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볼일 없는 긴글..] 짱공님들 글 읽다보니 예전 생각이 나서..

곰같은아빠곰 작성일 20.09.01 03: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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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벌써 43 입니다..

짱공도 엄청 오래 했네요..ㅎㅎ

 

20대초쯤에 아내를 다른 커뮤니티 싸이트에서 알게되서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라? 동네가 같네요? 대화도 더많아지고, 서로 얘기하는 장소도 어딘지 다알고.

우리 만나서 밥이나 먹어요~

처음 만났는데....

둘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마치 몇년은 만났던 사람마냥 웃고 떠들고 차마시고 바래다주고..

 

그다음주에 문자로 대화하다 사귀자 얘기하니 바로 웃음으로 *^^* 답해주네요..ㅎㅎ

 

주말마다 만나서 얘기하고 매일 몇시간씩 통화하고..

그때는 너무 행복했습니다. ^^

 

그러길 2년쯤 지나니..

어느날 아내의 목소리가 안좋더군요..

분명 뭔가 있는 목소리.. 왜그런지 한참을 물어보니..

 

엄마가 자기 만나지 말래요.. 헤어지래요....

 

... 무슨말을 해야 할지 정말 감이 안오더군요...

 

그날은 서로 말없이 전화기만 들고 있었습니다.. 한 3시간은 말없이 있다가 서로 울었던..

 

그렇게 시작된 부모님과의 싸움..

아내는 매일 집에서 혼나고, 울고.. 저는 달래주고.. 만나면 자연스럽게 눈물만 나고..

가끔 찾아뵈면 싫은티 바로 내시고 둘다 헤어지라는 말외에는 할줄 모르시던 두분..

나중에 이유를 물어보니 제직업이 맘에 안드신다고 헤어지라는 얘기를 하시더군요..

 

지금 작은 태권도장 관장으로 있습니다..

그때는 한참 사범생활 할때였지요..

직업이 안정성이 없다고, 큰돈을 버는 직업도 아니고 언제까지 할지도 모르는 직업.. 안된다!

딱잘라 말하시는.. 

 

5년을 그렇게 매일, 매주 부모님과 싸웠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저희집에도 인사를 갔었는데 저희 부모님은 제가 데려온 사람이고,

네가 어련히 좋은 사람 만나는거겠지. 라고 믿어주시더군요..

그럴때마다 아내는 오히려 자기 부모님이 더원망스럽다고 얘기하더군요..

 

그렇게 서로 힘들어하면서도 계속 만나니 조금씩 마음을 여시는건지.. 어느날,

회사 회식으로 엄청 늦게끝나서 대중교통은 다끊긴 아내에게 장모님이 전화하셔서는

너 어떻게 들어올려고 아직도안와? 어!! 미쳤어?!!!

.....오..빠가 지금 오고 있어.. 오빠차 타고 들어갈께요..

 

혼날줄 알았는데.. 의외로 조용히 계시더니..

........ 알았어. 조심히 들어와....

 

응? ^^;;;;;

의외로 들어가서도 안혼나고 조용히 넘어가고..

 

어느날은 아내가..

오빠.. 혹시 내일 시간되면 나랑 엄마차좀 가질러 갈래요?

엄마차 고장나서 맡겼는데 다른곳에 가셔야 되서 내가 찾아와야 하는데 운전 겁나서..

 

그렇게 저와 같이 찾고 제가 운전해서 오는데 비가 많이 오더군요.

그러는중에 장모님 전화.

지금 비 많이 오는데 운전 어떻게 하냐?

어. 그래서 지금 오빠가 운전해요..

그려. 알았어~ 조심히 와.

 

그뒤로 헤어지라는 말씀은 좀처럼 들리지 않더니

거의 한달뒤에 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먼저 말씀해주시는 두분..

아내도 왜 불렀는지 전혀 모르고..

그렇게 주말 저녁에 찾아뵜더니 근처 고기집에서 소주나 한잔 하자시는 아버님..

 

너.. 이제 우리 식구야. 앞으로 편하게 왔다갔다해.

아내도 놀래서 한참을 가만히 있더니 조용히 흘리는 눈물 한방울..

테이블 밑으로 서로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7년의 사귐.. 7년중 5년은 매일매일 눈물로 보내고..

그렇게 한달뒤에 상견례하고, 5개월뒤에 식올리고..

 

결혼후 3년뒤에 첫째아들이 태어나고 올해 벌써 8살..

올해 1월에 둘째딸이 태어나고.. 생후 7개월..

둘다 양가 부모님들이 애지중지 하시는 보물들..

 

어느덧 20년 가까이를 함께한 아내가 너무 고맙기도 하고..

결코 짧지않은.. 힘들게 보내온 5년.. 그시간을 참고 견뎌준 사랑에 너무 감사하고..

 

요즘 코로나로 체육관이 의도치않은 휴관중이라 ㅠㅠ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생겨서 최대한 아내도 육아로 지친몸과 마음좀 추스리게 해주고 싶네요..

아이들 돌보다 지쳐 곤히 잠든 얼굴을 보니 예전 생각이 많이 납니다..

아무리 잘해줘도 모자르다 생각되는 아내에게 내일도 사랑한다 얘기해줘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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