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시절엔 성장판이 묶여 있었는지 키도 고만고만 하고
살집도 있고, 게다가
별 해괴 망측한 취미에 빠져있던 탓에 (만화,프로레슬링, 컴퓨터도 없는데 게임잡지 모으기 ex)V챔프, 피씨파워진..)
당최 꾸밀줄 모르던 평범한 안경 통통(안여돼 까진..아니였다..)소년 이였다.
다행히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멀쩡한 친구들이 나를 구제 해줘서 히키코모리 직전까지 갈뻔 했다가,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왔다.
그 때 첫 진화를 했다. 겨울 방학에 키가 급격히 자라 181cm 그리고 x신 같은 안경테에서
당시 나름 유행하던 뿔테 안경을 시도 했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그냥 '이제야 사람 같다' 는 느낌.
(고3땐 189cm까지 컸다. 물론 그냥 븅신 시절이라 여자 에게 인기는 없었다 그냥 키만 큰 곰 느낌)
------------1.학창 시절-------------------
1-1. 첫 썸 (설아)
어느 덧 고2... 반 배정 후 첫 단합 모임을 갖게 됬다. 역전 근처에서
여관 방 2개를 빌리고 맥주 및 자잘한 과자 안주와 치킨 몇 마리를 안주 삼아 꼴에 어른 코스프레 하는
잣고딩들끼리 술을 마셨다
(그 당시엔, 동네에 미성년자를 받아주는 술집이 한~두곳 정도는 있었다 일명 "술집 뚫기" 라고 불렀다.)
처음 마셔 보는 맥주.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마치 평소에도 음주를 즐겼던 척 하며 연거푸 들이켰다. 몇 시간도 안되서
몇 놈은 토하고 몇 놈은 잠들고 그 와중에 썸타는 연놈들... 연애와는 담 쌓았다는 생각에 여자는
포기 하고 살았던 나는 그저 부러운 눈빛으로 흘깃 흘깃 쳐다 보기만 했다. 조금 취했을 때 였을까
정신을 차려보니 집으로 가는 버스였고, 안 에는 본인과, 같은 반 여자 애 "설아(가명)" 가 함께
타고 있었다. 나도 키가 큰 편 이지만 이 아이도 꽤 컸다 168쯤..?
버스는 막차 전 이라 그런지 자리가 없었고 우리 둘은 같이 서서 손잡이에 의지 한체 집을
향하고 있었다. 지금은 기억 안나지만 뭔가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 받으며 가는 중
마침 한 자리가 났다. 수줍게 그 애가 먼저 말을 건내더라 "야 너 앉어.."
지금 생각해도 창피하지만 왜 인지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냐, 여자가 편하게 앉아 가야지 여자는 서있으면 안돼 ."
젠장, 물론 어린 나이에 뱉은 말이지만 이게 말인지 방군지
근데 그때는 먹혔던거 같다
갑자기 그 애 얼굴이 살짝 붉어 지는걸 확인했다.
어릴 때 부터 눈치 하난 기가 막혔던 나는 이것이 "그린 라이트" 라는걸 느꼈다.
그리고 몇 일 뒤, 내 단짝 친구 중엔
만식(가명)이라고 있었는데 이놈은 무슨 재주가 있는지 얼굴은 송영길 판박이 인데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언변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 그냥 여자 아이들과 잘어울렸다.
이놈은 설아 와도 금새 친해졌는데 어느 날
만식이가 버디버디로 나에게 쪽지를 보내왔다.
만식: "야 너 x발 ㅋㅋㅋ 재밌는거 알려줄까"
나: "뭔디"
만식: "야 설아가 니한테 관심 있댄다 ㅋㅋ 너 처음
반에 들어왔을때 속으로 '우와~' 이랬대 ㅋㅋㅋ
나: "x발 진짜?"
만식:"ㅇㅇ 잘해봐"
드디어 내 인생에도 봄이 오는 구나 싶었다.
사실 설아는 그리 이쁜편은 아니였다. 누구 닮았다 하기도 뭐하고 그저 키 크고 피부는 허여멀건 한거 빼면
얼굴은 동글하고 그저 평범한 얼굴 이였다.
그래도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그 순간 부터 그 누군가는 나에게 있어서 다른 누구보다 눈에 띄기 시작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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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다.
나는 여자 경험이 전무 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부터는 오히려 설아에게 말도 안걸고 무심한척
했더니 그냥 남이 되버렸다. 그땐 그게 스스로 멋지다고 생각 했었다.....
그렇게 별일 없이 11월이 찾아왔다 마치 친구들이 계획한 마냥 여자 친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난 여자 친구는 대학생 때나 사귀는 건줄 알았다. 마지막 희망 이였던 유해진 닮은 진석이도 여자 친구가 생겼다.
갑자기 똥줄이 타기 시작 했고,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 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해봤지만, 부러웠다.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만식이가 대뜸 말했다.
만식 : "야, 너 설아가 아직도 니 좋아하는거 알고있냐?ㅋㅋ"
나 : "X벌 진짜냐 ? 난 1년 다되도록 말 한번 안섞어서 지금은 아닌줄?"
만식 : "야 걔가 빼빼로 데이에 너한테 고백 하려다가 걍 관뒀어 ㅋ"
나 : "그걸 왜 지금 말해 개x갸...하..어쩌지?, 방법은 걔 하나 뿐인데..ㅆ.."
집으로 돌아와, 2~3시간은 고민 했다. 근 1년 동안 말 한마디도 안 섞어봤는데
이제 와서 밑도 끝도 없이 친한 척 쪽지를 보낸다는게 내가 생각해도 이해가 안됬다.
하지만 용기 내어 선쪽을 보냈다.
<나: 야 머하냡 ㅋ>
'x발 보냈다...' 심장이 요동 쳤다.
-쪽지 왔셩-
<설아: 그냥 TV 봐 ㅋㅋ 왜?>
답장이 왔다... 첫 단합 이후 일절 대화도 안해본 사이 치곤 뭔가 자연스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만식이 녀석이 설아 에게도 귀뜸을 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나: 다음 주에 우리 반 마지막 모임 한다던데, 너 올거야??>
<설아: 응 ㅋㅋ 넌?>
그냥 "넌?" 이라고 물어본 것 뿐인데, 가능성이 보이는 것 같았다.
<나: 응 갈꺼야 ㅋㅋ 그럼 그때 보자~>
실로 깔끔하고 완벽한 마무리 라고 혼자 생각했다. 비록 선쪽은 내가 시작했지만, 내가 먼저 끊었다.
역시나 나는 찌질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 모임 날 난 첫 여자친구가 생겼다.
사실 당시에 설아를 좋아하던 친구가 두명이나 있다고 들었다. 나도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그 두놈이 설아를 노린다는 생각에 재빨리 계획을 진행 했고,
한놈은 그날 내가 설아랑 사귀게 됬다 라는 말을 듣고 술에 잔뜩 취해 우울해 했다.
그때 그 묘한 승리감.. 이것이 바로 수컷들만 느낄 수 있는 유치한 우월감 이라 생각했다.
여전히 나는 찌질했다.
처음 잡아 보는 여자 손, 처음 해보는 키스 (너무 신기해서 매일 키스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처음 만져 보는 가...
어린 마음에 시도를 해봤지만, 겁이 많아 실패 했다. 그렇게 한 30일 좀 지났을까?
설아가 쌍수를 할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당분간 못 만난다고 하더라. 어린 나이에 너무 생소했던 성형 수술이라
(아마 이 시기부터 고등학생들이 방학 동안 성형을 했던 것 같다. 지금이야 워낙 당연한 거지만)
수술 후 붓기니 뭐니 그런건 알 턱이 없었다. 난 상관 없으니 그냥 계속 보자고 졸랐다.
그리고 수술 후 몇 일 뒤 학원 수업을 마치고, 설아에게 찾아갔다.
어둠 속에서 계속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창피해 하던 설아 였지만, 막무가내로 얼굴을 보여달라 했다.
그리고 설아는 손을 얼굴에서 치웠다.
"헉"
너무 놀랐다. 놀란 정도가 아니라 무서웠다. 내가 알던 설아가 아니였다. 지금 생각해도
그건 붓기 때문 만이 아니였다. 무리한 성형을 한거다...
놀란 마음을 추스리며, 그 당시엔 어떻게든 이 자리를 빨리 뜨고 싶다는 궁리만 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방안을 모색했다.
<헤어질 방법을....>
그렇게 본격적으로 찌질함이 시작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