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KAI) 매각작업이 국산 최초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 수출과 연계돼 상당기간 지연될 전망이다.
이르면 다음 달, 늦으면 내년 2월 `T-50`의 싱가포르 수출이 성사된 이후 KAI 매각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10일 복수의 관계부처와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KAI 매각 추진 작업을 `T-50` 수출 결정 이후로 늦춘다는 방침을 세웠다.
T-50`은 국내 기술로 만든 최초의 초음속 고등훈련기로, 정부가 방위산업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범부처 차원의 전담 지원조직을 만드는 등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싱가포르의 차세대 고등훈련기 입찰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및 수출 확정 이후 KAI 매각작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KAI는 싱가포르와 폴란드 등으로 `T-50`을 수출하기 위해 국제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입찰의 경
우 이르면 다음달, 늦으면 에어쇼가 열리는 내년 2월께 결과가 발표된다.
싱가포르는 지난 6월 각 업체로부터 차세대 고등훈련기 제안서를 받았으며 16~30대, 5억~7억달러 규모의 훈련기 구입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KAI의 주인이 바뀌게 되면 상대국가에서 `T-50`을 구입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매각작업을 늦추라는 입장"이라면서 "`T-50` 수출이 성사되면 KAI의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KAI는 산업은행에서 분리 설립된 정책금융공사(KoFC)가 지분 30.5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두산인프라코어(042670)(페이퍼컴퍼니에서 보유)와 현대자동차(005380), 삼성테크윈(012450)이 각각 20.54%씩 가지고 있다.
지난 4월 산업은행은 두산과 현대차, 삼섬테크윈측에 KAI 지분 공동매각을 위한 참여 의향서를 발송했고 각 주주들은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바 있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하이닉스(000660)나 KAI와 같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산업에 대해서는 가격보다 인수자의 능력과 진정성을 우선해야 한다면서 순차적으로 매각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KAI 매각작업이 내년 이후 본격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있다.
우선 `T-50`의 수출 성사 여부를 예측하는 것이 상당히 조심스럽다. 연초 낙관적이었던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이 막판 좌절되기도 했다.
또 KAI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한진그룹이 대한항공(003490), 한진해운(000700) 등 핵심계열사 업황부진으로 채권단과 재무개선약정(MOU)를 맺는 처지가 됐고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는 한화그룹 등도 대형 M&A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다. KAI 안팎에서는 매각 자체를 반대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자료제공 : 이데일리 2009년 11월 10일 중에서