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생존방법?

NABI1 작성일 09.02.25 12: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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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해 2월 국내 에베레스트-로체 해외원정대와 함께 한라산에서 합동 동계훈련을 한 경험이 있다.

용진각 일대 하단부에서 고상돈 캐룬(일반인들은 출입통제)이라 불리는 지역까지 1m가 넘는 눈 속을 헤치며 걷고, 30m 정도 되는 암벽을 오르며 훈련했다.

기온은 영하 15도, 풍속은 7∼8노트(knot)였다. 평상시 이 정도는 특별히 문제될 것 없는 추위일지 모르나 고도를 감안하면 위험한 온도가 될 수 있다. 해발 100m 상승시마다 기온은 0.6도씩 하강하므로 당시 체감온도는 영하 33.2도(-23도+1700m〈-0.6×17=-10.2도〉)였던 것이다. 당시 피복과 장비는 현 군에 보급된 최고의 복장을 착용했다.

고어텍스 피복·전투화·모자·장갑 등 발을 제외하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한기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눈길을 헤쳐가고 암벽을 오르는 과정에서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 땀은 몸과 밀착하고 있는 두건과 내부 피복·양말·장갑에 그대로 습기가 배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전투화의 앞부분, 모자 상단부, 장갑 손가락 부분이 동결되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차갑고 아프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 이상을 벗어나게 되면 동상으로 발전한다. 아무런 감각도 느끼지 못할 때는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이처럼 혹한의 기온에서 작전 활동 시 노출된 피부는 동상으로 인해 작전 활동에 심리적인 위축을 주고 전투의지를 약화시켜 생존에 직접적인 위협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개인전투원은 체감온도 영하 40도 아래에서도 견딜 수 있는 전투화·방한복·장갑·침낭과 얼지 않고 물을 마실 수 있는 물팩은 필수적이며 열손실이 가장 많은 머리 부분을 감쌀 수 있는 방한두건도 반드시 휴대해야 한다.또 혹한의 바람은 체감온도를 급격히 저하시키고 기관지를 상하게 하므로 안면부와 호흡기를 보호할 수 있는 두건이나 방풍안경·마스크 등을 준비해야 한다.

바람에 의한 체감온도의 저하는 겨울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봄에도 산악지형의 이상기온으로 전투원에게 심각한 저체온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1998년 4월 1일, 6명이 사망한 특전사의 내륙전술훈련은 그 사례가 될 수 있다. 민주지산 사고는 여러 가지 악조건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일어났다.

천리행군 5일차에 따른 극도의 피로 누적과 행군 중 지속적으로 비를 맞아 옷이 젖어 있는 상태, 게다가 폭설과 영하 9도의 기온, 풍속 30노트의 강풍으로 당시 민주지산 정상 부근의 체감온도는 영하 34도였다. 이 모든 요인이 얽히며 초기 탈진증세가 저체온증으로 발전해 사망에 이른 것이다.펄펄 날리는 눈을 보며 운치를 느낄 수도 있지만 야지(野地)에서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강설은 지형 식별과 방향유지, 부대의 통제 등에 곤란성을 증가시키고 관측과 시계를 제한하며, 거리 판단의 오차를 발생시킨다. 적설은 산악지대에서 비가 온 후 눈사태를 자주 발생시키며 태양빛에 반사돼 개인에게 설맹(雪盲)현상을 유발하고 눈보라 시에는 각종 한랭손상을 야기시키는 등 작전활동에 제한을 준다.

따라서 방풍안경 및 두건, 급조설안경, 동계전투화, 각반(게이터), 설피 등을 준비하거나 제작능력을 보유하고 각종 한랭손상을 조치할 수 있는 응급처치 능력을 갖춰야 한다.눈보라·강우로 피복이나 군장이 젖었을 경우 평상 시보다 25배 이상 체온을 떨어뜨리고, 전투하중을 가중시켜 기동성 및 작전반응 속도를 지연시킨다. 따라서 판초 및 방한복, 군장덮개 등 침수방지를 위한 추가적인 방수대책이 요구된다.

위장모를 쓰면 심한 폭우에도 시계를 보장하고 안면부 보호와 함께 불쾌지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 가능하면 옷은 습기를 빨리 외부로 방출시키는 방·투습성이 우수한 기능성 피복이 좋다. 만일 땀이 많이 나 피복이 젖었을 때, 혹한지역에서 바람이 많이 불면 급격한 체온저하로 저체온증이 발생한다. 이는 몸 전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손·발·귀 등 국소적인 부분도 포함된다.

즉, 인체의 어느 부분에나 땀·습기를 신속히 방출시키고 보온되는 기능이 있는 피복·장갑·양말·전투화가 중요하다.현재 미 육군은 과거 환경에 의한 각종 전투 과오 및 실패 사례들을 분석해 과학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Natick(U.S.Army Natick Research and Development Laboratories) 연구개발실험실을 산하에 두고 있다.

이곳에서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전투원을 만들기 위해 열대·사막·고지대·저지대·수중·빙하·극지 등에서의 인체의 생리현상을 분석해 그러한 환경을 극복하고 전투력을 최상으로 유지시키기 위한 피복·식량·장비·훈련모델 개발과 실험을 하고 있다. 바로 전투의 주체는 인간이라는 전제를 기본 바탕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출쳐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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