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할 F/A-22의 레이더 (AN/APG-77)

봉고바두기 작성일 09.04.25 23: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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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22의 레이더 (an/apg-77)

 

이번에는 f/a-22 raptor의 눈과 귀, 더 나아가 두뇌 역할까지 하는 최신형 레이더 an/apg-77에 대해서 다루고자 합니다. 앞으로 f/a-22와 관련된 내용이 몇차례 더 이어질 예정입니다만, 역시 랩터의 가공할 레이더에 대해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레이더는 미국으로서는 전례없이 northrop grumman社와 raytheon社의 양대 산맥이 합작으로 개발한 제품입니다. 알다시피 미국은 굴지의 방산업체들이 많아서 전투기 레이더 정도의 단일 장비를 합작해서 개발하는 경우는 없었는데 이 apg-77만 예외입니다. 상대적으로 이 레이더가 얼마나 많은 기술적 난제를 지니고 있었는지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프랑스의 라팔도 유럽 최초의 페이즈드 에레이 레이더인 rbe-2를 개발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그 어려움은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요.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거대 군수회사인 essd社와 raytheon社의 합작은 커다란 의미를 갖습니다.


먼저 땡칠이 씨리즈 1편에서 세계 전투기의 레이더 계보를 간략하게 설명한 바 있는데, 바로 미국 전투기 레이더의 양대산맥인 hughes社와 westinghouse社의 최종적 결합을 의미합니다. 이 두 회사는 각기 raytheon社와 northrop grumman社에 합병되었기 때문에 글자 그대로 전투기 레이더에 관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모든 노하우가 합쳐진 상태였고, 미국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기술적 역량이 총집결되어 개발된 레이더가 바로 이 an/apg-77 입니다. 그 기술적 진보가 획기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시스템은 추후 모든 전투기 레이더의 표준이 될 예정이지요.


이 레이더는 종래의 기계식이 아닌 전자식 주사를 하는 레이더인데, 이런 방식의 레이더는 해군의 aegis 시스템과 육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레이더와 같이 아주 대형인 경우에만 가능했습니다. 사실 한참 전에는 전자식 레이더를 패트리어트 시스템 정도의 크기로 줄였다는 것이 대단한 기술적 진보라고 자화자찬했지요. 이제 그것이 전투기 앞부분에 탑재될 만큼 소형화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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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g-77과 같은 방식을 aesar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radar : 능동 전자주사 위상배열 레이더)라고 부릅니다. 종래의 기계식 레이더처럼 송신부와 수신부가 따로 회전하는게 아니라, 작은 송수신 통합모듈 수천개가 레이더 전반부에 붙은 상태로 각종 기능을 수행합니다. 회전 모터가 없기 때문에 고장도 적고 신뢰성, 정비성도 향상되었지요. 아울러 회전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영역이 커버됩니다. apg-77은 기계식에 비해 전혀 손색없는 수준인 약 120도의 탐지범위를 갖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기계식과 달리 목표물이 탐지될 경우 아주 신속하게 소프트웨어만을 조작해서 전자적으로 레이더빔을 증가시키거나 방향을 전환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지요. 따라서 고속으로 기동하는 물체의 추적능력도 훨씬 뛰어납니다. 레이더의 전면부에는 약 2,200개의 손가락 크기만한 송수신 모듈 (transmitter receiver module)이 부착되어 있는데, 모듈 하나의 무게는 15g이며 그 작은 하나의 모듈이 4w가 넘는 강력한 신호를 발생시킵니다. 각각의 모듈은 초고속 데이터 프로세서에 연동되어 방사된 전파와 수신된 전파를 소프트웨어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합니다.


apg-77은 100km 전방의 미확인 항공기에 대해서 3d 영상을 만들어 조종사가 이를 보고 기종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놀라운 분해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서울에 떠 있는 f/a-22는 천안 상공에 떠 있는 10m 남짓한 적 전투기를 레이더로 스캔하여 그 반사파를 컴퓨터가 처리, 3차원 입체영상으로 바꿔 조종사에게 다기능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보여주는 능력을 지닌 것이지요. 조종사는 화면에 나타난 3d 영상을 앞/뒤/옆으로 돌려가면서 이 전투기의 기종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판단하고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를 결정합니다. 더 이상 피아식별장치 (iff)에 의존할 필요가 없으며 mig-29인지 su-27인지 단번에 결판이 납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가까이 접근해서 육안으로 확인할 필요도 없지요. 전술적으로 커다란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데, 정말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할 만한 가공할 분해능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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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레이더는 약 460km 떨어진 곳에서 방사된 적 전투기나 함정, 지상 레이더의 송신파를 감지하여 위치와 방향을 조종사에게 알려줄 수 있으며, (고성능 레이더 경보 수신기능) 능동 탐색으로는 최대 220km 떨어진 적 전투기를 탐지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스텔스 성능을 높이기 위해 현재 일반 전투기들이 사용하는 'silence' 모드를 한층 발전시켜, 아주 적은 양의 레이더 빔만을 방사시켜 적 전투기를 탐지해내는 이른바 'stealthy' 레이더 기능도 함께 갖추고 있습니다. 기체만 스텔스가 아니라 철저한 'total stealth' 입니다.

 

또한 적 전투기의 레이더 방해를 자체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강력한 eccm 능력이 주어졌고, 레이더 기능을 수행함과 동시에 암호화된 보안 음성통신 및 데이터링크를 통한 데이터 송수신을 함께 수행할 수 있지요. 별도의 통신용 안테나가 필요 없는데 이 역시 전례없는 멀티태스킹 능력입니다. 아울러 이 레이더의 메인 프로세서에는 기체 후미에서 적의 미사일이나 레이더 전파를 탐지하여 경보를 해주는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어 탐지된 정보를 통합적으로 처리하여 조종사의 대처시간을 단축시켜 줍니다.


apg-77의 송신부에서 방사된 레이더파의 형태는 짧은 시간에 수시로 변화하는 'random frequency' 방식인데, 적 전투기의 레이더 경보수신기가 탐지해내기 매우 곤란하며, 설사 탐지되더라도 거리와 방향들을 분석하기 난해하도록 하는 기능을 지니지요. 아울러 적 전투기가 근거리로 접근하여 stt (single target track) 모드에서 f/a-22를 레이더 조준 (lock-on)할 경우, 이 전파의 특성을 분석 판단하고 최적의 방해전파를 자동 방사하여 적 전투기가 록온을 걸지 못하도록 방해합니다. 일시적으로 적의 레이더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입니다. 이 역시 전례없는 기능으로 공중전의 향방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영역으로 이끌어 가는 기술적 진보의 하나입니다.


이와 유사한 장치가 우리 kdx-1/2 구축함에도 장치되어 있지요. 보통 ecm과 esm으로 분류하는데, ecm은 'ar700'이라고 하여 수신된 적의 레이더파를 분석 (종류, 거리, 방향, 위협정도)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apecs2'라는 esm 장치는 ar700이 분석한 데이터를 토대로 강력한 방해전파를 발사하여 적의 레이더를 먹통으로 만듭니다. 구축함에 탑재되는 장비로 상당한 부피를 지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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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장치도 대형 레이더에는 잘 안통하는데 주로 소형의 레이더를 가진 항공기를 교란시키는데 효과가 있고, 특히 대함미사일의 시커로 사용되는 레이더에 잘 맞추게 되면 완전히 방향을 빗나가게 할 수 있지요. 이 두가지 기능이 통합되어 랩터의 apg-77에 장치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적기의 록온을 해제시킬 경우 발사되는 전파는 강력한 출력이 필요하게 되어 다른 모드로는 사용이 불가능한데, kdx-1/2의 경우도 이 방해전파를 발사할 때 사람이 근처에 있으면 위험합니다. 자칫하면 영구적으로 생식불능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apg-77도 강력한 방해전파를 쏘기 위해서 출력을 집중하는데, 이 때 다른 부수적 기능은 잠시동안 정지합니다. 따라서 적기의 록온이 풀리면 다시 기존의 다른 임무를 수행하고, 다시 적 전투기가 계기를 정비하고 록온을 걸어 올 경우, 다시 이를 감지하고 강력한 방해전파를 방사하여 록온을 재차 해제시키지요. 이러한 능력을 'stand-off jamming'이라 부릅니다. 안전하게 멀리 떨어져서 적의 레이더를 농락한다는 뜻이지요.


apg-77은 이런 복잡한 임무까지 소화합니다. 사실 이러한 정도의 jamming 능력은 종래엔 ea-6b prowler 전자전기 (電子戰機)나 가능한 수준의 재밍능력인데, 막강한 전자전 능력까지 추가되었지요. 그리고 이 레이더는 적의 전투기나 함정, 레이더 기지 등에서 송수신되는 적의 전자적 명령 (eob, electronic order of battle : 암호화된 음성 및 데이터 통신)을 수집 분류하고 화기관제 컴퓨터가 이를 분석하여 조종사에게 알려주는데, 특히 여기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우선순위 표적 (high priority target)을 선별하여 알려주는 기능까지 갖고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적들의 무선 통신을 탐지, 분류하여 전장상황을 알려줌은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목표물 (명령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지휘부나 조기경보기, 일선 전투기 등)부터 차례로 공격하도록 안내한다는 뜻입니다. 전투기 레이더에 전자경보 통제능력까지 가미된 셈이지요. 이 역시 종래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기능입니다. 랩터는 핵심장비인 apg-77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전자장비를 탑재합니다.


▲ 진보된 항법장치


1. 레이저 자이로 관성항법장치 (ring laser gyro inertial navigation system)


2. gps 및 기타 항법수신장치 (gps & other navigation system receiver)

 

▲ 통합 전자전 장치


1. 레이더 경보수신기 (radar warning receiver)


2. 미사일 경보장치 (missile warning gear)


3. 능동 적외선 방어시스템 (active infrared defensive countermeasure)


4. 피아식별장치 (iff, identification friend or foe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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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터의 전자장비는 2개의 cip (common integrated processor)에 의해 통제됩니다. raytheon社 제품으로 각기 케이크 상자만한 크기인데, 최종적으로는 고속의 프로세서 약 66개가 함께 설치되어 고속으로 데이터를 병렬로 처리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cip가 대부분의 전자기능을 통제하도록 되어있는데 일종의 마스터 프로세서로 볼 수 있지요.


자체 진단과 자기 인식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행여나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 다운을 방지하고 있고, 지상 정비요원은 이 기능을 사용하여 간단한 노트북 컴퓨터를 연결하는 것으로도 랩터의 복잡한 전자장치 전체의 상태를 쉽게 모니터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능력을 'portable maintenance aide' (pma)라고 하지요. 이러한 능력에 의해 f-15 절반 수준의 정비요원 숫자로도 원활한 운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각각의 cip는 연산속도가 초당 100억회에 달하고, 장래에는 500억회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거의 슈퍼컴퓨터에 맞먹는 수준의 명령처리 속도를 가지고 있는데, 시스템의 주 소프트웨어의 90%는 미 펜타곤 표준 프로그래밍 언어인 ada로 짜여져 있으며, 여기에 신속한 병렬처리를 가능케 하는 occam 언어 같은 부수적 툴이 병행 사용되었지요. 명령어 라인만 무려 250만 라인에 달합니다. 같은 언어로 작성된 우리 해군 kdx-1/2의 전투정보 시스템 (영국 bae-sema社 제품)의 소프트웨어가 100만 라인 정도에 불과한 것을 보면, 이 시스템이 얼마나 복잡한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추후 랩터에 탑재될 여러 컴퓨터의 모든 소프트웨어 라인의 수를 합치면 1천만 라인 이상의 명령어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니, 그 복잡성을 익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계속 진행중이며, f-35 jsf의 레이더에 적용할 대지공격 소프트웨어 (공대지 모드)가 향후 몇년 간에 걸쳐 개발완료한 후, 다시 랩터의 레이더 기능에 추가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공대공 모드는 개발이 거의 완료되었고, 종래에 사용하던 모드뿐만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전례없는 여러 모드들이 추가되어 차원이 다른 공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지요.


거듭 말하지만 라팔이나 유로파이터의 레이더가 전자적으로는 비슷한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고 해도, 막대한 기간과 비용을 소모하는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미국의 아성에 도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사실입니다. 쫓아왔다 싶으면 한 걸음 멀어지고, 또 쫓아가면 한 걸음 멀어지는 것이 현실이지요.

 

출처 : 유용원의 군사세계 '땡칠이'님 (http://bemil.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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