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군대 소원수리를 하면서 느낀 점

인생은탁탁 작성일 07.02.08 14: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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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00년 이후,군대에서 복무해 본 사람이라면,

 

소원 수리라는 것에 참여 해 봤을 것이다.

 

무기명의 설문지에

 

군생활 하면서 당한 억울한 점 이나, 괴롭힌 사람에 대해 적는 것인데,

 

내 주위엔 부대나 간부들에 대해, 또는 고참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는데도,

 

설문지는 거의 대부분 백지로 제출 되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당시 병영 생활 개선에 대해 뜻이 있었던 대대장님(황금천 중령이라는.... 당시 11사단 955포병대장)정말 훌륭한 분이었기에 '님'이라고 말하고 싶다.)은

 

"백지를 적어 내는 사람은 더럽게 이기적인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셨다.

( 아마도, 자신의 개인적인 억울함을 토로 하지 않으면, 거기에 보편적인 군생활의 부당함이 연관되어 있을 때,그 부당함을

지적하지 않음으로해서,피해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을 지적한 것일 거다.)

 

 

하지만 그래도 불만이 있지만 설문지에 백지를 적어 낼 수 밖에 없었던 데엔 이유가 있다.

 

 

내가 입대했을 때 고참이 내게 했던 말이 있다.

 

"간부들 믿지마라. 군대에서는 아무도 믿지마라, 너만 믿어라.

군대에서 믿을 수 있는 건 입에 물고 있는 담배 하나 밖에 없다."

 

간부들에 대해 총체적인 불신을 품을 수 밖에 없는 것은, 결국 현장에서 병사가 느끼는 간부라는 건,

병사인 나를 부려먹으려 드는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행하는 많은 업무들은 현실적으로 시행이 어려운 목적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이런 "현실화하기 어려운 강요된 목표"는 아랫사람으로서는 거부할 수가 없기 때문에(까라면 까라,하면된다.)

 

결국 "보여주기 사업"이라는 형태로 하는 "시늉"을 보여야만 한다.

 

실제로 병사들은 부대에서 시키는 일은 "보여주기사업"이라고 불평하지만,

병사들 자신 들 조차도 고참에 대해 "보여주기사업"을 벌여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이를테면, 매일 아침마다 자퀴를 세번 뜨라는 지시. 자퀴를 한 번 뜨는데 드는 노력은 못을 50개 밖는 노력과 비슷하다.)

 

심지어 소원수리 같은 것도,간부 자신이 그 필요성을 인지하기 보다는,소원수리를 해서 결과를 상부에 보고 해야만 한다는

강요에 의해서 무심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불평 불만을 적어 보았자, 그 불만 사항이 시정되기는 커녕, 병사 자신에 대한 부담으로  돌아오기 마련이었다.

 

이를테면, 부대의 탁구대가 부실해서 탁구를 할 수 없다고 적는다고 하자. 그럼 상부에서 새로운 탁구대가 지급이 되는가?

천만에.

 결국 병사들(특히 작업에 숙련된 상,병장들) 에게 탁구대를 보수해야 하는 업무가 새로이 부가될 뿐이다.

 

때문에 그런 소원수리가 한 번 가고 나면, 상병장들은 일이등병을 까기 일쑤였다. 흔히 그 날은 일이등병이 대청소를 해야 하는 날이 되었고, 취침전에 목차려는 기본이었다.

 

그런 현실에서 "고참 아무개가 이런 나쁜짓을 하였다"라고 적는 다고 하자.

 

그럼 어떻게 되는가?

 

상병장 중에 행정반에서 일하는 행정병이 그 필체를 조사해서,누가 적은 것인지 밝혀 내고,

 

그 녀석은 개념 썩어 빠진 놈으로 완전 왕따 개갈굼 되는게 보통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적혀진 고참이 영창을 갔다와서 다른 부대로 배속받는 다 해도,그 녀석의 동기들이 있기 때문에,보복행위의 부담에 시달려야 하기 마련이고,

 

심지어 자대로 다시 돌아왔을 땐 어떤 식으로 시달렸는지 옆에서 보면 안쓰러운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괴롭히는 병사가 있다고 적어 본들,그건 다 자기 한테 돌아오기 마련이기 때문에,적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간부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아니, 제대하기 전날,대대장(새로온 놈....진짜 꼴통이었음) 과 만나서 얘기할 기회가 있을 때 물어보고 싶었다.

 

분명 간부들도 서로 맘에 안드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부당한 경험도 많을 텐데, 만약 그런 식의 소원수리를 한다면,

간부들은 불만사항을 적을 수 있겠느냐고....

 

나는 간부들 중에, 역지사지를 아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딱 한사람 빼고..(황중령)

 

지금은 뭐... 군대가 개판이 되서, 이등병이 이등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긴 한데,

 

그건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분명 국방부의 정책에는 필수적인 측면도 많다. 개념 없는 이등별은 소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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