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통구리 한 야산. 육중한 방탄복과 두툼한 특수군화, 헬멧을 갖춘 군인 2명이 한 조가 돼 투명 방탄 플라스틱 박스 안에서 탐지기로 땅을 점검하고 있었다. 이 탐지기(prs-17k)는 지표면 50㎝ 이내에 있는 작은 못까지 탐지할 수 있다. 한쪽에서 "삑삑" 소리가 들리자 군인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탐지조가 뒤로 빠지자 우리 군이 독자 개발한 '공압기(compressor)'와 '에어건(air gun)'을 이용한 흙 제거 작업조가 투입됐다. 호스로 물을 뿌리듯, 압축공기를 호스로 뿜어내 흙을 날려보내자 녹슨 대전차·대인 지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 주변은 1986년까지 민통선(민간인 통제선) 지역이었다. 민통선이 북쪽으로 약 7㎞ 정도 올라가면서 민간인 출입이 가능해졌지만, 1960년대 중반에 매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뢰 때문에 지금까지 '출입금지' 철조망이 쳐져 있었다. 군은 지난 4월 초부터 이곳에서 13개의 대전차·대인지뢰를 발견했다.
6·25 전쟁과 남북 대치상황에서 뿌려진 '지뢰'는 확인된 것만 100만여 개. 대부분 6·25전쟁과 그 이후 1968년 김신조 사건 때까지 매설된 것들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1990년대 말까지 60여개 국에 1억1000만 개의 지뢰가 매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뢰는 평시에는 민간인들에게도 위협적이다. 연천 지역에선 지난 2월 대전차지뢰가 터져 공사를 하던 굴삭기 한 대가 부서지고, 인근 민가 지붕이 일부 부서졌다. 지난 2005년엔 민간인 한 명이 대인지뢰를 밟아 발목이 잘려 나간 적도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군 당국은 지난 1999년부터 전국에서 '불필요한' 지뢰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로 꼭 10년째를 맞는 지뢰제거 작업은 올해 강원도와 경기 북부 등 7개 지역, 약 20만㎢에서 실시된다. 국제 비정부기구인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은 한국에 여의도 면적의 3.8배 정도인 32㎢에 지뢰가 묻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휴전선을 2㎞쯤 앞에 두고 있는 중부전선 최전방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이곳에서도 이날 육군 제5공병여단 ○○대대 소속 장병들이 온몸을 방탄 장비로 감싼 채 지뢰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마을 앞을 지나는 남대천 일대에는 유사시 북한 군 침투를 막기 위해 1962년 지뢰가 매설(계획지뢰지대)됐다. 하지만 우기(雨期)만 되면 남대천이 범람해 집과 농작물이 침수되는 경우가 많자 올해 말까지 하천 확장과 총 길이 2㎞짜리 제방 축조를 위한 공사를 하면서 지뢰지대 일부를 제거하기로 한 것이다.
임상진(중령·육사47기) 대대장은 "9주 만에 대전차·대인 지뢰 379발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성과를 낸 곳은 후방에 있는 전국 39개 방공기지들. 지금까지 제거된 지뢰 6만2000여 발의 약 92%에 해당하는 5만7000여 발이 수거됐다.
군 당국은 2005년부터 민통선 이남 지역의 '미확인지뢰지대' 20곳에서 지뢰제거 작전을 시작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작년까지 3년간 1700여 발의 지뢰가 제거됐다.
지뢰제거 작업에 투입되는 군인들은 모두 공병대 소속이다. 이들은 작업에 투입되기 전에 전문 훈련을 받았다. 지뢰가 발견되면 직접 손으로 들고 나오는 역할은 장교들이 맡는다. 중대장(대위)이나 소대장(소위)이 수거해, 폭발물 전문 처리반에 넘기고 처리반이 한꺼번에 폭파해 처리한다.
철원에서 만난 임상진 대대장은 "장병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하루 2~3m 전진하면 많이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지뢰제거 방식은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며칠 전 경기도 연천 지뢰제거 현장을 방문한 요르단의 미레드 알 후세인(44) 왕자가 공압기와 에어건을 보고, '놀랍다. 이 장비를 도입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요르단도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접경 지역에 매설된 지뢰 제거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여러 특수 장비를 볼 수 있었다. 장병들은 특수 제작된 지뢰전투화를 신고 있었다. 속신과 덧신으로 구성된 이 전투화는 바닥에 각각 방탄 철판을 깔고 표면은 방탄섬유로 제작돼, '발목지뢰'를 밟아도 전혀 상처를 받지 않는다. 이 전투화는 작년에 도입됐다. 장병들은 여기에 방탄복과 보호헬멧으로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이런 보호장비는 무게가 20㎏ 이상 나간다.
작업 중인 장병들은 투명한 플라스틱처럼 앞이 보이면서도 방탄 성능이 뛰어난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의 보호막(개인안전 박스)에 들어가 있었다. 군 관계자는 "이 소재는 강도가 판유리의 250배, 아크릴의 40배"라며 "실험결과 두께가 8㎜ 정도면 지뢰가 터져도 안전하지만, 만약에 대비해 10㎜ 두께로 만든다"고 말했다.
특이한 것은 지뢰제거 작업에 투입된 장병들이 20~30분마다 교대하는 장면이었다. 장비가 워낙 무겁고 날씨가 더워 체력이 쉽게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현장 간부들의 설명이다. 지뢰제거 작업을 하는 병사들에겐 월 10만8000원의 위험수당이 추가로 지급되고, 최대 2억~3억원 정도의 보험에도 가입한다.
저 병사들이야 말로 진정 군 생활이 꼬인게 아닐까 ㅡ_ㅡ;;
삽질했던 나로서는 양반이네 ;;;
네이버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