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된 장치로는 ‘비행, 임수수행 기록장치’가 있습니다. 요즘 개발 중인 전투기들은 작전 비행시 모든 관련 자료를 자세히 기록하여 귀환 후 재생, 각종 평가를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진보된 비행, 임무수행 기록 장치를 갖고 있는데, 블록 60엔 Smiths Aerospace 사가 개발한 ADTE/DVR(Advanced Data Transfer Equipment/ Digital Video Recording)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15기가에 이르는 메모리 카트리지(Cartridge)에 3채널 정보가 모두 실시간으로 기록됩니다. 우선 화상정보로서 HUD와 헬멧 바이져, 그리고 전방감시 적외선 센서에 잡힌 화면이 동영상 파일로 변환되어 저장되고 무선교신 내용(2인승은 인터콤 통화내역도 함께)이 오디오 파일로 변환되어 저장되며 세 번째로, 레이다 화면과 각종 비행 데이타, 레이다가 스캔한 디지털 지형 자료도 함께 기록되지요. 기지로 귀환한 후엔 카트리지를 뽑아서 자료를 모두 복사, 재생하게 되는데 조종사가 겪은 모든 상황을 남김없이 재현할 수 있어 임무 평가 및 다음 작전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6) 무장 운용능력 확장. 블록 60은 유럽 동맹국 등 해외시장을 고려하여 무기 인터페이스도 확장되었지요. AGM-154 Joint Standoff Weapon (JSOW)과 AGM-84E Standoff Land Attack Missile (SLAM), GBU-31 Joint Direct Attack Munition (JDAM), AGM-154 Joint Standoff Weapon (JSOW)도 장착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헬멧조준장치도 호환성을 높여서 영국제 ASRAAM, 미국제 AIM-9X, 이스라엘제 Python4, 5 등 현존 최신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모두 사용할 수 있지요.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AIM-120 AMRAAM을 사용하고 이전 버전과 마찬가지로 6포신 20mm 발간포도 같은 위치에 장착되어 있지요. 이 외에도 지난번 사진으로 소개한 Northrop Grumman AN/AAQ-28 Litening 복합 pod(이 포드는 옵션에 따라 항법, 목표식별, 조준, 레이저 조사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 나 Lockheed Martin Sniper XR Targeting pod(랜턴 시스템보다 해상도와 탐색거리가 크게 확장됨) 같은 외부 포드를 별도로 장착할 수 도 있지요. 이들 포드는 성능이 대폭 개선된 3세대 포드로서 블록 60의 무장 운용 유연성을 한층 높여줄 수 있지요.
일일이 설명하기가 번거로우니, 궁금한 것은 스스로 찾아보기 바랍니다. 위 기능들은 왠 만한 일선 전투기에는 다 있는 기능인데, 한 가지만은 주목해야 합니다. DTS 기능이죠. 옵션으로 제공한다고 하는데, 이 기능은 아래 블록 60 이스라엘 버전에 자세히 설명해 놓았으니 참고하기 바랍니다.
(8) 추력증강 엔진 블록 60의 엔진도 미국의 양대 엔진 업체인 GE 사와 Pratt & Whitney 사가 경합을 벌이고 있지요. UAE 공군은 General Electric F110-GE-132 (밀리터리 추력 19,000 lbs, 에프터버너 추력 32,500 lbs)를 발주했고 이스라엘 공군은 프랫트 엔 휘트니 제를 발주했지요. 참고로 우리공군이 보유한 블록 52의 엔진 에프터버너 최대추력은 29,100 lbs 입니다.
(9) 이스라엘 공군용 블록 52 능력향상형, F-16I Soufa. 이스라엘 기체는 좀 독특합니다. 그래서 따로 설명을 해야 합니다. 이 기체를 블록 60으로 같이 보느냐, 아니면 블록 52 로 보느냐는 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UAE 기체 만큼 최신기술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우리 공군의 블록 52형과는 성능차가 많이 나기 때문이죠. 욕심같아선 나름대로 블록 57 이나, 58 로 자의적으로 이름을 붙이고 싶은 기체입니다. 블록 52+ 라고 말하는 분들도 많은데, 성능은 60쪽에 훨씬 가까워서 차라리 블록 60- 로 부르는 게 더 타당할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 기체 이름인 Soufa 란 말은 히브리어로 폭풍(=Storm) 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이스라엘 공군은 Peace Marble V 란 프로그램 이름으로 모두 102대를 도입키로 계약했고, 올 2월의 첫 시제기 납품을 시작으로 한 달에 약 2대씩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으로부터 납품받을 예정이지요. 모든 납품이 끝나고 나면 이스라엘 공군은 F-16 전투기 각 형을 모두 362대나 운용하게 되어, 미공군에 이어 세계 2위의 F-16 운용국이 됩니다. 잘 알려진 대로 이스라엘은 나라는 작지만 공군만은 세계적인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F-15I(F-15E급) 23 대를 포함 F-15만 90 여대를 보유하고, 현재 230여대의 F-16을 보유하고 있지요. 각 형식을 보면,
이 블록 52 능력향상형(미국 측 자료엔 52 업그래이드형으로 보기도 하고 60형으로 같이 보기도 함. 그래서 미국 엔지니어들은 'Diet 블록 60’이라고 부름) 이스라엘 버전은 이스라엘 측의 독특한 요구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우선 내부 전자장비를 대폭 줄여서 순수 자중을 블록 40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추고 추력증강엔진을 장착하여 기동력을 향상시키고 있지요. 최종 조립은 미국 텍사스 주 포츠워스의 록히드마틴 공장에서 하지만 이스라엘 엘타(Elta) 사를 비롯한 자국 전자장비업체의 전자장비를 탑재할 것을 옵션으로 걸었습니다. 따라서 국산화비율도 상당히 높혔지요. 가장 주목할 특징은 자국 방산업체인 라파엘 사가 개발한 지형참조항법 시스템, RITA(Rafael Terrain Reference Navigation) system을 장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까 말한 DTS 옵션입니다. 노드롭그루만과 록히드마틴 모두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개발해 놓고 있습니다만, 이 시스템은 먼저 땡칠이 씨리즈 랜턴 편에서 어느 정도 언급을 했었지요. 이 시스템은 랜턴 시스템의 항법포드나 일반 레이다의 지형추적 모드가 많은 전파를 방사하여 적에게 탐지되기 쉬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야간이나 악천후 저고도 비행시 적의 탐지를 피하면서 안전한 비행을 가능케 합니다.
최근 실전 배치되는 최신 버전 순항미사일의 항법체계인 INS + TERPROM by GPS 와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지요. TERPROM은 Terain Profile Matching(지형자료비교)의 약자인데, 자신의 위치를 먼저 정확히 계산하고 사전입력된 정확한 전자지형지도와 비교하면 날아가는 방식이지요. 라파엘사의 시스템도 같은 원리입니다. 먼저 관성항법장치(INS)가 있고, 여기에 연동된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에 해당 지역을 세분화한 3차원 공간자료(거리, 방향, 고도)의 전자지도가 세분화되어 기억되어 있습니다. INS는 비행시 가속도를 적분하여 정확한 비행거리 데이터를 만들고 GPS와 연동하여 정확한 좌표위치를 항상 계산하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그 해당 위치의 전자지도를 컴퓨터가 읽어서 비행방향의 장애물을 인식, 계산(방향, 고도)하여 전투기 조종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방식이죠. 이것도 autopilot 과 같은 기능으로 조종사의 개입 없이 이루어집니다. 우리 공군이 보유한 랜턴 시스템의 항법포드도 차후엔 이 시스템으로 교체가 될 것으로 생각되지요. 블록 60의 콘포멀 탱크에 의한 장거리 항속력과 SAR 기능에 의한 정밀타격 능력은, 이제까지 이스라엘 공군이 오직 23의 F-15I 에 의존해 오던 장거리 정밀 타격 임무를 F-16I 도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스라엘 공군의 타격 전력이 대폭적으로 증강된 셈이지요.
많은 국내 언론과 전문 잡지들은 F-16 Block 60을 F-35가 본격 양산되는 2012년까지 가교역할을 하는 기체로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만 전혀 아닙니다. 그렇게 따지기엔 너무도 성능이 좋습니다. F-35는 말처럼 그렇게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기체가 아닙니다. 여러 정보에 의하면 생산단가의 대폭적 상승이 불가피하며 또한, 해병대용 F-35B의 기술상 난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등 많은 변수를 내포한 사업입니다. 그래서 록히드마틴은 양다리 전략 (Switching)으로 F-16의 개량을 계속하면서, F-35의 불확실성을 줄여보자는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F-16 Block 60은 개발비 10억불을 UAE가 홀로 떠안는 바람에 차후 다른 국가들이 실시하는 잔투기 입찰에서 더 싸게 응찰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가격은 옵션포함 대당 5천만불 선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지구상 어떤 전투기도 이 가격에 이 성능을 맞추지 못합니다. 가격대비 최고 성능의 경쟁력을 갖춘 기체 입니다. 발주 대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적인 물가상승분을 상쇄시키고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아울러 어떤 자료들은 이 기체를 라팔과 유로파이터, 수호이 씨리즈와 국제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개발한 기체로 평가합니다. 맞는 말입니다만, F-16 Block 60의 개발은 초강대국 미국의 방산업체 통합과정에서 마지막 남은 Boeing社 (구 McDonnell Douglas社)의 F-15E를 완전히 몰아내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F-16의 항속력이 라팔이나 유로파이터에 뒤집니까? 안 뒤집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커다란 콘포멀 탱크를 달았을까요? 바로 F-15E를 몰아내서 보잉을 전투기 사업에서 완전 손떼게 만드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콘포멀 탱크를 달 이유가 없습니다. 아울러 SAR 기능까지 추구한 걸 보면 목적은 분명합니다.
Boeing社에 합병된 McDonnell Douglas社는 F-4 팬텀과 F-15 이글을 통해 세계 전투기 업계의 선두주자로 군림해온 업체였습니다. 이제 장기간 양산이 보장된 기체는 F/A-18E/F 뿐으로,일본이 주문을 할 예정이라는 보도도 있지만 해외판매가 어려운 기종이며 한국과 싱가폴에 판매를 성공한 F-15외에는 이제 희망은 호주 공군의 F-111 대체기종 정도입니다.
결정적인 경쟁이었던 이스라엘 공군 입찰에서, 반값으로 후려친 F-16 Block 52+에 힘 한번 못써보고 패했하였습니다. 록히드마틴이 같은 돈으로 F-15의 두 배를 살 수 있고, 같은 유지비로 F-15의 두 배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는 데야, 이길 재간이 없었습니다. 보잉만 사라져 준다면, 초강대국 미국의 프리미엄을 홀로 등에 업고 속편하게 장사를 할 수 있게 되지요. 보잉의 몰락은 전투기의 명가 맥도널 더글러스의 몰락을 의미합니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상상도 못하던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