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현유혼님 글을 보고 떠올라서 씁니다

Peya 작성일 09.09.25 00: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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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어쩜 이리도 제 동기와 비슷한일을...
저도 모사단 모연대에 통신중대에서 근무했었거든요

진짜 유연하게 일처리 잘하시던 중대장님이 이등병때 진급해서 떠나시고 여자 중대장이 왔습니다.

솔직히 온다는 소문을 들었을때는 거의 모두가 반겼죠 왠지 "여자"라는 이유로...

한달도 못가서 그 환상은 깨지고.. 대위 10년차정도 였거든요..

짬밥도 연대 중대장들중에서 서열 젤 높고..

연대내에서 여자가 자기 고참이라고 불만하던 간부들도 생기고..

자기딴에는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당할까봐 당시 남자간부들과 기싸움도 참 심했죠..

더욱이 그 중대장은 단지 "진급"때문에 어쩔수 없이 상급부대에서 전방으로 떨어진거라고 하더군요...

자기 중대원 앞에서도 이전 소속 상급부대 간부한테 전화해서 힘들다는둥 불만식으로 종종 얘기가 들어왔구요

 


제 동기가 글쓴님하고 비슷한데 동기랑 상병 정기를 같이 나갔거든요

복귀하는 날 까지도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자대와서 내무실 둘러보니 본능적으로 분위기가 심상찮더라구요..

내막인즉슨 그해 교환대 장비가 신설되면서 사양이 좋은 컴퓨터도 들어오게 됬는데

거기서 "디아xx"라는 게임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순간 저와 동기는 더이상 들을 필요도 없었죠 당시 교환대 담당간부님이 정말 감히 엄두도 못낼만큼 한성질 하셨는데

그 디아xx 뿔과 화염 - 그 간부님 얼굴하고 싱크가 딱 맞아떨어졌죠 머릿속에선...

 

 

전 관련이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문제는 제 동기였거든요

컴맹이라 게임같은거에 취미를 안두고 있던 놈이었는데..

서열이 딱 중간(고참2,후임3)인지라 싫어도 한배를 타게 된거죠..

 

그날 군생활에서 정말 경험하기 힘든 막사안에서의 여자의 앙칼진 울부짖음 소리를 들을수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교환병들은 한달동안 군장을 돌게 되었고..

거기서 제 동기는 계속 꼬여갔습니다.

이미 중대장과 담당간부 한테 낙인찍힌 교환병들이다 보니

보직특성상.. 그리고 부대의 환경(다우지역에 낙뢰지역..)탓에 보고를 하루에도 수십번씩 하기도 했었는데요

고참들이 꺼려하니 중간에서 혼자 계속 보고를 하다(보고 하는 이유가 보통 선로에 이상없을때는 자주 할 필요가 없자나요)

거의 매일 아침마다 중대장실 - 담당간부실에 불려가서 개갈굼을 받기 시작했었죠..(물상병때 부터였습니다..)

더군다나 당시 중대장과 담당간부 사이는 담당간부가 군생활 15년차 이상의 상사였고 위에 말했듯이 정말 엄두도 못낼만한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였지만(전 전역하고도 한동안은 그 담당간부의 차종과 같은 색 차종을 보기만 해도 흠칫했었습니다)

군대내에서의 상식은 철저하게 소유하신 분이라 x같아도 소속 중대장이니깐 대우해주자.. 뭐 이런 마인드를 같고 계셨죠

어느 한쪽으로 줄만 탔어도 그나마 커버를 받았겠지만 그 사건이후로 이도저도 못한 처지로 전역을 했었답니다.

 

휴가/외박 통제도 받고... 보고하다 털려서 다른 교환병들보다 군장도 한달 더 돌고..

진급도 누락되서 한달 늦게 했었습니다.. 병장쯤 되니 원형탈모도 생기더라구요..

 

저도 그 중대장과는 많이 안좋았죠... 그 한 성질 하는 간부님이 한때는 제 담당간부여서

전역할때까지 그분의 수족이었으니.. 말다했죠..

 

그 동기한테도 말못한 얘기도 있었어요

말년이라고 평소보다 참 지루하다 싶을때가 있긴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제 부처에서 심심풀이로 컴퓨터하면서 열심히 개미를 잡고있었는데(하신분들은 공감하실듯./.)

하필 그 간부님한테 1:1로 발각되었었죠..(진짜 그때 그순간은 "디아xx"과 그전 그분의 모든 성화가 겹치면서 순간 눈앞이

노랗게 되더군요..)

어지간한 구타가 허용되던 시절의 그 분의 전설같은 이야기를 ...그리고 제가 보아왔던 그 모든게 밑바탕이 깔리면서

간절히 맘속으로 "죽지않을 정도만.."을 외치고 있었는데

그냥 심심하니깐 작업이나 하러가자고 하시고 모른척 가버리시더군요..

 

그 간부님한테도 사실 늘 죄송한맘이 있었었는데..

100일 휴가 갔다온후로 이유없는 갈굼이 더 심해졌을무렵..

모든게 미숙했던지라 거의 매일같이 그분의 불호령을 맞던시절..

어쩌다가 월차로 평일하루라도 안보이면  휴가 갔다온것마냥 기쁘던시절..

당시 업무때문에 이등병신분으로 홀로 예하 부대에서 2틀을 보내게 되었는데

중대에 보고차 전화를 했더니 그분께서 영외작업차 타고간 차량이 비탈길에서 엎어졌다고 하더라구요

당시에 여자중대장까지 선탑하고 있었지만

그당시엔 중대장따윈 out of 안중이라..

머리속에서는 이미 엄청나게 시나리를 짜게되더라구요

"그래...박스카 안에서 전복인데... 총은 물론이거니와 장비도 만만찮은데...

아무리 운이 좋다 치더라도 최소한 몇주 정도는 후송 아니겠어...."

이렇게 굳게 마음먹으니 그땐 참 어찌나 마음이 평온해지던지..

다음날 자대 복귀해서 그것도 제가 있는 내무실에 누워서 아픈척 가슴만지면서 엄살하는거 보고 좌절해서...

다리 힘풀릴뻔햇는데..

 

당시에 부대사고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볼 짬이 안된터라 한참 뒤에 알게됬는데

박스안에 같이 타고있던 병사들 감싸주고 혼자서 장비에 맞은거라고 하더군요..

 

 

거의 모든 업무처리가 cp나 훈련현장 등에서 연대장이나 과장급들이 불만이나 요구사항을 지적하면

당장 중대로 오거나 전화를 해서 그 간부님(통신에서 오래 근무하셔서 거의 모든 스킬을 섭렵하셧던..)에게

"어떻하죠..?"라고 물으면서 시작해서- 중대장의 사소한것부터의 거의 모든 고민거리는 그분을 통해 해결했으니..

 

그렇게 하다보니 한번은 군단에서 최우수 연대 뭐 이런것도 선정되었지만 일개 병사한테는 아무 부질없었죠

그렇게 잘 풀려서 진급하고 상급부대로 전출..

퇴임사를 듣는데 가슴에서 뭐가 울컥 하더군요 절대 아쉬워서가 아닌..

 

 

말년에 대위(진) ...연대에서 완전 막내 대위가 중대장으로 왔었는데

정말 적응을 못하겠더라구요.. 왕고라고 대우해주는것도 부담스럽기까지 했고..

말년이라고 숙소에 불러서 술 따라주는데..

그렇게 술마시고 막사로 돌아오면서 "피할수 없으면 즐기되, 즐기지도 못했지만 어쨋든 그렇게 지나간 군생활..

그래도 후임애들은 한동안 편하겠거니" 하면서 위안 삼았습니다.

 

한참 지난 일인데도 쓰다보니 그래도 열이 나게 되는군요.. 못다한 얘기도 많고 이래서 군대얘기는 네버엔딩이란게 맞는듯..

 

아직 입대 안하신분들이 이글 보시게 된다면 한가지만 참고라고 해야하나요? 음

보직만큼이나 운이 따라줘야하는게 상급자인것 같습니다..선임병이나 후임병 뭐 이런것 까지 바란다면 그건 너무 욕심이고..

제가 말씀드린건 부대장, 중대장, 자기 소속간부.. 부대장도 뭐 크게 영향받는건 없는거 같네요.. 행사나 훈련때만 좀 신경쓰일뿐..

 

성격을 떠나서 능력있는 상급자가 최고인거 같애요..

능력이란 단순히 바깥세상 처럼 업무를 처리하는 능력만을 얘기하는건 아니구요

쉽게 얘기해서 당장 전쟁이라도 났을때 죽이던 살리던 날 지휘해줬으면 하는..사람

 

전시에서는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하면 바로 쏴도 된다더라구요

상상해보세요.. 앞에서는 총알 날라오는데 저 멀찌기 뒤떨어져서 진격하라고 소리치는 여자 중대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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