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이 탱크 등 무기를 운송 중이던 우크라이나 화물선을 납치한 뒤 미국 군함과 대치극을 벌이며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고 BBC 방송 등이 29일 보도했다.
무장 해적들은 앞서 25일 소말리아 인근 해상에서 우크라이나가 케냐로 수출하는 러시아제 탱크 T-72 33대와 탄약 등을 싣고 가던 화물선 '파이나'호를 납치했다. 화물선에는 17명의 우크라이나인과 3명의 러시아인 등 모두 21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다. 해적들은 27일 BBC 방송에 위성전화를 걸어 선박과 선원의 석방 대가로 3500만 달러(약 410억원)를 요구했다. 우크라이나와 케냐 정부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튿날엔 다시 AP통신에 전화를 걸어 “우리는 몸값만을 원한다. 200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낮춘 금액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만일 우리가 공격을 받으면 최후의 한 명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케냐 정부는 “해적들로부터 몸값과 관련한 어떤 신뢰할 만한 요구도 받지 못했다”고 버티고 있다. 피랍된 선박 선장은 28일 BBC와의 전화 통화에서 “인질 중 러시아인 선원 한 명이 고혈압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납치된 선박에 실린 무기들이 테러리스트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 손에 들어가는 것을 우려한 미국은 사건 발생 후 즉각 인근 해역에 있던 구축함 '하워드'호를 현장에 급파했다. 하워드호는 피랍 선박과 약 1.5㎞ 떨어진 지점에서 해적들과 대치하고 있다. 국적이 확인되지 않은 2척의 군함도 미군 함정과 함께 해적들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 호위함 한 척도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6월 소말리아 해적 퇴치를 위해 외국 군함의 소말리아 영해 진입을 승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소말리아 앞바다는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주요 물자 수송로로 연간 2만여 척의 선박이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소말리아 내전의 여파로 인근 해상에서 해적들의 납치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에만 60척이 넘는 선박이 납치됐으며 이 중 10여 척은 여전히 억류된 상태다. 지난 10일에는 21명의 선원이 탄 한국 비료 운송선 '브라이트 루비'호가 납치돼 아직 풀려나지 않고 있다.
알 림 :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합니다(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