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스콕을 비롯한 8명의 부상당한 해병들의 명단이
1969년9월 17일 해병대 사령부에 전달되었다.
그 다음날 오후 3시, 한사람의 해병대위가 헤스콕의 집으로 찾아가고있었다.
그는 헤스콕의 아내 조에게 이 사실을 전화로 알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하여
직접 통보하기위해 차를몰았다. 그 시각에 조는 집에있지 않았다.
그녀는 버지니아 해변가에 위치한 팸브롴 쇼핑몰에서 장을보고 있었다.
오후 3시쯤에 쇼핑을끝낸 조는 주차장으로가서 자신의 자동차에 올랐다.
시내차로는 많은 차량들로 복잡했다.
빨간신호를 받아 정차 중이던 조는 우연히 경광등을 울리며 지나가는
짙은녹색 시보레 차량을 쳐다보게되었는데, U.S MARINE CORPS라고
차체에새겨진 글자도 보였다. 그녀는 이 차량 운전자인 해병대위의
복장을보고는 신병모병관은 아닌 것으로 생각했다.
잠시후 조는 집앞으로 차를몰고들어가다 자신의 집앞에 세워진, 조금 전봤던
녹색차량과 옆에 서 있는 해병대위를보고는 소스라치게놀라 버렸다.
대위를 전사 통보관으로 생각한 그녀는 핸들에 머리를대고 울었다.
"그가 죽었어!"
그녀가 내리기를 기다리던 대위가 물었다.
"미세스 헤스콕?"
그에게서 남편의 사망이 아닌 부상소식을 전해들은 조는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다.
며칠 후 그녀는 남편이 배에실려 미국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9월22일, 헤스콕은 텍사스 샌 안토니오의 브루크 육군병원에 들어가게된다.
이날 정오쯤에 눈을 뜬 헤스콕은
자신의 몸을 짖누르는 엄청난 고통 때문에 고함을 질렀다.
다리, 머리, 목, 등을 비롯한 거의 몸 전체에,
심지어 귀 속까지도 극심한 고통이 전달되었던 것이다.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내는 자신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그녀는 화상을 당했다는 남편의 모습을직접봤을 때 놀라지 않으려고
가장 나쁜 모습만을 상상하며 병원으로 달려왔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마주친 남편의 화상상태는 그녀의 상상을 초월했다.
지금 그대로의 남편모습을 잠시나마 인정하지 않으려했던 자신에대해 죄책감을 느꼈다.
온몸을 미이라처럼 붕대로 감은 헤스콕은 가쁜 호흡을하고있었다.
병실에는 검은 가방을 든 해병이 여럿있었고, 헤스콕은 가방 속을 보고 싶어했다.
그의 아내는 그를 일으켜앉히려다 붕대가 찢어지고 액체가 스며나오자 그를 다시눕혔다.
해병에게서 가방을 건네받은 그녀는 헤스콕의 머리맡에서
가방 속의 상이기장을 보여주며 예쁘다고말해주었다.
가방에는 베트남에서 사단장이 방문했을 때 찍었던 폴라로이드 사진도 들어있었다.
그녀는 완전히 붕대로 감기 전의 처참한 남편의 사진을보고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말았다.
그녀는 너무나 원망스러워 남편에게 큰 소리를 지르고 싶었으나 억제했다.
"카를로스, 사진에있는 사람이 사단장이예요? 보기가 참 좋네요."
"응, 나를보기위해 직접찾아왔어."
헤스콕은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의 헤스콕은
참으로 운이 좋았던 사람이었다.
뜨거운 화염에도불구하고
폐에 큰 손상을 입지 않았던 것이다.
사고당시 개울 속에 넣은 뒤
수통3개의 물을 모두 마시도록 응급조치한
위생병이 그의 생존 가능성을
높혀주었던 것이다.
또한 병원선 레포즈 호 의료진의 긴급한
응급치료와 휴식이 큰 도움이되었다.
군의관들은 화상을 당한 이 해병 하사관을
살리기위해 특별 화상치료 프로그램을
준비하도록 샌 안토니오의 브루크
종합병원에 통고해두었던 것이다.
병원에 도착한 헤스콕은 엄청난 고열에다
목, 좌우 상박, 양쪽 팔과 손, 양쪽 허벅지,
양쪽 발목 등 신체의 43%가 피부가 떨어져나가는 등의
3도화상을 당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의사들은 헤스콕을 제13병동으로 옮겨 대규모의 피부이식 수술을 준비했다.
그동안 헤스콕은 딱딱해진 붕대를 잘 풀 수 있도록 완화시켜주는
특수 탱크를 드나들었다.
그러다 헤스콕이 전염병에 감염되었다는 의사들의 진단이내려졌다.
의사들은 아마도 말라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거기에다 9월30일부터 화상치료에 들어가려던 의사들은
헤스콕이 기관지 폐렴에 걸린 것도 함께 발견하게되어
10월6일까지 치료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다 10월13일부터 특수 화상 치료 작업에 들어간 의사들은
붕대를 풀어내고 13가지의 각종 치료작업들을 11월17일까지 계속했다.
치료는 기증자가 기증한 사람피부 8가지, 헤스콕 자신의 신체일부에서
얻어지는 피부3, 2종류의 동물로부터 얻어지는 피부조직을가지고
수술을하도록 프로그램되어있었다.
특히 몸 오른쪽부분 화상이심했기 때문에 피부이식 수술은 큰 어려움에 부딪혔다.
오른쪽 팔과 허벅지에는 개와 돼지의 피부로 이식수술을해야했는데,
이 수술도중 심각한 포도상 구균에 감염되어 버렸다.
헤스콕의 적혈구가 28%감소되자 의사들은 긴급 수혈을하며 병과 싸워야했다.
이 때문에 헤스콕은 고통을 잊기위해 매일매일 마취제를 사용해야했다.
거의 6주 동안 그의 아내 조는 매일밤을 헤스콕의 곁에서 함께있었다.
여러 가지 합병증을 가지게된 헤스콕은 거의 하루종일 환각 속을 헤매고있었다.
아내는 남편이 정신을 잃지 않도록 곁에서 말을걸어주었다.
그녀는 남편이 자신도 모르는사이 조용히 숨을 멈추게될까 겁을먹고있었다.
"맥!"
헤스콕은 환각의 세상에 살고있었다.
헤스콕은 55고지에 서 있는 맥 아비를 불렀다.
맞은 편에서 총탄이 날아들고 있었다.
"맥! 빨리 들어와! 어서!"
이어서 저격병들을 데리고 순찰을 나가고 있었다.
이번엔 이미 전사한 다른 사람을 부르고있었다.
"버크!"
버크는 자신의 얼굴에 위장 크림을 바르며 마주 보고 웃고있었다.
헤스콕도 버크에게 미소를 지었다.
아내는 남편의 웃는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있었다.
헤스콕은 또 다시 베트남의 다른 지역으로 가 버린 것 같았다.
"안돼! 거기가면안돼! 거기서! 내총, 내 모자는 어디있지?"
조는 헤스콕의 침대를 흔들며 외쳤다. "카를로스!"
순간 헤스콕이 눈을 떴지만 아직도 환상 속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카를로스! 듣고 있어요? 당신은 이제 괜찮아요. 안심해요"
그러나 그는 어느새 퀘손지역의 루트 4에 가 있었다.
신음 소리만 낼 뿐 고함을 지르지 않자 조가 큰소리로 말했다.
"카를로스, 당신은 지금 어디있어요?"
"베트남! 55고지!"
"아니야! 당신은 지금 샌 안토니오 브루크 종합병원에 있어요!"
그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깜박거리기만했다.
자신은 방금 저격병들과 사격을했었던 것이다.
그는 현재와 과거를 구분하지 못하고있었다.
헤스콕 자신은 지금 베트남에 있었다.
"카를로스! 당신은 베트남에 있는게 아니예요!"
눈을 부릎뜬 헤스콕이 조용히 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다음 자신이 베트남에 있지 않음을 인정했다.
그 순간 또 다시 고통이 온몸을 눌러왔으나 큰 고비를 넘긴 헤스콕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병마와 싸우는 동안 100통이넘는 편지가 병원으로 배달되어왔다.
해병사단을 비롯하여 미국 총포협회, 그리고 랜드 소령에게서도 편지가왔는데 그
는 헤스콕에게 병마와싸워이긴 위대한 승리자라고 썼다.
베트남에서 편지들이 날아들었다.
맥 아비와 솜머 상사도 편지를 보내왔다.
맥 아비는 저격소대를 비롯한 모든 해병들이 헤스콕의 복수를위해 싸웠다고 전해왔다.
헤스콕은 자신이 당하던날 맥 아비가 함께있지 않아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11월10일부터 전염병이 치료되어 헤스콕의 환각증세가 사라졌다.
눈을뜨자 곁에 앉아있던 아내가 보였다.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무슨날인지 알아요?"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도 몰랐던 헤스콕은 모른다고 대답했다.
"행복한 생일." 케이크를든 부인이 병실로 들어왔다.
이 부인은 윌리엄 딕맨 해병대령의 부인으로서, 딕맨 대령은
해병예비역 제4수색대대에 근무하면서 캠프 빌즈에서
스카우트 스나이퍼 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장교였다.
딕맨은 몇 년 전 캠프 빌즈에서 실시된 지방사격대회에서 헤스콕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 후 베트남에서의 이 전설적인 사나이의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매우 감명받았던 것이다.
이 인연으로 딕맨의 아내는 자주 병원을 왕래하면서 조를 격려하며 많은 도움을주고있었다.
"오늘이 내 생일입니까?" 헤스콕이 딕맨 대령의 부인에게 묻자 그녀는
"오늘은 11월10일 월요일, 해병대 창설 194주년 되는 날이지요.
당신은 해병대 생일을 기억해야합니다." 부인은 웃으며 케이크를 내 밀었다.
피부이식 수술은 다시 시작되었고 상태가 호전되는 듯해보여졌다.
하지만 오른쪽 어깨와 다리에 이식한 동물피부가 부작용을 일으켜
다시 사람의 피부로 이식해야하는 재수술을 받아야했다.
재 수술은 지독한 고통을 감내해내야만했다.
헤스콕은 아픔 때문에 의사들에게 불평을 쏟아부었다.
피부를 도려내는 수술은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공포를 함께 가져왔다.
살아남기위해서는 이 모든고통들과 싸워 이겨내야했다.
다시 사격하기위해서, 다시 해병대로 돌아가기위해서,
올림픽 사격 챔피언의 꿈을 이루기위해서 그는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마지막편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