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매뉴얼, 땡보특집 1부

행동반경1m 작성일 09.06.13 02: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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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병, 의무병, 운전병... 아직 군에 가지 않은 많은 가이들이 도대체 정말 편한 보직, 즉, 땡보는 도대체 무어냐고 묻는다. 그에 대해 예비역들은 '딴 거 없어, 짬 먹으면 편해' 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군생활 경험중 자신이 본 정말 편해 보이는 보직을 이야기 할 수도 있다. 이런 궁금증을 해결해주기 위해 나는 4월 중순부터 군생활 매뉴얼을 연재하며 '땡보' 이야기를 모집했다.

수 많은 분들이 메일과 댓글을 통해 자신이 아는 '땡보' 이야기를 해 주셨다. 나는 그 글들을 읽으며 라면국물이 눈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군생활이 어찌 그럴 수 있습니까!!!"

이 글을 읽는 수 많은 예비역들은 자신들의 군생활에 대해 깊은 한숨만 내쉴 수도 있다. 앞으로 소개할 보직들은 그동안 이야기로만 듣던 '꿈의 군생활, 혹은 환상의 군생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2년 머물다 온 곳, 억울하다고 다시 가겠는가.

땡보특집편을 시작하기 전에, 꼭 하나 당부하고 싶은 것은 앞으로 이야기 할 모든 보직들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경험을 담고 있기에 전체에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으며, '부대'에 따라서 다르고 '장소'와 '시기'에 따라서 다르다는 것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내 친구가 그 부대 나왔는데, 힘들었다는데?" 혹은 "나 거기 나왔는데, 절대 안 편하다 이거 엉터리다."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소갈비가 매일 나오는 부대가 있다고 해도, 소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지옥같을테니, 그러한 점을 염두해가며 읽어주길 바라고, 편한 것은 순번이 아닌 무작위로 설정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너무 많은 분량의 체험담(?)을 보내주셔서 한꺼번에 정리할 수가 없다. 자, 그럼 달려보자.


1. 연대(여단)급 이하 알려진 땡보병들

명색이 땡보 특집인데, "PX병이 편해요", "운전병이 편해요" 이따위 소리나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러기엔 주특기를 받지 않고 일반 보병으로 갈 가이들에겐 희망이 없다는 소리 아닌가.

군종병이 편하다는 의견을 보내주신 분도 있는데, 혹 편하다는 이유로 지원한 것이라면 병장을 달아도 그 종교활동에 가야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군다나, 연대(여단)급 이하 군종병은 훈련열외 같은거 없다. 남들 할 때 다하고, 남들이 쉴때도 종교활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일부 연대(여단)이상의 부대, 사단급의 부대등은 군종병 모든 훈련 열외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 부분은 사단 군종병 등의 경험이 있는 예비역독자분들께서 댓글로 피드백 두시리라 믿는다)

PX병, 사단급 정도에서는 편할지 몰라도 그 이하에서는 대부분 훈련은 거의 다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과가 빠지기는 하지만, 남들 다 쉬는 토.일.공휴일에 PX는 열려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더군다나 PX는 대부분 돈이 빵꾸(?)나는 일이 많은데, 그 돈을 PX병도 함께 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부대에서는 150만원인가 비어서 보급관과 PX병 둘이 힘을 합쳐셔(?) 해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작은 부대의 PX병은 땡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행정병(보급계,교육계,인사계,총포계 등등)의 경우는 이전 댓글에서도 알 수 있듯, 의견이 분분하다. 훈련시 식사추진이나 기타 여러가지 작업등으로 설렁설렁 보낼 수 있겠지만, 검열이라도 나오면 잠을 못잔다. 일반 병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그 부대 간부의 능력여하에 따라서 편한 정도가 달라진다. 사교적일 수록 편해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짬이 안될때 너무 사교성이 좋은것은 '날 좀 갈궈 주세요' 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행정병이면서 포상휴가를 한 번도 못 나간 분이 지난 글에 댓글을 남겨주셨는데, 엄청 특이한 케이스고, 대부분 포상휴가.외박.외출 등이 많다.

<행정병 최악의 케이스>
저는 행정병이었지만 너무나 빡세게 생활해서..ㅜㅜ
(3개처부 선임의 영창행 및 전출)
혼자서 다했거든요..ㅎㅎ
아무리 그래도 군대는 남자의 추억이죠.ㅎㅎ
참고로 유격하다말고 행정업무보는놈은 저밖에 없었을겁니다
화생방교장 > 컴퓨터 있는 처부까지 30분 > 다시 화생방...
이건 뭐...ㅇ;ㅣ겸ㅍ3ㅈ덜쟈ㅓㅎ;ㅁ개ㅑ덯ㅁㄷ홈ㄷ

-슈리님이 남겨주신 댓글


운전병이 땡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이것도 걸리는 차에 따라서 다르다. 나중에 운전병 이야기가 또 나오니, 여기서는 일반 운전병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자동차나 장갑차를 만지는 보직 중에 편한 보직은 없다. 특히 짬이 안될 때에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고민중에, 상병을 달았는데 운전 잘 못한다고 정비만 시켜 군생활이 힘들다는 고민도 보인다. 차와 운전이 좋다면 행복할지 모르지만, 사회에서의 운전과 같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의무병, 그나마 연대(여단)급 이하의 부대에서는 의무병을 개인적으로 최고라 생각한다. 의무병으로 전역한 예비역들이 보면 기분 나쁠지 모르지만, 의무병은 이상하게 이등병때부터 '빠져' 있다. 뭐가? 군기가. 일병만 달아도 일반 상병들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인다. 배가 아프다고 하니 배에다 빨간약 발라줬다는 것은 옛날 개그고, 보고하기 때문에 많이 묻는지 몰라도 엄청 물어봐 놓고는 결국 '일단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체해도, 휴식. 감기도, 휴식, 머리가 아파도, 휴식, 근데 신기한 것은 쉬고 나면 낫는다.

<의무병 최고 케이스>
다른 전투중대 파견을 나가면 '아저씨' 대접 받으면서 타중대 일,이등병이 밥까지 타서 줍니다..ㅡ,.ㅡ;; 5분 대기 파견나가면 통신병과 함께 작업열외.(이건 전투중대 소대장에 따라서 다른데 제가 한참 5대기 뛰던 일병, 상병때에는 90% 열외시켜줬습니다. 상 말 때 부터 떠라이들이 소대장을 하는 바람에..제 후임들부터 개피보고 피똥쌌습니요.ㅡ,.ㅡ)
진지공사 파견 나가면 일병 물 뽕 짬인데도 불구하고 낙엽치웁니다. 이것도 무지 힘든일(?)한 겁니다. 원래는 노터치 에요.

-블루크라운님이 남겨주신 댓글

대대급 의무병이라고 절대 실망할 필요는 없다. '파견'이야 말로 대대급 의무병을 진정 땡보로 만들어 줄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자신과 별 관계 없는 사람들의 집단에 들어서 느끼는 편안한 군생활. 단, 해당 부대 지휘관이나 간부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잊어선 안된다.


2. 사진병

의견을 주신 코프님에 따르면, 사진병은 한 번 행사 때마다 적어도 500장 정도의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연사로 놓고 셔터를 꾹 누르는 것은 아닐 것이고, 각기 다른 각도와 상황에서 500장 정도의 촬영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거나, 나중에 사진가가 될 사람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솔직히 나도 부대에서 여러가지(?)일을 하며 사진병도 했었다. 대대 사진병이었는데, 대대급 이상의 행사가 있을 경우 다른 부대의 사진병들도 온다. 내 경우 미군 사진병과 사단 사진병, 여단 사진병이 왔었고, 그리고 나까지 넷이 사진을 찍으러 참석했다. 미군 투스타가 코인을 나눠주고 대대장과 사단장도 와서 악수하고 그러는데 미군은 D2H(니콘 DSLR)를 쓰고 있었고, 사단 사진병은 D80(니콘 DSLR)을 쓰고 있었다. 여단 사진병은 쿨픽스 5700(니콘 하이엔드)을 사용하고, 난 니콘의 컴팩트 카메라(똑딱이)를 가지고 있었는데, 위치 싸움이 대단했다. 지금도 궁금한 것은, 왜 그때 D100(니콘 DSLR)을 꺼내지 말라고 했을까가 궁금하다. 상급 부대보다 사진기가 좋으면 안되니까? 가슴아프다.

요즘은 DSLR이 워낙 많이 보급된 추세라, 부대마다 DSLR 한대씩은 다 있을 것이다. 물론, 허가 받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간부 개인 물품일 수도 있다. 사진병이 되면 만질 수 있고, 이론적인 부분은 책을 사서 공부할 수도 있다. 듣기로는 사진병 주특기를 받으면 DSLR보다 SLR을 많이 사용하는 것을 알고 있다. 더군다나 현상과 인화도 직접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두들 열병이나 사열 연습하며 연병장에서 하루 종일 시달리고 있을 때, 어디 조용한데 짱박혀서 대기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다만 윗 사람들은 50미리 표준렌즈만으로도 연병장에 서 있는 모든 병사와 사열대에 있는 자신들 한장에 다 담아줄 것을 요구할 때가 있다. 무슨 예술사진 하겠다고 사진병으로 가는게 아니라는 것은 꼭 명심해야 한다. 말 그대로 '사진병' 이다.


3. 엠블런스 운전병

앞서 연대(여단)이하의 운정병을 힘들다고 했지만, 엠블런스 운전병은 좀 다른 것 같다. 임섭님께서 알려주신 정보에 의하면, 

일과는 아침에 환자들이 대대에서 올라 오면 진료후 증상에 따라 사단병원이나 군단 병원으로 이송 하는게 주 업무인데 사단병원과 군단 병원에 내려 주면 저녁 시간 까지 시내 당구장이나 커피숍에서 비둥 거리다 들어 가는게 일과의 전부 입니다,
엠블런스 특성상 응급 환자 발생 할수 있어서 야간 불침번이나 외곽근무 절대 없습니다,
유격이나 모든 훈련 교육 없습니다,

환자들 외진 없는날은 차량 정비가 고작인데 엠블런스는 항상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정비병들이 바로 바로 해줍니다,
전방 예비사단 특성상 훈련이 많은데 훈련시 보병뒤에 따라다니는 차량들은 리더찦 이라 해서 소형 엠블런스들이 따라 다니고 연대 엠블런스는 미리 숙영지 가서 대기 하는게 전부 입니다,,
다른 편한 보직들이 많이 있다고 하지만 간부들 관섭 없이 편하게 지낼수 있는 보직 이 엠블런스 운전병 이였건것 같습니다,

땡보 인정. 유격이나 모든 훈련, 교육 없고, 외곽근무나 불침번 없고, 당구장이나 커피숍 (지금은 PC방일듯)에서 시간을 보내는게 일과. 아마 1부에서는 엠블런스 운전병이 최고의 보직이 될 듯 싶다. 보내주신 글에서의 이야기 처럼 "훈련시 따라다니는 소형엠블, 연대 엠블런스는 숙영지가서 대기" 에 해답이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임섭님께서 밝혀주신대로 20년 전 일이라는 것이다. 최근에 연대(여단)급 이상 엠블런스 운전병을 하신 예비역이 계시다면 댓글로 피드백을 부탁드린다.


4. 정훈병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정훈병이 하고 싶었다. 사진도 찍고, 글도 많이 쓸 것이고, 적성에는 딱 맞는다고 생각했지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하기 싫다고 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게 군대다. 정훈병은 대부분 교육자료를 만들고 배포할 자료를 만드는 등의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훈병에 대해서는 땡보였었지님께서 설명해주신 댓글이 있다. 

전 정훈병이었습니다. 2군지역 정훈병 기상나팔로 시작해 취침나팔로 끝나는 생활 덕분에 2년동안 점호열외되는 훌륭한 보직이죠 맨날 교육자료만들고 훈시문쓰고 대학/대원원 다니는 간부들 리포터 대신 써주고 살았죠. 사진인화하러, 비디오교육자료편집하러, 리포터자료찾으러 심지어 신문대금수납하러 등등의 이유로 1주일 2-3회 업무외출해서 다방과 비디오방 만화방을 전전했던 굉장히 편했지만 쩐이 많이 들어갔던 땡보였지요 ㅋㅋㅋ 그래도 하늘은 공평하시더군요. 제게 편한 보직을 허락하셨지만 지랄같은 부사수를 주셔서 제대하기 전날까지 연대장훈시문 만들었습니다. 부사수새끼가 자살소동을 두번이나 벌인 꼴통이라 ㅋㅋㅋ

훈련이나 근무에 대한 이야기는 없어서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이정도 땡보직이면 인정할만 하다. 다방과 비디오방 이야기가 있는 걸로 봐서 땡보였었지님은 전역하신지가 꽤 되신 것 같다. 좀 더 최신화 된 정훈병의 이야기를 에헴님이 남겨주셨다. 

저도 정훈병이라 국직부대 공보실에서 근무했습니다.
기본 소령3명 중령 3명 대령 1명이랑 같이 근무해서 뭐 영관급은 그냥 친구나 마찬가지였죠 중령급이상은 경례도 안하고 뭐 짬좀 있어보이는 준장은되야지 경례를.소장쯤되야지 경례를 했습니다. 항상 일조점호 일석점호는 열외.불침번 열외. 경계열외. 잠을 많이 못잔다는 단점이 있지만 무한 인터넷의 자유로움으 로 남들의 부러움을 샀었죠. 뭐 인트라넷 한번 해보는게 평생 소원이었습니다면 결국 인트라넷은 접속조차 해본적이 없습니다. 하는일이야 신문보고 뉴스보고 커피타고 이런일들. 식사도 간부들이 사주는 치킨 피자 족발 떡볶이 김밥 뭐 이런것은 지겨워서 잘 안먹습니다. 군데리아가 그리워서 군데리아 먹고싶다고 피자 치킨 족발을 피한적도 있다는.. 유격 혹한기는 단 하루만. 훈련이 있을시 버스타고 이동. 땡보라면 땡보지만 잠을 잘 못잔다는것이 저에게는 고통이었습니다ㅠ 하루 수면시간이 5시간자면 잘잔것이었으니. 

에헴님의 이 댓글로 땡보 인정. 군데리아가 그리워서 군데리아가 먹고 싶을 정도라니, 면회객이 오면 PX를 어슬렁거리며 닭다리라도 하나 주워먹으려 했던 많은 군인들이 눈 앞을 지나간다.


사실, 보내주신 메일의 내용은 너무 충격(?)적인 내용들이 많아서 소개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는 부분도 있다. (검색해도 안나오는 처음 들어보는 보직도 있음) 그래도 땡보특집편이 많이 길어지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대부분의 내용을 소개할 예정이다.

메일과 댓글을 남겨주신 모든 분께는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윗 글을 읽으셨으면 아시겠지만 이건 나 혼자 작성할 수 있는 메뉴얼이 아니다. 여러 예비역분들께서 조금씩 들려주시고, 곰신분들이 제보를 주시고, 79년에 군생활을 하신 분 마저도 댓글을 남겨주시며 동참해 주신, 함께 쓰고 있는 글이라 생각한다.

이것으로 1부는 마무리 할 생각이다. 2부의 내용을 살짝 공개하자면,

전 소령, 중령, 대령이랑 같은 방 써서 그 분들 그냥 아저씬 줄 알았는 데 그 계급이면 아래부대들에선 신같은 존재였더군요.. 다들 제게 차 한잔도 부탁(!)하고 눈치보던 착한 분들이었는 데 말이죠...

벌써부터 다리가 덜덜덜 떨려오지 않는가? 내가 부대에 있을 때에는 중령이 이름만 불러도 목청이 터질 정도로 관등성명을 댔다.

24개월군복무중 21번을 나왔습니다.. 외박 휴가 포함..ㅋ

도대체 무슨 부대 였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언제나 풀가동되고 있던 위닝일레븐9..
위닝을 모르고 살았던 TOD 사수는 3달여만에 GP내 위닝의 괴고수로 이름을 떨치게되고..

이건 힌트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벌서 눈치 채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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