 할때도
절대 그 동료랑은 그럴일 없다며 극구 부인했던
그녀가 이런식으로 떠나갔습니다.
예전에는 그랬어요.
배신을 당하고 나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화를 감당할 수 없을거야...
마음속에 남아있던 모든 애정이 남김없이 사라지겠지...
근데 생각보다 덤덤하네요. 종종 떠오르는 예전의 아름다웠던 기억들과
전여친이 앞으로 새 남자와 쌓아갈 사랑의 속삼임이 툭툭 가슴을 치지만...그래도 생각보다 덤덤해요.
서로 헤어지더라도 좋은 오빠동생으로 남자고 했던 약속을
남자가 생겨서 떠나는 마당이니 미안해서 지킬수 없을것 같다며
아주 조심스럽게 눈치보며 말하는 그녀를
그래도 제가 붙잡았어요.
어느덧 친남매보다도 서로를 잘 이해하고 서로의 앞길을 응원해주던 사이인데.....
어떤 친남매가 그리쉽게 인연을 끊겠냐면서요...
알고 있습니다. 남이보면 호구 병신이겠죠.
그치만 어린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방황하던 제가
순전히 여자로서만이 아닌 어머니처럼, 누나처럼 사랑하는
그 이기적인 모습까지도 받아주고 사랑해주던 여자였기에 어쩔수가 없네요.
그친구도 아예 남이 되긴 싫어했고, 다행히 새로운 남친도 충분히 알고 있었던 부분이라 이해해주어
아예 남보다 못한 원수지간이 아닌 친척처럼 간혹 안부를 묻고 사는 사이로 지내기로 했어요.
맘이 복잡하네요. 괜찮은건지 안괜찮은건지 모르겠어요.
그친구 손때가 묻은 물건들을 보며 슬픈건지 덤덤한건지 모르겠고요.
서로가 제일 친한 친구로 지내면서 각자 할일에 몰두하느라 전여친 말곤 하소연할 친구도 없고,
그나마 제일 친한 친구들도 모두 지방으로 해외로 나가있는터라 어디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오래도록 정든 짱공에 하소연 해봅니다. 술이 땡기네요...망할 미세먼지때문에 약먹느라 술도 못마시고 참....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