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치열한 취업전쟁에서 너무나 구겨져 더이상 구겨질 자존심조차 남지 않았다는 한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나 군대간다."
순간 머리가 띵 했습니다. 도대체 왜? 왜? 왜? 라는 말뿐이 생각이 나질 않더군요.
평소 치마외엔 옷이라고 생각지도 않던 녀석이...
"도망간다고 생각해도 좋아...그런데 땡기네 ㅋㅋ"
농담투의 말이었지만 그 말속엔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원망이 섞여있었죠.
어찌되었던 모든 사람들의 만류에도 그 친구는 '군대'라는 새로운 직장을 찾아서 떠났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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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에게서 첫 전화가 왔습니다.
"나다 O하사 ㅋㅋ 예비역 병장님은 잘 사시는가?"
"어!? 너 ㅋㅋ 완전 미춌어!! ㅋㅋ 어디 하사 찌끄레기가 대한민국 오대장성 보다 높은 이몸의 이름을 함부러 부르는게냐?"
"앗 죄송합니다!! ㅋㅋ 지랄을 하시네!!"
이상하더군요. 과거 제가 군대 있을적에 고참한테 보일러실에서 쪼인트까이고 하면 1541 수신자 부담전화해서 하소연 하던
녀석이었는데...
"화생방 해봤냐? 디지지? ㅋㅋ "
"니말이 딱 맞더라...이러다 내가 죽는구나...ㅋㅋ"
"그려 그거 해봐야 인생의 참 묘미를 느끼지..."
"나 군대오기 잘했나봐..."
"왜?"
"밖에 있을땐 몰랐는데...군인만큼 순수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뭐가?"
"집에가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살잖아..ㅋㅋ"
ㅋㅋㅋㅋㅋ 짜파게티와 스파게티 뽀글이가 맛있다며 웃어대는 그녀에겐 왠지모를 뿌듯함이 드는 대화였습니다.
요즘처럼 양성평등화다 뭐다해서 묵묵히 자신의 권리이자 의무를 다한 대한민국 남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대는 시대에
이유가 어찌되었든 다른 여성들은 하지 못하는 아니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는 제 친구에 대한 뿌듯함 말이죠.
곧 외박 나온다고 하던데...간만에 삼겹살에 쐬주 한잔 하며 저의 군대시절 무용담을 늘어놓을 생각입니다.
가능하다면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도요.ㅋㅋ
P.S 제 친구를 위해 많은 격려 부탁드립니다. 나중에 외박나오면 뽑아서 보여줘야 겠습니다.!!!
"널 응원하는 대한민국의 예비역 병장님들의 메시지다 라고 말이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