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가 소녀가장, 법무장관 되다

슈퍼스탈리온 작성일 08.11.25 19: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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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hida Dati 현 프랑스 법무장관(1965년 11월27일생)

모로코 출신의 가난한 벽돌공 아버지와 알제리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12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소녀.

빈민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14살 때부터 화장품 판매원으로 일해야 했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는 동생들을 돌보며 소녀 가장 노릇을 해야 했다. 낮에는 수퍼마켓 잡역부, 밤에는 병원에서 청소부로 일하며 학교를 다녔다.

같은 반 친구들이 버린 옷을 얻어다가 동생들에게 입혀야 했던 어려운 생활이었지만, 소녀에게는 꿈이 있었다. 동생들을 재우고 한밤까지 졸린 눈을 비비며 학교 공부에 매달렸던 것은 소녀의 가슴 속에 불타고 있던 야심 덕분이었다.

정유회사 경리직원으로 일하며 주경야독으로 부르고뉴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파리 주재 알제리 대사관에서 일하게 된다. 가족들은 공무원이 된 그녀를 자랑스러워 했지만, 소녀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32세의 나이로 법조인 양성 기관인 국립사법학교에 입학, 졸업 후 검사로 활동하게 된 그녀는 2002년, 당시 내무장관이던 니콜라 사르코지에게 편지를 쓴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함께 일하게 해 주십시오" 세 번이나 장문의 편지를 보낸 끝에, 사르코지는 그녀를 만난다.

그리고 2007년. 가난한 무슬림 소녀는 프랑스 내각의 법무장관으로 임명된다.


프랑스판 '오바마'이자, '꿈은 이루어진다'는 신화의 주인공인 라시다 다티 법무장관 이야기입니다. 소수인종 출신 청소부에서 내각 요직인 법무장관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지요.

사르코지 대통령은 그녀에 대해 "프랑스 어린이들에게 인종과 상관없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아이콘"이라고 평하기도 했답니다. 다티는 사르코지가 내세운 '모두가 기회를 가진 프랑스'에 딱 들어맞는 캐릭터였던 것이죠.

처음 사르코지의 대변인으로 일했을 무렵에는 '아랍계 이민자들을 포섭하기 위한 얼굴 마담'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타고난 미모와 화려한 언변으로 스타 정치인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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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인물의 사생활에 관대한 입장인 프랑스인들은 43세인 그녀의 임신에 대해 "아이가 건강하길 바란다"는 정도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아이 아버지에 대한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예비 아빠 후보'로는 스페인 전 총리인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프랑스 체육부 장관인 베르나르 라포르테, 프랑스 카지노 호텔 체인의 주인인 D모, 대기업 오너인 H 등 쟁쟁한 남성들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아스나르 전 총리는 공개적으로 "나는 아이 아빠가 아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는군요.

프라이버스권이 기본적인 권리로 자리잡았다는 프랑스에서도 유명 미혼 여성의 임신에 대한 호기심까지는 억누를 수는 없나 봅니다. 다티 장관은 세간에 나도는 온갖 추측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군요.

두번째 논란은 그녀가 '지나치게 사치스럽다'는 평가입니다.

 

 

 

그런데, 최근 프랑스에서는 다티 장관을 둘러싼 몇가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내년 1월 출산 예정인 그녀 아기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미혼(27세 때 알제리 출신 엔지니어와 결혼했다 이혼한 상태)인 다티 장관은 지난 9월 부풀어오른 배 때문에 언론에 임신설이 나돌자 "임신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므로 밝히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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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궁에서 내각회의가 열릴 때면, 다티의 옷차림을 사진에 담기 위해 패션지 기자들이 몰려들곤 한다는군요. 그녀는 최고가 브랜드인 크리스찬 디오르 부티크의 단골손님이라는데요.

사르코지 대통령과 함께 미 백악관을 찾았을 때에는 2천만원이 넘는 디오르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기도 했지요. 법조계에서는 호피 무늬 핑크색 디오르 드레스를 입고 패션지 커버에 실리는 법무장관의 모습에 노골적으로 못마땅함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정치적 기반인 소수인종 빈곤층의 시선도 예전처럼 따뜻하지만은 않은 듯 합니다. 그런 모습에서 더 이상 '가난한 소녀 가장'이란 과거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그녀를 우상으로 여겼던 소수인종 젊은이들을 아쉽게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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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연회에 참석하는 정부 각료들은 고급스런 연미복이나 긴 드레스를 입지 말라"고 지시를 내리기도 했는데요. 이는 매번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카메라 세례를 받는 다티 장관을 겨냥한 발언이었다고 합니다.
그녀의 정치적 동반자인 사르코지까지 "업무에 전념하지 않고 만찬 연회에 참석할 때 입을 의상을 고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며 못마땅해 했다는 것이죠.

세번째 논란은 그녀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것입니다. 법조계와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기보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내리는 지시만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변호사, 판사, 검사 등 프랑스 법조인들이 '조롱당한 정의,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라고 쓴 피켓을 들고 나와 다티 장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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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들은 현정부가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고 있으며, 다티 장관은 이를 막아서기 보다 방관하며 도와주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500명이 넘는 판사들이 다티의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서한에 사인을 하기도 했고요. 한 변호사는 "그녀는 러시아 제정군주처럼 독단적으로 명령만 내린다"고 비난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감옥 내 수감자 증가와 비위생적인 환경, 수감자 자살 증가 등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엄별화 경향, 판검사들의 근무 여건 약화로 인한 재판 절차 장기화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들 법조인들은 다티 장관의 정책방향을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습니다.

이같은 논란들 때문에 일부에서는 그녀가 출산을 이유로 사직하거나 사르코지 대통령이 사임을 권고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산 휴가를 앞두고 여성 관료에게 사직을 명하는 것은 프랑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녀가 사르코지 정부의 이미지 아이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낮을 듯 합니다. 다티 자신은 3주간 출산 휴가를 받고 바로 업무에 복귀할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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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정계에 등장한 그녀가 이처럼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데 대해 <사르코지와 그의 여인들>의 저자인  Bruno Jeudy는 "정치적 백그라운드 없이 너무 빨리 출세가도를 달린 것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다티가 사르코지 대통령의 전처인 세실리아와 각별한 친분을 유지한 점이 현재의 자리에 오기까지 발판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측에서는 그녀가 차근차근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오기보다 사르코지라는 정치적 동반자를 만듦으로써 신데렐라가 되는 것을 택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드라마틱한 인생역정의 주인공이면서, 프랑스 정계의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그녀. 바닥에서 올라온 소수민족 빈민층의 자랑으로 남을지, 잠시 동안의 스캔들 메이커로 전락할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그녀의 행보를 지켜봐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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