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기계화보병사단, 유격장에 올빼미가 사라졌다

dugue29 작성일 09.02.09 01:43:41
댓글 21조회 7,670추천 12
JES 이방현.임현동] 유격장에 ‘올빼미’가 사라졌다. 요즈음 유격장에서는 관등성명을 다 떼고 번호와 올빼미로 불리던 병사가 눈물 콧물 흘리고, 악으로 깡으로 뛰어다니는 훈련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대신 병사들은 자신의 계급과 이름 그대로 유격 훈련을 받는다. 얼차려보다 더 힘든 PT체조가 대부분이었던 기존의 유격훈련은 사라지고, 실제 전투수행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임무형 유격훈련’으로 변하고 있다. 그 변화의 첫발을 내딛고 있는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유격훈련장을 찾았다 123411142664761.jpg
■악 대신 응원 소리

“○○○ 힘내라!” “분대장 멋지다!” 산 속에서 함성 소리가 들린다. 박수 소리도 우렁차다. 멀리서 듣고 있자면 야구경기장이나 축구경기장에 온듯한 기분도 든다.

그러나 이곳은 유격훈련장의 산악장애물 코스다. ‘외줄다리 건너기’를 하고 있는 전우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응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PT체조를 하느라 기진맥진하고 있을 시간이다.

훈련 A조 조장인 유형균 중위는 “체력과 극기력 배양을 위주로 한 유격훈련에서 탈피해 진짜 강한 전사를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막무가내식 PT체조만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각 코스별로 그 상황에 필요한 PT체조와 V-NQ(Vision-Network Quotient)라는 유격체조로 완벽한 준비운동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난간 뛰어오르기’ 코스에서는 쪼그려 뻗치기 PT와 발 잡고 걷기, 등 짚고 넘기와 같은 V-NQ체조를 병행하는 것이다. 이용걸 일병도 “처음하는 유격이 힘들긴 하지만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재미있다. 체조를 통해 필요한 근력을 키우고 준비운동을 할 수 있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htm_200805151032280107000001070100-002.jpg
■끌어주고 밀어주고

“지금부터 환자를 구호소까지 후송한다. 분대장조는 엄호하고 부분대장조는 환자를 안전하게 운반하라.” 유격훈련에 떨어진 임무다. 실제 전장에서 봉착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장애물 극복 및 팀단위 전투 수행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방법이다.

어떤 코스에서는 조교없이 지휘관이나 분대장의 통제하에 자율적으로 훈련이 진행된다. 강대경 상병은 “작년에는 조교가 시키는 것만 따라하다 잘 못하면 얼차려에 가까운 PT체조만 했던 기억이 있다. 올해는 임무형으로 바뀌면서 전우가 잘 못하면 옆에서 잡아주고 밀어주며 도움을 줄 수 있어 좋다. 서로 챙겨주는 덕분에 단결력과 협동심이 저절로 생긴다”며 얼굴에 미소를 짓는다.

조교가 없는 곳에서는 직접 부대 지휘관이 솔선수범해 시범을 보이기도 한다. 60포병대대장인 김광수 중령은 “부대 지휘관이 병사와 함께 훈련에 임하면서 신뢰감이 커져 전투력도 향상됐다. 장병들이 기피하는 유격이 아니라 기다려지는 유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한다.

어느덧 땅거미가 질 정도로 시간이 흘렀지만 유격훈련장에서 들려오는 장병들의 함성은 여전히 하늘을 찌를듯이 힘차다.

htm_200805151032280107000001070100-003.jpg
■수도기계화보병사단은?

국군의 모체인 제1여단을 근간으로 구성된 전투서열 0순위 부대다. 기갑부대의 원조 번개부대와 한국전쟁 당시 최북단 혜산진까지 진격한 혜산진부대, 베트남전에서위상을 떨친 상승포병부대를 보유하고 있다. 전투부대 최초로 베트남전에 파병되어 국위를 선양하기도 했다.

한국군 최초로 기계화보병사단으로 개편된 전천후 공세기동부대다. 1981년 3월 미국 군사전문지 ‘성조지’에 의해 세계의 10대 강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대통령 10회, 베트남대통령 4회, 미국대통령 2회 등 대통령부대표창만 16회 수상했다.

■V-NQ(Vision-Network Quotient) 유격체조는?

공존지수(NQ)에 비전을 합친 말로 전투력 극대화를 위한 공동체의식 함양 팀워크 훈련을 말한다. 과거 체력단련식의 훈련을 벗어나 소부대 팀워크를 강화하고 팀원 전원이 협동심과 단결력을 발휘하여 전원이 훈련목표에 도달, 목적을 달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주잡고 앉고 일어서기, 서로 의지하며 받혀주기, 서로 등 돌려 손뼉 치기, 목마 태우기, 발잡고 걷기, 의지하고 넘어지기, 용꼬리 잡기, 도미노 놀이 등등 14가지 체조로 구성됐다.

가평=글·이방현 기자 [ataraxia@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dugue29의 최근 게시물

밀리터리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