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명은 어드미럴 그라프슈페, 우르과이의 몬테비데오항에서 자침한 바로 그 장갑함 - 달리 포켓전함이라 불리우기도 하는 놈이다. 바로 이 놈이다.
속도에서는 전함에 앞서고, 화력에서는 순양함을 앞서고,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결과적으로 속도에서는 순양함에 뒤지고 화력에서는 전함에 뒤지던 어정쩡한 놈이었다. 더구나 만재배수량 15000톤 정도로는 11인치급 주포만 여섯 문에 이르는 기본무장만으로도 버거웠기에 방어력마저 크게 희생해야 해서 측면 50 ~ 80밀리 정도로 경순양함의 6인치급 주포조차 견디기 힘든 수준이었다. 함대전은 절대 무리이고 통상파괴전이나 치르는 것이 고작인 애매한 녀석이었다.
실제 라플라타 인근 해역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그라프슈페는 중순양함인 엑세터에게는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등 선전했지만 경순양함 아약스의 공격에 상당한 곤란을 겪어야 했다. 느린 속도 탓에 앞선 주포의 포구경을 살려 아웃레인지에서 공격하겠다는 것도 어느샌가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해 오는 영국 함대로 인해 전혀 장점을 살리지 못한 채 근거리에서 장갑이 관통당하는 위험에까지 내몰려야 했었고. 이래저래 1차세계대전에서의 패전으로 베르사이유 체제에 묶여 있던 당시 독일군 - 특히 독일 해군의 한계를 그대로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함이었다.
그래도 한때는 독일해군이 보유한 가장 대형의 함선이었기에 독일해군의 기함으로서 여기저기 얼굴을 내비치기도 했었는데, 포켓전함이라는 분류도 이때 별명처럼 따라붙은 것이다. 딱 전함의 축소판이었으니까. 그래도 수 만 톤에 이르는 상선을 격침시킴으로써 통상파괴함으로서 나름 선전을 하기는 했는데... 역시... 뢰더의 말처럼 "독일해군은 열심히 싸우다 죽는 것밖에는 안 남았다."라고 한 그대로 우르과이의 몬테비데오 항에서 자침하고 만다. 예정된 결과였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 그라프슈페를 외국의 한 노친네가 운행가능한 보트로 제작해 가지고 놀고 있다. 그야말로 밀덕의 꿈이라 할 텐데... 진짜... 해외 밀덕들의 깊이를 느끼게 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 이보다 더 나를 놀라게 한 것이 6대 1 크기의 카알 열차포였는데... 역시 밀덕질도 하려면 이 정도는 해 주어야 한다. 뭔가 생산적이지 않은가. 하다못해 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지면 저거 타고서 이스칸달로 도피를... ㅎㅎㅎㅎㅎㅎ 암튼 부럽다. 나두 저러고 싶은데...
자료제공 : http://www.bismarck-class.dk/shipmodels/german_models/admiralgrafspeeterra.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