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어제 친구들과 야외에서 술을 마시다가 문득 떠올랐던 이야기였다.
왜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내게 됬는지는 기억이 잘 안난다만,
확실한건 그 이야기를 끝내자, 다들 해산했다.
택시를 타고 집에오는 그 순간에도,
나는 속으로 계속
'왜 그랬을까?'
를 생각해볼수밖에 없었다.
한번 같이 생각해보는건 어떨까?
내가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병으로 있었을때였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불침번이라는 것이 있다.
불침번은 훈련병들끼리 교대로 내무실을 지키며 인원점검, 환자확인, 외부인 차단 등의 임무를 하는것이다.
뭐 군대 다녀오면 알게 되겠지만.....
그러니까... 우리 내무실 바로 옆옆 내무실에서 일어났던 실화다.
12시가 훌쩍 넘어가고,
그 내무실의 한 훈련병이 불침근무를 서고 있었다.
사실 말이 불침근무이지...
훈련병이 다른곳으로 도망 못가게 감시하고 있는거나 다름없었다.
그냥 내무실 밖에서 내무실 문에 달린 창만 1시간동안 바라보는게 전부였다.
내무실에는 취침등이 늘 켜져 있었는데 논산훈련소의 취침등은 빨간색이었다.
한마디로 그 빨간색등이 켜져있는 내무실을 1시간동안 계속 지켜봐야하는것이다.
물론 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각설하고, 그 불친번이 내무실을 관찰하고 있는데, 한 훈련병이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관물대를 향해 앉더니.... 10분... 20분...
그저 계속 앉아만 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소변이 마려워서 저러나 했던 내무실 밖 불침번도 차츰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내무실로 들어가보았다.
"야, 야 너 뭐해임마. 빨리 자."
주섬주섬...
"야 뭐하냐니까?"
"........"
아무말도 안하자, 그는 점점더 무섭게 느껴졌다.
취침등이 켜져있다고 해도, 물체를 자세하게 보기는 힘들었기때문에, 불침번은 그가 뭘 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그저 뭔가를 하고있다는것은 알수 있었지만....
뭔가 저놈이 심상치 않은 일을 하고 있다는걸 느낀 불침번은 결국 기간병을 불렀다.
기간병이 들어가보니 역시 그는 뭔가를 하고 있었다.
"야 너 뭐해임마! 빨리 안자?"
".............."
"이새끼가 돌았나.. 셋 셀동안 빨리 쳐자. 하나! 둘!"
"..............."
"이,이새끼가... 야 너 뭐해 임마!"
하고 팔을 잡아당기자, 그의 고개도 같이 따라 돌아갔다.
"!!!!!"
"이...이새끼...이새끼 뭐야....너,너 미쳤어?...."
기간병은 놀라 뒷걸음질 치며, 불을 켰다.
내무실이 환해지고, 주변 훈련병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다가, 먼저 일어나있는 그 친구를 보았다.
그는 자기 눈꺼풀을 꿰메고 있었다.
상처가 있어서 꿰멘것이 아니고, 눈을 뜰 수 없게 위아래로 봉합을 한것이다.
한쪽눈은 완벽하게... 다른 한쪽눈은 아직 다 꿰메지 못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는 즉시 의무대 정신과로 가서 치료를 받다가 결국 부적격 판정을 받고 사회로 나왔다고 한다.
나는 실제 사건은 구경도 하지못했다.
모든것은 들은 이야기이고,
내가 아침에 일어났을때 볼수 있었던것은,
그가 새벽에 의무대로 끌려갈때 난듯한 피발자국과, 피뭍은 모포....... 이렇게 두가지....
지어낸 이야기라기엔 너무나도 터무니가 없는 이 이야기...
'왜 그랬을까?'
왜그랬을까??
왜그랬을까???
대체 왜그랬을까???
진실은 당사자만 알고 있겠지...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그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한다.
진짜 미쳤거나, 아님 정말 군대가 싫었거나....
'대체 왜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