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소형 핵무기 데이비 크로켓[펌]

사랑믿지않아 작성일 07.06.17 21: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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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북아메리카에 있는 US 어쩌고 하는 나라가 세계의 주인을 자처하며 떵떵거리고 있습니다만, 1950년대 후반에만 해도 동유럽 전체를 뒤덮고 있는 빨간 색 나라(이 쪽은 소비에트 연방 어쩌고 하더군요)에게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유럽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대결장이었고, 최전방에는 각종 병기들이 배치되어 마치 전쟁 전야를 연상시켰습니다.

 

불안해진 양쪽 진영은 서로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와 바르샤바 조약기구(이 쪽은 WTO...가 아닌데)를 설립하고, 서로 저쪽에서 선제타를 날리지 않을까 조마조마해 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을 위시한 NATO측 국가들은 동쪽에서 공산권 전차들이 밀고 내려올 것을 상정한 여러 가지 전략을 세웠습니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공산국가하면 압도적인 물량이 떠오르고, 확실히 당시 전쟁이 벌어졌다면 동부 전역에서 엄청난 양의 전차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 뻔했으니까요.

 

여기서 뭐가 떠올랐을까...하고 생각해 볼 것도 없습니다. 마침 냉전시대의 메인 테마격이자 3차대전에서 절대 빠지지 않고 등장할 악마의 병기, 핵무기입니다. 미 육군은 당시 유럽에 전투용 전술핵 106,000발, 대공핵병기 25,000발, NATO국가 지원용으로 20,000발 해서 도합 151,000발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핵무기를 배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발발하면 대공핵병기를 제외해도 하루 423발씩 사용하기로 상정했을 때 나온 계산이라고는 하는데, 다행히도 실행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1954년부터 1992년의 핵감축까지 11,500발의 핵무기가 배치되어 있었고, 이는 미국의 총 핵무기 보유량의 16%에 해당하는 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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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차르 봄바, 위력 50메가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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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Mk. 17, 위력 11메가톤

 

위의 것들처럼 무식한 것들도 있긴 합니다만, 저건 도저히 사람이 된 입장으로서 쓸 만한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비인간적인 위력도 그렇지만, 우선 크기가 크기이니만큼 전장으로 끌고 가는 것 자체가 힘들었죠. 때문에 저런 고위력 핵병기는 전시용으로 끌어다 놓고 실제적으로는 훨씬 실용적인 크기의 핵무기를 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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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파란만장한 세상사 중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 있으니, 이 글의 메인 테마인 소형 핵병기, M-388 데이비 크로켓(Davy Crocket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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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데이비 크로켓은 원래 19세기 미국의 민중영웅입니다. 미국 의회의 테네시 주 대표이자 텍사스 독립에서 활약했고, 그 유명한 알라모 전투에서 숨진 사람이지요. 뭐 우리나라와는 별로 인연이 없는 사람이긴 합니다만, 일단 이름의 유래를 알아 두기로 하죠.

(근거는 없지만 너구리 가죽 모자 쓴 걸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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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 크로켓은 전장 일선에서 진격해 오는 적 부대를 막는 것이 주목적이었습니다. 만약 소련측이 선제공격을 감행해 온다면 NATO군이 방어측으로 전개하는 데에 시간이 걸릴 것은 자명했고, 이 때 데이비 크로켓을 발사하여 시간을 지연시키면서 방어군을 전개시키는 순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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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 크로켓의 M-388 발사체

 

데이비 크로켓, M-388은 미군의 실전배치 탄두 중 가장 작은 모델인 W54 탄두 변형버전을 사용했는데 W54는 중량 23kg에 10~20톤(킬로톤이 아닙니다)가량의 위력을 가졌으며, 완성된 M-388은 중량 34.5kg, 길이 78.7cm, 구경 279mm이었습니다. M-388은 무반동포 앞에 끼워 쏘는, 그러니까 RPG-7과 비슷한 모양의 발사체입니다. 물론 로켓이 아니긴 하지만 커다란 탄두를 튜브 앞에 끼웠다가 퓽~ 하고 쏘는 느낌은 비슷한 거죠. 발사에 사용하는 것은 M28, M29의 두 가지 무반동포로 각각 120mm, 155mm였습니다. M28은 최대 사거리 2km, M29는 4km 가량으로, 이건 데이비 크로켓이 저위력 탄두를 사용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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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8 120mm 발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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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9 155mm 발사기

 

 

 

 

M-388이 사용한 W54는 Mk-54라는 버전으로, 폭발 위력을 10톤과 20톤 두 가지로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핵무기의 위력은 킬로톤 단위가 최소가 아닌가 생각하시는데, Mk-54같은 소형 핵무기의 경우 1킬로톤 밑의 위력을 내는 것도 가능했지요. 사실 10톤 규모는 실용 가능한 핵무기 중 최소 한계위력에 가깝습니다.

 

'10톤? 수십 메가톤 핵무기가 왔다갔다하는 마당에 그걸 어디다 쓰나?'하고 질문하실 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게 어디에 쓸모 있는가 한번 알아보도록 하지요.

 

핵폭발시 발생하는 피해는 크게 열선, 폭풍, 방사선의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핵무기의 위력이 커짐에 따라 열선>폭풍>방사선의 순서로 피해 반경이 커지게 되지요. 그래서 고위력 핵의 경우 폭풍이 덮쳐오기도 전에 열선에 완전히 구워지게 됩니다. 이에 비해, 소형 핵의 경우에는 열선효과와 폭풍효과가 매우 적습니다. 따라서, 데이비 크로켓의 경우 꽝 터져서 위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는 거지요.

 

그럼 이게 터지면 어떤 피해가 나오는가 좀 나열해 보겠습니다.

 

 

※ 열선 피해

 

폭심에서 90m 떨어져 있는 사람이 3도 화상을 입게 됩니다. 3도 화상은 '화상'이라고 부르는 것 중에는 가장 심합니다만, 사람이 탄화되기엔 부족하므로 일반적인 핵무기에 비해 피해 범위가 엄청 좁습니다.

 

 

※ 폭풍 피해

 

20톤 위력으로 설정한 경우 폭심 중심에서 150m 반경에 7PSI(인치당 파운드로 압력 단위입니다)의 폭풍이 몰아칩니다. 이는 범위 내의 강화되지 않은 일반 건물을 모조리 주저앉힐 정도의 위력입니다만, 사람의 경우 서 있었다면 풍압에 넘어지지만 바닥에 납작 엎드리면 중상을 걱정하진 않을 정도입니다(파편이 날아오는 경우 제외). 그러니 주목적인 장갑차량에 있어서는 좀 센 바람 정도에 불과하게 됩니다. 여기서 방사능 피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거죠.

 

 

※ 방사선 피해

 

폭심 500m 내 : 200렘(방사선 단위)의 피폭량. 불임을 유발하며 암 발생 확률을 증가시키고 일시적으로 면역기능 상실합니다.

 

폭심 400m 내 : 600렘의 피폭량. 여기부터 치명적인 피폭량으로, 피폭자의 사망확률 50% 가량입니다. 20톤 설정을 사용하는 경우 발사한 측의 안전을 보장하려면 최소한 이 거리는 유지해야 합니다.

 

폭심 300m 내 : 1,000렘의 피폭량. 이 범위부터 피폭자는 100% 사망합니다. 이 거리 안에 있던 사람은 후방으로 이송될 수는 있겠지만, 2주 내에 반드시 사망하게 됩니다. 데이비 크로켓 탄두의 신관이 작동하는 최소 거리이기도 하며, 이 거리에서 발사했을 경우 발사했던 아군도 죽게 되기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런 선택을 강요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이 무기의 단점이기도 합니다.

 

폭심 200m 내 : 5,000렘의 피폭량. 피폭자는 즉각 무력화됩니다. 몇 시간동안 약간 회복되는 듯한 증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다시 악화되고, 이틀 정도면 죽습니다. 이 정도면 상당량의 기갑차량을 범위에 넣을 수 있으며, 차폐가 되어있다고 해도 4,600렘 가량의 피폭량을 받기 때문에 확실히 죽게 됩니다.

 

폭심 150m 내 : 10,000렘의 피폭량. 방사능이 중추신경계를 공격하게 되면 피폭 즉시 즉사하며,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 자리에 쓰러져 수 시간 내에 사망합니다.

 

 

위에 쓴 것처럼, 데이비 크로켓은 열선과 폭풍효과는 보잘 것 없지만, 방사능 효과는 강력합니다. 예를 들어 미군의 M1A2 전차 1개 소대가 있다고 칩니다. 통상의 쐐기형 전개대형 중심에 데이비 크로켓이 착탄했을 경우 전차엔 별 피해가 없겠지만, 10,000렘의 방사능이 전차 안에 있는 승무원을 모조리 살상합니다. 결과적으로 별 손상이 없는 전차 1개 소대와 죽어 있는 1개 기갑소대분 시체를 얻게 됩니다. 이는 요즘에 잘 나가는(?) 방사능 강화탄두, 즉 중성자탄과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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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9 발사기

 

 

뭐 이런 식으로 사용되는 무기인데, 생각해보면 참 거식한 무기입니다. 폭발력은 별로 없는 것이 방사능을 뿌려대기 때문에, 적절히 적 부대의 진격을 막으려면 수십, 수백발을 전선에 일제 발사해야 하는데 이건 아무리 핵탄두 만능주의에 빠져 있던 50, 60년대 미군으로서도 상상하기 힘든 소리였습니다. 결국 데이비 크로켓은 수명이 그리 길지 못했습니다. 1961년부터 1971년까지 약 2,100발 가량의 M-388이 생산되었고(M-388에는 통상탄두도 탑재할 수 있었기 때문에 2,100발이 모두 핵탄두인 건 아닙니다)그 이후 여러 압박에 의해 중단되었습니다. 63년 케네디 대통령이 생산 중단을 종용했던 일화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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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차량의 탑재운용모습. 위부터 M38, M116 APC, M113 APC

 

 

1962년 7월 7일 W54의 첫 실험이 있었습니다. 리틀 펠러 II(Little Feller II)라고 명명된 이 테스트에선 지상 1m 높이에 케이블로 고정된 탄두를 기폭시켰으며, TNT 22톤의 위력이 측정되었습니다. 이후 실제 발사 실험인 리틀 펠러 I(Little Feller I)가 실시되었습니다. 왜 I이 II보다 나중인지는 미스테리지만, 어쨌든 M113 APC에 얹힌 M29 155mm 무반동포에 의해 M-388이 발사되었으며, 2.7km를 비행한 탄두는 목표 상공 12m에서 폭발했습니다. 위력은 18킬로톤이었습니다. 여기서 당시 미국의 핵실험 개념에 대해 알 수 있는데, 폭발 26분 후 가상 핵전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4 보병사단과 1개 전차소대를 폭심지에 밀어넣었던 겁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원래 M-388은 시한신관을 장착해서 발사할 때마다 일일이 목표와의 거리를 계산해서 세팅해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이 실험에선 고도신관을 탑재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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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펠러 I 테스트의 폭발 장면

 

 

W54 탄두의 경우 버전에 따라 다양한 위력을 지녔기 때문에 데이비 크로켓 뿐만이 아니라 여러 곳에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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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54 SADM(Special Atomic Demolition Munition : 특수핵파괴탄)입니다. 공수부대원과 함께 낙하산으로 투하되어 적지의 해안에 위치한 중요한 시설물(항만시설 등)에 설치한 뒤 대원들이 수영하여 함정 등으로 퇴각, 폭파시키려는 목적으로 제작된 무기지요. 중량 68kg에 50cm 가량의 원통으로, 10톤에서 1킬로톤까지의 파괴력 조정이 가능했습니다. 300발 정도 제작되어 1989년까지 운용되었습니다. 흔히 '핵배낭'으로 일컬어지는 무기로 주한미군에도 일부 배치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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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M-26 팰컨 공대공 미사일입니다. AIM-4 팰컨의 개량형으로, F-14 톰캣이 사용해 유명해진 AIM-54 피닉스 미사일의 전신이지요. 개발 당시에는 뭐든지 일단 핵탄두 탑재하고 보자는 핵탄두 만능주의가 만연해 있었던 데다가, 내습해오는 소련의 중폭격기를 확실히 추적, 요격할 만한 대공무기 체계가 확실치 않았기 때문에 이런 핵탑재 대공무기가 꽤 그럴 듯 했죠. 250킬로톤의 W54 핵탄두 또는 통상탄두를 탑재했으며, 1961년 채용되어 F-102 델타 대거에서 운용하다가 1972년 퇴역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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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M-62 월아이 화상유도식 활강폭탄입니다. 1960년대 대지공격용으로 개발되었으며, 통상탄두를 탑재하나 일부는 AIM-26의 핵탄두를 전용해서 쓰기도 했습니다. 이후 매버릭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었습니다.

 

 

 

데이비 크로켓은 일본의 1962년작 영화 '킹콩 VS 고질라'에도 등장했습니다. M-388이 통상탄두 버전과 핵탄두 버전으로 나왔었는데, 사실 이 때는 데이비 크로켓의 존재가 비밀에 부쳐지고 있었기 때문에 특이한 일이었지요.

 

 

 

 

 

 

출처.http://cafe.naver.com/booheong.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4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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